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 외관 전경. /신세계 제공

신세계가 중부지역 최대 유통 매장인 ‘대전신세계 아트앤사이언스(Art&Science)’(이하 대전신세계)의 개장을 앞두고 막바지 작업을 진행하고 있는 가운데, 광주에서도 지역 발전을 위해 복합쇼핑몰을 건립해 달라는 시민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어 주목된다.

9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신세계는 지난 2015년 광주 서구 화정동에 위치한 광주신세계 주변의 부지를 확보해 대형 복합쇼핑몰을 추진하려다 지역 상인회와 시민단체의 반발에 부딪혀 개발 계획을 중단한 바 있다. 이후 광주에는 복합쇼핑몰을 비롯한 창고형 할인매장이 입점하지 못하고 있다. 이에 시민들이 자발적으로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 광주시민회의’ 등 시민단체를 조직하고, 시청 소통 광장에 대형 유통매장 유치를 요구하는 민원을 제기하는 등 적극적인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과학·문화·예술 총망라한 대전신세계…일자리 창출만 2만 개

오는 27일 개장하는 대전신세계는 지하 5층, 지상 43층 규모로 건물 면적만 28만㎡에 이른다. 영업면적은 9만2892㎡로, 센텀시티점(19만8462㎡)과 대구점(10만3000㎡)에 이어 세 번째로 넓다. 신세계는 대전신세계에 카이스트와 함께 만든 과학 시설과 실내 스포츠 테마파크, 디지털 미디어를 활용한 아쿠아리움 등 다양한 체험공간으로 채울 예정이다.

신세계가 5000억원을 투자한 대전신세계는 약 2조6000억원의 생산 유발 효과가 있을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신세계가 직간접적으로 창출하는 일자리는 약 2만 개로, 현재까지 3000여명을 신규 채용한 것으로 전해졌다. 매장 영업을 시작하면 입점 업체들의 직원 고용이나 파트타이머 채용 등으로 일자리는 더 늘어날 것으로 전망된다.

대전신세계 출점 소식에 복합쇼핑몰 유치가 불발했던 광주 지역에선 볼멘소리가 나오고 있다. 광주신세계 복합쇼핑몰 개발이 계획대로 추진됐더라면 광주 시민들도 문화 혜택을 누릴 수 있었다는 것이다.

앞서 신세계는 2015년 광주시의 제안을 받아 ‘신세계·광주시 간 랜드마크 개발 투자 협약(MOU)’을 체결했다. 이후 신세계는 현재 광주신세계 백화점을 재개발해 연면적 34만㎡, 매장면적 6만9421㎡ 규모의 복합쇼핑몰을 짓겠다는 계획을 광주시에 제출했다. 하지만 지방 상인들의 반발이 거셌다. 정치권에서도 개발을 중단하라는 압력이 들어왔다.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민주연합(더불어민주당 전신) 을지로위원회에선 개발백지화 요구 공문을 보내 지자체와 기업을 압박했다.

결국 신세계는 그해 10월 개발 계획을 철회했다. 신세계는 2017년 2월 기존 계획을 축소한 ‘랜드마크 복합시설 계획 변경안’을 광주시에 제출했지만, 이 역시도 지역 시민단체와 상인회의 반발로 무산됐다. 당시 신세계와 광주시는 복합쇼핑몰이 만들어지면 9000여 개의 신규 일자리가 생기고, 1조원 상당의 생산유발효과가 있을 것이라고 여론을 설득했지만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 광주시민회의 배훈천(가운데) 대표가 7월 29일 광주시의회에서 복합쇼핑몰 유치를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광주시민회의 제공

◇복합쇼핑몰 놓고 갈리는 의견… ”지역 경제 기여” vs “상권 몰락 초래”

신세계가 복합쇼핑몰 계획을 접은 지 4년. 그 사이 전국 곳곳에 신세계스타필드와 롯데몰, 현대백화점 등 유통 3사의 프리미엄아웃렛이 출점했다. 하지만 광주에는 한 개의 매장도 출점하지 않았다. 시민들의 불만은 커졌고, 광주시청 민원 게시판 등에는 ‘코스트코 같은 창고형 할인 매장이나 대기업 계열의 복합쇼핑몰을 유치하라’는 글이 올라왔다.

광주시가 운영하는 시민 소통 공간 ‘바로소통광주’에서는 복합쇼핑몰 유치 글이 약 1000명이 공감을 얻었다. 현재 토론 게시판에서 찬성 의견이 가장 많은 게시글도 ‘광주시청의 광주 죽이기’라는 제목으로 복합쇼핑몰 유치를 촉구하는 글이다. 해당 글 작성자는 “호남권 중심 도시라는 타이틀과 달리 전북 북부는 대전권으로 흡수되고 있고, 전남 동부는 부산권으로 흡수되고 있다”면서 “광주를 방문하는 타 지역민이 줄어들면, 광주 안에서 도는 돈이 줄어들고, 결국 광주 경제는 침체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최근에는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 광주시민회의’(이하 시민회의)라는 이름의 시민단체가 등장했다.

시민회의는 지난달 29일 광주시의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전국 광역시 중 유일하게 광주에만 복합쇼핑몰이 없어 시민 불편이 이루 말할 수 없다”면서 “소비자 선택권 확대에 목말라하는 시민들이 대형 복합쇼핑몰을 찾아 하남, 대전, 광명으로 원정 쇼핑을 떠나는 상황”이라고 했다. 이어 “인프라가 없다 보니 광주 시민들은 쇼핑의 즐거움과 문화 생활 향유 수준에서 다른 광역시보다 뒤떨어진다”며 “서비스업 일자리도 턱없이 부족하다. 학생·취업준비생이 잠깐 일할 최저임금·단시간 일자리는 ‘하늘의 별 따기’”라고 했다.

하지만 복합쇼핑몰 유치를 반대하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광주시시장상인연합회·중소상인살리기 광주네트워크는 “일부 시민의 소비 성향이나 편의성만을 부각한 채 대기업 복합쇼핑몰 유치 이후 벌어질 광주 상권 몰락을 말하지 않는 유치 주장은 설득력이 없다”며 “자영업자를 위해선 대기업 복합쇼핑몰 입점이 아니라 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중소상인 생존 대책을 공론화해야 한다”고 했다.

조춘한 경기과학기술대 경영학과 교수는 “2015년 신세계는 대구와 광주에서 복합쇼핑몰 개발을 동시 추진했다. 대구에서는 계획대로 개발을 마쳤지만, 광주에서는 지역 여론 반발로 무산됐다”면서 “이후 대구신세계는 서울이나 부산으로 원정을 가던 소비자들을 붙잡아 지역 경제를 살리는 효과를 낸 것으로 나타난 반면, 광주는 타 지역 소비자를 유치할 유통 매장을 유치하지 못하며 정주여건이 계속 낙후되고 있다”고 했다. 이어 “대전신세계가 출점하면 세종시를 비롯해 인접 도시의 소비자를 끌어모아 지역 경제 기여 효과가 클 것으로 전망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