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1위 배달의민족(배민)을 운영하는 우아한형제들이 기존에 해오던 친환경 활동에 ‘배민그린’이란 이름을 붙인다. 최근 기업들이 이런 활동을 ESG(환경·사회·지배구조)라고 명명하는 것과 다른 행보다.

배민의 친환경 활동을 통칭하는 '배민그린' 로고. / 우아한형제들 제공

13일 우아한형제들은 지난 7일 배민그린 상표권을 6건 출원했다. 상표권에 포함된 배민그린 로고에는 배민과 그린 사이에 나무를 연상케 하는 이미지가 들어갔다. 나무 잎은 접시, 기둥은 포크를 닮아 배민의 정체성인 음식 배달과 연결지으려는 의도가 엿보인다.

배민의 한 관계자는 “배민이 진행하는 친환경 프로젝트, 캠페인을 앞으로 ‘배민그린’이라고 표현하기로 결정하고 상표권을 출원한 것”이라며 “ESG 조직이 따로 있지는 않고 각 사업부에서 다양한 친환경 활동을 하는데 이 모든 활동을 배민그린으로 부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가령 소비자가 배민 앱 오른쪽 상단에 있는 마이배민(my배민) 메뉴에 들어가면 ‘배민그린 함께해요’라는 코너가 새로 생겼다. 자신이 배달 주문 과정에서 일회용 수저·포크를 얼마나 덜 받았는지 확인할 수 있다. 배민 이용자는 주문 요청사항에서 일회용 수저·포크를 받지 않겠다고 선택할 수 있다.

배민이 지난달 사단법인 자원순환사회연대와 손잡고 시작한 자영업자 대상 친환경 교육에도 ‘그린 클래스’라는 이름을 붙였다. 이 수업에선 식당에서 음식물 및 플라스틱 쓰레기를 줄이는 노하우를 공유한다. 배민은 배달비품 전문 쇼핑몰인 배민상회를 통해 친환경 용기와 재생수지 봉투 등을 판매하고 있다.

상당수 기업들이 이사회나 조직 내에 ESG 전문 부서를 만들고 사회공헌 목적으로 친환경 활동을 진행하는 것과 달리 배민그린은 별도 조직 없이 치믈리에 자격시험(치킨을 얼마나 잘 알고 있는지 측정하는 시험), ㅋㅋㅋ페스티벌(먹고 노는 컨셉의 행사) 등을 기획한 브랜딩실에서 총괄한다.

국내에선 기업의 친환경 활동에 이름을 붙이는 사례가 흔치 않지만 해외에는 종종 있다. 대표적인 기업이 나이키다. 1990년대 파키스탄 12세 소년의 노동력을 착취했다는 보도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은 나이키는 노동, 인권, 환경 문제를 개선하기 위한 프로젝트를 진행했고 작년 무브 투 제로(Move to Zero)를 발표했다. 탄소 배출 제로, 폐기물 제로를 목표로 한 슬로건이다.

급부상한 ESG라는 트렌드에 회사의 친환경 활동을 끼워맞추기 보다는 기업만의 고유한 이름을 붙여 소비자들에 새로우면서도 친근한 이미지를 주겠다는 의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