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직 사원으로 신규 입사해 한달 만근(滿勤)하면 100만 원을 인센티브로 드립니다.” (인천 서구 쿠팡 인천메가물류센터)
“단기 아르바이트 근무자에게 하루 최대 2만 원씩, 일주일 연속 일하면 10만 원을 더 드립니다.” (경기 여주시 쿠팡 여주물류센터)
지난달 중순부터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되면서 냉방시설이 취약한 쿠팡 물류센터에서 구인 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신선식품을 제외한 쿠팡의 하루 출고건수(약 200만~250만건)의 10%를 담당하던 경기도 덕평 물류센터가 화재로 전소된데다,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장기화에 따른 온라인 주문 급증이 맞물린 탓이다.
2일 쿠팡의 물류센터 운영 자회사 쿠팡풀필먼트서비스(CFS)는 각 물류센터 채용공고를 통해 △상품 입고·진열 △집품·포장 △재고조사 등을 하는 계약직 사원에게 한달 만근을 기준으로 최소 10만원, 최대 100만원의 인센티브 지급을 내걸었다.
인천 서구에 있는 인천메가물류센터는 지난달 12일부터 오는 14일까지 3~6개월 근무하는 계약직 사원이 신규 입사해 한달 만근하면 100만 원을 지급한다. 주 5일 하루 8~9시간 근무 기준 급여는 230만~270만 원에서 300만 원대로 뛴다.
경남 창원에 있는 물류센터도 이달 1일부터 다음 달 4일까지 신규 계약직 입사자가 7주 연속 근무하면 100만 원을 준다. 서울 송파구에 있는 서울물류센터는 신규 입사해 한 달 꽉 채워 근무하는 사람에게 10만 원, 석달 연속은 40만 원을 준다.
단기 아르바이트생 구인 경쟁도 치열하다. 경기도 여주, 광주, 고양에 있는 쿠팡 물류센터는 이달부터 하루 1~2만원의 추가 수당 지급을 내걸었다. 기존 8시간 근무에 일급 8만~9만원이 지급되는데 추가 수당까지 하면 일급이 10만원을 넘는다.
추가 수당 이외에 △매일 시원한 얼음물 제공 △다양한 아이스크림 제공 △층마다 천장에 대형 실링팬(공기를 순환시켜 온도를 낮추는 선풍기) 설치 등을 적극적으로 홍보하며 계약직, 아르바이트생 모시기에 나서고 있다.
쿠팡이 성수기에 종종 특정 물류센터에 한해 일회성 추가수당 지급을 내건 적은 있지만 이렇게 큰 금액을 오랜 기간에 걸쳐 지급하는 건 이례적인 일이다. 코로나19가 장기화 되며 온라인 수요는 계속 증가하는 반면 일손이 턱없이 부족하기 때문이다.
더위에 취약한 물류센터의 열악한 근무여건도 구인난에 영향을 주고 있다. 쿠팡의 대다수 물류센터에는 근무공간 내 에어컨이 설치돼 있지 않고 실링팬이나 선풍기로 대체하고 있다. 냉방 시설을 설치해야 하는 법적인 의무 규정도 없는데다 회사 측에선 천장이 높고 개방돼 있어 에어컨 설치가 구조적으로 어렵다고 설명한다.
고용노동부가 관할하는 산업안전보건기준에 관한 규칙에 따르면 고열작업을 하는 작업장은 사업주가 냉난방, 통풍을 위해 적절한 온도·습도 조절장치를 설치해야 하지만 물류센터는 이 기준에 해당하지 않는다. 고열작업은 직접 불을 쓰는 업무에 한정된다.
안유진 고용노동부 직업건강증진팀 사무관은 “물류센터가 워낙 공간이 크고 천장이 높다보니 (에어컨) 설치 위치도 마땅치 않고, 개방된 공간이어서 찬공기를 순환시키는 것도 쉽지 않다는 게 회사 측 설명”이라며 “쿠팡이 노사 협의를 통해 개선안을 마련하겠다고 밝혀와 지켜보고 있다”고 설명했다.
쿠팡은 안성 물류센터 등 일부 작업장 출입구에 외부의 뜨거운 공기 유입을 차단하는 에어커튼을 설치해 냉방 효과를 시험하고 결과가 좋으면 다른 물류센터로 확대 도입하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반면 지난 6월 출범한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 쿠팡물류센터지회(쿠팡 물류센터 노조)는 사측이 노조와의 교섭에도 임하지 않고 있으며, 야간 실내 온도가 34도까지 올라갔는데도 회사 측이 점심시간(1시간)을 제외하고는 휴식시간을 주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고용부는 하루 최고 체감온도가 33도 이상인 날이 이틀 연속 지속될 것으로 예상돼 기상청이 폭염주의보를 발령하면 사업주가 근로자에게 매 시간당 10분씩 휴식시간을 주라고 권고하고 있다.
쿠팡 측은 “물류센터 작업 현장에 식수, 얼음물, 식염 포도당 등을 비치하고 쿨토시, 쿨스카프, 아이스타월 등 보냉장구를 지급하는 등 혹서기 대책을 마련해 시행하고 있다”며 “작업장에는 대형 선풍기, 이동식 에어컨, 에어 써큘레이터를, 휴게장소에는 에어컨을 구비해 놓고 있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