쿠팡 주가가 연일 하락하며 30달러도 위태롭게 됐다. 지난달 중순부터 서학개미(해외 주식을 많이 사들이는 개인 투자자)들이 저가매수에 나선 가운데, 쿠팡 외국인 임원들이 약 200억 원어치의 주식을 매도, 차익 실현에 나서 주목된다.

쿠팡 물류센터에 주차돼 있는 배송차량들. / 쿠팡 제공

26일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따르면 투안팸 쿠팡 최고기술책임자(CTO)는 지난 16일 쿠팡 주식 35만9687주를 평균 33.17달러에 팔았다. 거래금액은 1193만817달러(139억6000만 원)다.

세계적인 공유 차량 기업 우버 CTO 출신인 투안팸 쿠팡 CTO는 지난해 김범석 창업주보다 많은 보수를 받은 인물이다. 김 창업주가 주식 상여금을 합쳐 지난해 1434만1229달러(168억 원)를, 투안팸 CTO는 2764만달러(323억 원)를 받았다.

투안팸 CTO의 주식 매도는 쿠팡 미국 상장 이후 처음이다. 투안팸 CTO의 경우 회사로부터 받은 주식 수가 340만주에 달하기 떄문에 35만주를 팔았지만 여전히 300만주 이상을 보유하고 있다.

같은날 고프라브 아난드 쿠팡 CFO도 16만주를 평균 33.33달러에 매도해 533만2800달러(62억4000만 원)의 수익을 거뒀다. 마이클 파커 최고회계책임자(CAO)는 18일 5만주를 1.99달러에 매수할 수 있는 스톡옵션을 실행해 평균 32.86달러에 팔았다. 매매차익 154만3500달러(18억 원)를 얻었다.

쿠팡 측은 “투안팸 CTO와 고프라브 CFO의 경우 특정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과 관련한 세금 의무를 이행하기 위한 주식 매각”이라고 설명했다.

외국인 임원들이 쿠팡 주식을 매도한 시점은 지난 11일(현지시각) 2분기 실적을 발표한 이후 주가가 한창 하락 곡선을 그릴 때다. 쿠팡 주가는 12일부터 25일까지 열흘 간 17% 하락해 30.8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공모가(35달러)를 계속 하회하고 있다.

같은 기간 뉴욕증권거래소(NYSE) 종합지수가 0.3% 하락하는 등 비슷한 수준을 유지한 것과는 대조적이다.

쿠팡 주가 하락은 2분기에 역대 최대 매출을 기록했음에도 불구하고 계속되고 있다. 2분기 매출은 44억7800만달러(5조1810억 원)로 전년 대비 71% 증가하며 분기 매출 사상 처음으로 5조 원을 돌파했다.

그러나 순손실이 1억205만달러(1178억 원)에서 올해 5억1860만달러(5985억 원)으로 5배 가량 확대됐다. 지난달 17일 발생한 경기도 이천 덕평 물류센터 화재로 발생한 손실 2억9600만달러(3415억 원)가 반영됐기 때문이다. 쿠팡측은 이 손실을 보험을 통해 만회할 수 있을 것으로 보고있다. 하반기에 보험금이 들어오면 화재로 발생한 손실의 상당액은 상계처리 될 것으로 예상된다.

외국인 임원들이 주식을 일부 매도한 것과 달리 국내 주식 투자자들은 이번이 저가 매수 기회라고 보고 쿠팡 주식을 순매수하고 있다. 지난 12일부터 25일까지 국내 주식 투자자의 쿠팡 순매수 금액은 2427만8984달러(284억 원)다. 순매수 상위 종목 10개 중 9위다.

쿠팡 주가는 향후 발표될 실적에 좌우될 전망이다. 증권업계에선 이미 비(非)식품군 온라인 침투율이 높은 만큼 쿠팡이 온라인 침투율이 낮은 식품, 의류 시장점유율을 높이고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쿠팡이츠, 온라인동영상서비스 플랫폼(OTT) 쿠팡플레이 등 상거래가 아닌 플랫폼 사업에서 유의미한 실적을 내야 주가 상승으로 이어질 것이라고 본다.

김명주 한국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쿠팡의 직매입 상품가짓수(SKU) 증가 폭이 더딘 것으로 보인다”며 “한국은 오프라인 유통사 영향력이 높아 온라인 유통 기업이 탄생하기 어려운 만큼 쿠팡이 플랫폼 기업으로서 더욱 진화할 것”이라고 했다. 그는 “당분간 쿠팡 주가는 주춤할 것”이라며 “해외 진출 성과와 국내 플랫폼 비즈니스 성과가 가시화되면 주가 상승이 가능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