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주식시장 상장을 본격화한 신세계그룹 통합 온라인몰 SSG닷컴의 성장세가 올 들어 주춤하다. 온·오프라인 통합 1위가 되겠다는 정용진 부회장의 야심을 이루려면 SSG닷컴의 실적이 개선되어야 하지만 경쟁 이커머스 대비 부진하다는 평가다.
20일 이마트(139480)에 따르면 SSG닷컴의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11% 증가한 6866억 원이다. 매출 증가율은 산업통상자원부가 발표한 온라인 유통업체의 상반기 매출 증가율 16.1%를 하회했다. 이커머스 상위 사업자와 비교하면 차이는 더욱 극명하다. 상반기 매출은 네이버가 42%, 쿠팡은 73%, 이베이코리아는 23% 증가했다.
지난해에는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이커머스 중에서도 신선식품을 파는 SSG닷컴, 마켓컬리, 쿠팡프레시 등의 실적이 크게 개선됐다. SSG닷컴 상반기 매출은 2019년 3843억 원에서 지난해 6188억 원으로 61% 늘었다. 이 기간 온라인 유통업체 매출 증가율 17.5%를 가뿐히 상회했다.
그러나 올 들어 업체들 간 희비가 엇갈리고 있다.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 분석 기업인 와이즈앱·와이즈리테일에 따르면 마켓컬리의 상반기 결제추정금액은 6848억 원으로 전년 대비 67% 늘었다. 쿠팡은 쿠팡프레시 1분기 매출이 전년 대비 2.5배 늘어난 데 이어 2분기에도 100% 증가했으며 연간 매출은 20억달러(2조3000억원)를 넘을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SSG닷컴의 거래액 증가율은 작년 상반기 41%에서 올해 17%로 축소됐다. 올해 상반기 SSG닷컴의 거래액은 2조5806억 원이다. 회사 측은 “분기별로 보면 거래액 증가율은 1분기 14%에서 2분기 19%로 개선됐다”며 “올해 연간으로 전년 대비 22% 증가시키겠다는 목표를 세웠는데 하반기에 거래가 더 활발하게 이뤄진다는 점을 고려하면 목표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증권가에선 SSG닷컴의 부진에 대해 △작년 코로나19로 워낙 호황을 누렸는데 이런 기저효과가 사라지고 있고 △신세계, 신세계인터내셔날 등 백화점 계열 몰의 온라인 성장률이 둔화됐으며 △쿠팡을 중심으로 이커머스 기업들이 공격적인 프로모션 경쟁을 벌이고 있는 등 복합적인 요인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지난달부터 신선식품 분야에서 경쟁하고 있는 마켓컬리를 따라 새벽배송 지역을 충청권으로 확대했지만 거래액 확대에는 큰 도움이 되지 않고 있다. SSG닷컴에 따르면 충청권의 하루 배송가능물량(Capacity·캐파)은 3000건으로 전국 물류센터를 통한 하루 최대 주문처리량 14만 건에 비해 턱없이 작다. 마켓컬리는 이미 충청권 하루 배송물량이 SSG닷컴의 두 배를 훌쩍 넘어섰다.
향후 이커머스 시장에서 SSG닷컴의 존재감이 네이버, 쿠팡과 어깨를 나란히 하는 수준으로 확대되려면 이베이코리아와의 시너지가 필수적이다. 이마트, 신세계백화점, 스타벅스 등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의 온라인 판매를 SSG닷컴이 전담해 플랫폼으로서 경쟁력을 높이는 한편 입점상인 수가 30만 명으로 국내 최대인 이베이코리아를 통해 상품 구색도 대폭 확대할 수 있다. 쿠팡에 비해 부족한 이베이코리아 배송 역량도 이마트와 SSG닷컴이 보완할 수 있다.
그러나 신세계그룹이 치른 비용을 상쇄하는 시너지 효과를 창출할 수 있을지 마냥 낙관하기는 어렵다. 신세계그룹은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는 데 3조4400억 원을 투입했고 향후 4년 간 1조 원 이상을 온라인 풀필먼트(상품 보관·포장, 출하, 배송 등 일괄 처리) 센터에 추가 투자하기로 했다. SSG닷컴과 이베이코리아의 거래액을 단순 합산한 것 이상의 시너지를 내지 못하면 거래액이 매년 두 자릿수 성장하는 네이버, 쿠팡에 추격당할 수 있다.
한태일 한국신용평가 수석 애널리스트는 “신세계그룹은 SSG닷컴 출범 이후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3개를 확보하고 50여개 이상의 이마트 점포를 물류거점화하는 등 공격적인 투자를 계속하고 있지만 시장점유율(MS)은 상위 사업자에 크게 못 미친다”며 “이베이코리아 인수 이후 MS 유지 혹은 확대 등의 성과가 나타나지 않을 경우 오히려 이번 인수가 커다란 기회비용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