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5일 오전 11시, 신세계그룹이 선공개 한 13번째 점포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6층에 올라서자 대전 서구와 유성구를 가로지르는 갑천(甲川)이 한눈에 내려다 보였다. 한쪽 벽면을 꽉 채운 통유리창 덕분이다. 그 앞에선 중년 여성 세명이 동시에 탄성을 지르며 스마트폰 카메라 셔터를 바삐 누르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백화점이 통상 제품을 많이 산 VIP 고객이나 식사를 하는 사람들에게 제공하던 훌륭한 뷰(View·경치)를 대전신세계는 ‘아트 테라스’로 만들어 누구나 볼 수 있도록 열어뒀다. 대전신세계 지하 1층부터 지상 5층을 둘러보면서 느꼈던 ‘기존 백화점 점포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감상은 6층에 도착하는 순간 사라졌다. 이 점포의 진짜 볼거리는 6층부터였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입구로 들어가보면 보이는 모습. 가운데는 거울을 주제로 한 조형물이 전시돼 있다. / 이현승 기자

신세계그룹이 5년 만에 새로 출점한 대전신세계는 ‘대전엔 놀거리가 없다’는 대전 시민들의 갈증을 해소하기 위해 심혈을 기울인 흔적이 곳곳에서 보였다. 지하 1층~지상 5층이 기존 백화점의 성공 방정식에 따라 ‘지역 첫 명품 브랜드’를 대거 입점시켜 명품족의 요구를 충족시켰다면 6층과 엑스포타워에 아쿠아리움, 과학관, 테마파크, 영화관, 호텔을 들여 가족 고객들이 찾을 이유도 제시했다.

올해 출점한 더현대서울과 롯데백화점 동탄점이 ‘천장’을 유리로 만들었다면, 대전신세계는 옆을 투명하게 만들었다. 고객들이 쇼핑에 보다 집중하면서 언제 어디서든 갑천을 내려다 볼 수 있게 했다. 대전신세계 외관 설계는 뉴욕 허드슨 맨해튼 타워 등을 설계한 초고층 전문 건축설계업체인 KPF가 맡았다.

이 날 찾은 대전신세계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재확산과 비가 내리는 궂은 날씨에도 불구하고 개점 전부터 많은 사람들이 몰렸다. ‘중부권 최대 규모 백화점’이라는 상징성 덕에 개관 전부터 화제가 되서다. 점심시간이 되자 모든 식당가는 손님이 가득 차 대기 줄이 길게 늘어섰다.

대전신세계는 지하 1층~지상 7층으로 구성된 백화점 건물과 193m 높이의 엑스포 타워로 구성됐다. 연면적은 8만6000평(28만4224㎡)로 중부권 최대 규모다. 백화점 영업면적은 2만8100평(9만2876㎡)로 신세계백화점 중 부산 센텀시티, 대구신세계에 이어 세번째로 크다. 2조 원의 매출을 내는 1위 점포 강남점(8만6500㎡)보다 넓다.

코로나19가 재확산 되면서 대전신세계는 선공개를 앞두고 매장 직원 3000여명에 대해 코로나19 검사를 마쳤다. 이날 입장을 앞둔 고객들에게 보안요원들이 QR체크인, 전화 방문 인증, 체온 감지, 손 소독을 일일이 요구하는 모습이 눈에 띄었다.

백화점의 얼굴인 1층은 기존 점포와 크게 다르지 않은 모습이었다. 정면에는 팝업스토어(임시 매장)를 위한 공간이 있었지만 아직 브랜드 입점 전이었고 왼쪽에는 화장품과 명품 매장이, 오른쪽에는 고급 시계 브랜드가 입점했다. 팝업스토어 공간 뒷편, 버버리 매장 옆에 마세라티 매장이 가장 눈길을 끌었다. 실제 차량이 전시돼 있고 고객들이 직접 타보고 상담을 할 수 있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1층에 입점한 마세라티 팝업스토어. / 이현승 기자

층별 구성은 △1층 화장품·명품·시계·주얼리 △2층 해외패션·남성럭셔리 △3층 여성패션·남성패션 △4층 스포츠·아동 △5층 영캐주얼·스트리트패션·식당가 등 기존 백화점 공간 배치를 따르되 ‘대전 최초 입점 브랜드’를 대거 유치했다.

1997년 문을 연 뒤 충청권 큰손을 꽉 잡고 있던 한화그룹 계열 백화점 갤러리아에 대항하기 위해서다. 펜디, 보테가베네타, 생로랑, 셀린느, 톰포드, 예거르쿨트르, 파네라이, 불가리, 피아제, 쇼메 등이 대전에 첫 입점했다.

비(非)수도권 신규 출점 점포에 입점을 꺼리는 3대 명품 에르메스·루이비통·샤넬은 없지만 구찌, 발렌시아가 등 주요 명품 브랜드 상당수를 유치했다.

대전신세계 6층 아트 테라스 왼편에 위치한 BMW 코오롱 모터스 매장. / BMW 차량이 전시돼 있고 고객들은 상담, 계약을 할 수 있다. / 이현승 기자

대전신세계는 기존에 스포츠나 아동 의류 매장 등이 입점하던 백화점 상층부를 테라스, 갤러리, 과학관, 테마파크로 꾸몄다. 통유리창이 특징인 6층 아트 테라스에선 돌, 나무, 철과 같은 자연 소재로 가구를 제작하는 예술가 최병훈이 직접 만든 벤치에 앉아 갑천을 내려다볼 수 있다.

아트 테라스 왼편으로 걸어가면 BMW 매장과 신세계 갤러리가 한눈에 보인다. 차와 미술품을 한 공간에서 볼 수 있는 보기 드문 광경이다.

BMW는 그동안 스타필드, 아이파크몰 등 복합몰에서만 선보였던 전시장을 백화점엔 처음으로 대전신세계에 입점 시켰다. 이 매장에선 주요 모델을 직접 탑승해볼 수 있고 상담, 계약도 가능하다. 전기차 충전을 직접 해볼 수도 있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어스 6층~7층에 위치한 과학관 '넥스페리움' 내부 모습. 인공위성의 지구 촬영 원리를 설명하는 공간. / 이현승 기자

신세계는 이 점포명에 ‘아트 앤 사이언스(Art & Science)’를 붙여 기존 점포와 차별화 하고자 했다. 예술과 과학을 함께 체험할 수 있다는 의미인데, 6층에 있는 신세계 넥스페리움(과학관)을 염두에 둔 작명이다. 백화점이 지난 1993년 열린 국제박람회 ‘대전 엑스포’가 개최된 곳에 입지했다는 의미도 담았다.

넥스페리움은 신세계가 카이스트(KAIST) 연구진과 함께 만든 과학관이다. 미래를 주도할 3대 분야인 로봇, 바이오, 우주를 주제로 카이스트 교수진이 직접 개발한 전시물을 보거나 체험해볼 수 있다.

가령 인공지능(AI) 피아노는 얼굴 표정을 인식해, 그 표정에 걸맞는 음악을 즉석에서 연주한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하늘정원. / 이현승 기자

넥스페리움은 7층 실험실(랩)로 이어진다. 이곳에선 체험형 수학, 영어 코딩 융합, 이공계 융합 프로젝트 수업 등이 진행된다. 이날 넥스페리움 곳곳에 전시된 로봇과 스마트팜, 인공위성 모형 등을 직접 체험하는 어린 아이들이 눈에 띄었다. 이외에 아쿠아리움, 실내 테마파크 ‘스포츠 몬스터’, 메가박스 등도 입점했다.

백화점 꼭대기층엔 3400평 규모의 하늘공원이 조성됐다. 문을 열고 나가면 끝이 보이지 않는 산책로와 함께 갑천이 한눈에 다시금 펼쳐진다. 인근에 고층 빌딩이 별로 없어서인지 대전 시내가 한눈에 들어왔다. 잔디밭, 대나무숲 여러가지 테마를 나눠 공간을 구성했고 아이들이 뛰어놀 수 있는 티라노 파크도 들어섰다. 거대한 공룡 모형과 간단한 놀이기구가 비치된 공간이다.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엑스포타워에 위치한 호텔 오노마 로비. / 이현승 기자

신세계센트럴시티가 운영하는 첫번째 독자 브랜드 호텔인 ‘호텔 오노마’는 엑스포타워 5~7층, 26~37층 총 15개층에 들어섰다. 세계 최대 호텔 체인인 메리어트 인터내셔널과 제휴해 운영한다. 객실은 171개로 400평 규모의 초고층 수영장, 피트니스 시설과 아이들과 함께 이용 가능한 자쿠지(기포가 발생하는 욕조), 뷔페 레스토랑, 연회장 등이 있다.

증권업계가 추정한 대전신세계의 매출은 개관 첫해 5000억~6000억 원, 2~3년 뒤 7000억 원 수준이다. 대전신세계에서 차로 13분 거리(3.2km)에 위치한 한화 갤러리아 타임월드의 작년 매출은 6416억 원이었다.

신세계 관계자는 “개관 전 대전신세계 구매고객에게 혜택을 부여하는 신용카드를 발급해보니 충청권 뿐 아니라 전주 지역에서도 많은 고객들이 신청했다”며 “차로 1시간 내외인 만큼 전북 일부 고객들도 흡수할 것”으로 기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