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20일 경기도 화성시에 문여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롯데가 7년 만에 야심차게 선보이는 이 점포 3층에는 ‘재고 없는 의류·잡화 매장’이 100평 규모로 들어선다. 마뗑킴, 아보네, 로아주 등 20~30대 여성을 타깃한 16개 신생 디자이너 브랜드가 입점한 공간 ‘샵16(SHOP16)’ 이야기다.

8월 20일 개관하는 롯데백화점 동탄점 외관. / 롯데쇼핑 제공

샵16에는 각 브랜드의 제품이 사이즈별로 1개씩만 있다. 매장을 찾은 고객들은 옷을 입어보고 모바일로 주문, 결제한 뒤 빈손으로 돌아간다. 온라인 쇼핑을 하듯 1~2일 내에 제품이 집으로 배송된다. 장바구니를 들고 다닐 필요가 없다. 온·오프라인 쇼핑의 장점을 결합했다.

고객 입장에선 매장까지 나왔는데 제품을 가져가지 못해 의아할 수 있다. 그러나 오프라인 판매에 익숙치 않은 온라인 브랜드들에겐 신의 한수다. 재고 관리 부담을 줄여주기 때문이다. 언제, 얼마나 팔릴지도 모르는 의류 재고를 백화점 한켠에 쌓아둘 필요 없이 주문이 들어오면 배송하면 된다. 온라인 브랜드가 오프라인 입점을 망설이는 최대 진입 장벽이 사라진 것이다.

그동안 백화점이 매장 내 공간을 온라인 브랜드에 쇼룸(전시실)으로 제공한 적은 있지만 대부분 1~2주, 길어야 한달 정도의 팝업스토어(임시매장)였다. 롯데백화점 동탄점의 샵16은 온라인 브랜드를 아예 정식 입점시켰다는 점에서 차별성을 가진다. 롯데백화점의 한 관계자는 “온라인에서 주로 제품을 구매하는 2030 고객을 오프라인 매장으로 끌어오기 위한 전략”이라고 설명했다.

이러한 매장형식은 해외에서도 트렌드가 되고 있다. 미국 고급 백화점인 노드스트롬은 지난 2017년 비버리힐즈에 쇼룸형 매장을 열었다. 기존 백화점의 47분의 1 수준인 면적에 샘플로만 구성했다. 탈의실 8곳이 마련돼 있지만 재고가 없어 바로 구매는 할 수 없다.

지난 5월 14일 롯데백화점 본점에서 진행된 아보네, 마뗑킴 팝업스토어에 많은 사람들이 찾았다. 아보네는 매출 5000만원, 마뗑킴은 3억원을 기록했다. / 하고엘앤에프 제공

롯데백화점은 16개 브랜드를 직접 운영하거나 투자한 대명화학 계열사 하고엘앤에프와 전략적 제휴를 맺었다. 이 브랜드들은 소셜미디어(SNS)를 활발하게 하는 2030 여성들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일례로 가방 자체 상표(PB) 브랜드 ‘아보네’와 의류·잡화 브랜드 ‘마뗑킴’은 5월 롯데백화점 본점 팝업스토어에서 오픈런(매장 오픈과 동시에 입장하기 위한 대기 행렬)을 일으키기도 했다.

샵16은 롯데쇼핑이 지난 2018년부터 추진해온 O4O(Online for Offline·오프라인을 위한 온라인) 전략의 일환이다. O4O는 오프라인으로 고객을 불러들이기 위해 온라인을 활용하는 방식을 말한다.

O2O(Online to Offline)가 단순히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연결하는 서비스에 그친다면, O4O는 오프라인에 더 중점을 둔다. 고객들이 온라인 소비에 익숙해지는 상황에서 일단 매장으로 불러 들여야 지갑을 열게 만들 수 있기 때문이다.

그동안 유통3사의 O2O, O4O 전략에서 오프라인 매장은 ‘제품을 보고, 가져가는 공간’으로서의 역할에 충실했다. 고객이 빈손으로 돌아가게 할 수는 없다는 판단 때문이다. 신세계그룹이 작년 12월 신세계백화점 본점 지하 1층에 선보인 ‘익스프레쓱’에서 SSG닷컴 주문 상품을 고객이 직접 가져갈 수 있도록 한 것도 이런 이유다.

그러나 우리나라는 면적이 좁고 인구가 밀집된 공간에 거주해 배송 속도가 빠르기 때문에 픽업 공간으로서 오프라인 매장은 큰 장점이 없다. 롯데·신세계·현대 유통3사는 판매 공간을 줄여 체험형 공간을 확대하고 있다.

지난 2월 문 연 서울 여의도 더현대서울은 전체 영업면적 중 49%가 실내 조경, 휴식, 전시 공간이다. 롯데백화점 동탄점도 영업공간 절반 이상을 식음료(F&B), 실내 놀이터, 복합문화공간 등으로 채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