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마트가 지난달 경기도 남양주시에 개점한 비바건강마켓. /카카오맵

롯데마트는 지난달 1일 남양주시에 760m²(약 230평) 규모의 ‘비바건강마켓’ 1호점을 개장했다. ‘우리동네 건강마켓’을 캐치프레이즈(표어)로 개인 맞춤형 의료 서비스(헬스케어)와 화장품, 제철 식자재 등 마트 상품을 모아 파는 건강기능식품(건기식) 전문 매장이다.

눈길을 끄는 건 롯데마트 내에 입점하는 형태가 아닌 단독 매장으로 열었다는 점이다. 이에 유통업계에선 롯데쇼핑(023530)이 성장 정체기에 접어든 헬스앤뷰티(H&B) 스토어 대신 건기식과 헬스케어를 차세대 먹거리로 삼았다는 분석이 나온다.

◇롯데, 헬스케어 특화 점포 ‘비바건강마켓’ 개점

롯데마트는 2015년 H&B 스토어 롭스를 별도 사업부로 독립해 공격적으로 사업을 확장해왔다. 하지만 1위인 CJ올리브영의 독주 체제가 굳건한 데다, 업체 간 과당 경쟁과 온라인 채널의 부상 등으로 시장이 침체되면서 뚜렷한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 작년 말 기준 롭스가 포함된 롯데쇼핑 기타부문의 영업손실은 2660억원으로, 전년(1930억원)보다 적자 폭이 증가했다.

이에 롯데쇼핑은 롭스를 마트사업부 내 H&B 부문으로 흡수한 데 이어, 올 상반기에만 롭스 점포 13곳을 폐점했다. 회사 측은 작년 말 기준 101개였던 점포를 올해 53개까지 폐점할 방침이다. 공교롭게도 이는 2012년부터 2018년까지 롭스 대표로 일하다 작년 말 롯데마트의 신임 대표가 된 강성현 대표의 결정이었다.

대신 내세운 것이 헬스케어 특화 매장이다. 2025년이면 국내 고령 인구(65세 이상)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가 될 거라는 걸 염두에 둔 신유통 모델이다. ‘비바건강마켓’은 건기식 판매를 넘어 맞춤형 서비스도 제공한다. 의료 정보 분석 정보통신(IT) 스타트업 투비콘의 맞춤형 건기식 추천 서비스 ‘필그램’이 입점해 내게 맞는 건기식을 소분해 판다.

비바건강마켓 내부 건강식품 코너. /카카오맵

롯데마트 관계자는 “비바건강마켓은 교외에 거주하는 40~50대 소비자를 타깃으로 건강한 생활을 제안하는 신개념 쇼핑 공간”이라며 “마트와 롭스가 가진 식품 및 건기식 노하우를 접목해 원스톱 쇼핑이 가능한 매장으로 구성했다. 추가 오픈 계획은 미정”이라고 설명했다.

◇아마존·월마트는 일찌감치 헬스케어 시장 도전

세계적인 유통기업들은 일찌감치 헬스케어 시장에 도전해 점유율을 확대하고 있다. 인구 고령화와 신종 코로니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등 전염병 발생으로 건강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는 추세를 반영한 것이다.

미국 최대 유통기업인 월마트는 2019년부터 점포 내에 1차 의료소인 ‘월마트 헬스’를 운영하고 있다. 일반 진료 외에 엑스레이, 치과 치료, 정신과 상담 등을 제공하며, 진료를 마친 후엔 월마트 내 약국에서 처방약을 구매할 수 있다. 작년 말 기준 15곳을 운영 중이며, 올해는 7곳을 추가할 방침이다. 지난 5월에는 원격 의료 제공업체 미엠디(MeMD)를 인수해 가상 의료 서비스를 확대할 계획도 세웠다.

세계 1위 전자상거래 업체 아마존은 지난해 11월 온라인에서 당뇨와 고혈압 등의 처방약을 주문받아 배송해 주는 ‘아마존 파머시’를 출범한 데 이어, 12월 헬스케어 구독 서비스 ‘헤일로’를 선보였다. 유료 회원인 프라임 회원에게는 처방약도 할인해 준다. 최근에는 기업용 원격의료 서비스인 ‘아마존 케어’를 강화하고 있다. 전용 모바일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온라인 진료 및 의료 상담을 제공하며, 처방약 배달 서비스도 이용할 수 있다.

미국 경제 전문지 포브스는 지난 7월 “소매업자들이 헬스케어를 차세대 소매 전장으로 보고 있다”며 “수조 달러의 기회가 있는 시장”이라고 했다.

월마트 헬스. /월마트

◇헬스케어는 소매업의 차세대 먹거리

국내 유통업계도 건강 관리 영역에 대해 관심을 쏟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유로모니터에 따르면 국내 건기식 시장 규모는 2017년 5조3612억 원에서 올해 6조3808억 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139480)는 작년 말 건기식 스타트업 모노랩스가 운영하는 맞춤형 건기식 추천 매장 ‘아이엠’을 연 데 이어, 지난 6월 건기식 자체 브랜드(PB) ‘바이오 퍼블릭’을 출시해 노브랜드 매장과 신세계(004170)그룹 온라인 쇼핑몰 SSG닷컴에서 판매하고 있다.

현대백화점(069960)그룹은 지난해 천연 화장품 원료 제조업체인 SK바이오랜드를 인수해 뷰티, 헬스케어 사업에 진출했고, 인터파크는 바이오융합연구소를 분사해 별도법인 인터파크바이오컨버전스를 설립, 신약 개발을 주력 사업으로 키우고 있다. CJ제일제당(097950) 동원F&B(049770) 빙그레(005180) 등 식품업체들도 건기식을 차세대 성장동력으로 삼고 공격적인 투자를 진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