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세계가 국내 보톡스 1위 업체 휴젤 인수전에 불참한다.
화장품 사업과의 시너지를 기대하고 인수전에 뛰어들었으나 경쟁이 과열되며 가격이 2조원대에서 더 오를 가능성이 높은데다 보톡스 산업을 둘러싼 정부의 관리 감독이 날로 강화되고 있어서다.
16일 신세계(004170)는 한국거래소 조회공시 답변에서 "경쟁력 강화를 위한 다양한 사업 검토 사항으로 휴젤 지분 인수를 검토했으나 최종적으로 지분 인수를 하지 않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회사 측은 "주력 분야인 유통 및 패션, 뷰티 사업과의 시너지를 면밀히 검토한 결과"라고 설명했다.
이날 조회공시는 한달 전 "휴젤 인수를 검토한 바 있으나 확정된 바는 없다"며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고 밝힌 데 따른 후속 공시다.
휴젤(145020)도 이날 조회공시에서 "최대주주가 신세계와는 더이상 논의를 진행하지 않기로 하였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밝혔다.
신세계는 지난달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베인캐피털이 보유한 휴젤 지분 44%를 인수하기 위한 협상을 벌였다. 인수금액은 2조원으로 거론됐다.
국내 보톡스, 필러 시장 1위 업체를 인수함으로서 신세계인터내셔날(031430)의 화장품 사업과 시너지 효과를 낼 것이라고 판단했다. 정유경 총괄사장이 주도하는 첫번째 조(兆) 단위 인수합병(M&A)이어서 주목을 받았다.
신세계가 유력한 인수 후보군으로 떠올랐던 분위기가 달라진 건 지난달 말이다. GS그룹을 비롯해 중국 기업이 잇따라 뛰어들면서 매각가가 2조원대 초반에서 더 올라갈 것이란 관측이 나왔다.
베인캐피털이 원하는 2조원이라는 가격도 휴젤 시가총액 3조3336억원을 감안하면 지분율 44% 대비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휴젤의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EBITDA)은 연결 기준 작년 887억원이다.
신세계가 휴젤 인수를 검토하고 있다고 공시한 이후 주가가 되려 하락한 것은 차입 부담 증가에 대한 우려 때문이다.
신세계 주가는 6월 16일 28만2000원에서 횡보를 거듭하다 7월 9일 기준 27만2000원까지 하락했다. 신세계의 작년 말 기준 순차입금은 4조5000억원 규모다.
앞서 이마트(139480)가 이베이코리아를 3조4000억원에 인수하기로 한 이후 국제신용평가사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가 BBB- 수준인 신용등급을 부정적 관찰대상으로 지정한다고 밝히는 등 재무 부담에 대한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유통업계에선 국내 보톡스 산업을 둘러싼 규제감독이 날로 강화되고 있다는 점도 신세계에 부담이 됐을 것이라고 본다.
발단은 작년 11월 메디톡스가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중국에 보톡스를 수출한 혐의로 식품의약품안전처로부터 주력제품 메디톡신, 코어톡스에 대한 품목 허가 취소 처분을 받은 것이다. 메디톡스는 식약처의 취소결정을 무효로 만들기 위해 맞소송을 벌이고 있다.
지난 2월 국내 한 언론은 휴젤이 작년 12월 국가출하승인을 받지 않고 중국에 보톡스를 수출한 혐의로 식약처 수사를 받고 있다고 보도했다.
휴젤은 "적법한 방식으로 수출을 해왔다"며 "수사를 받고 있다는 내용 자체가 사실이 아니다. 법적 대응을 검토중"이라고 부인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식약처가 국내 보톡스 업체의 수출 관행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하고 있다는 점은 향후 사업에 지속적인 부담이 될 가능성이 높다.
보톡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까지 국내 보톡스 업체들이 중국 도매상을 통해 수출을 해왔는데 이 도매상 중 일부가 관행적으로 국가 출하 승인을 받지 않았다"며 "이런 관행이 국내 보톡스 업체의 이미지 전반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 있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