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모바일 배달 애플리케이션(앱) 2위 업체 요기요 매각 흥행이 사실상 실패했다. 예비입찰에 참여했던 신세계 SSG닷컴이 결국 인수전에서 빠지기로 했다. 이에따라 최대주주인 독일 딜리버리히어로(DH)와 매각주관사 모건스탠리가 공개입찰이 아닌 개별협상(프라이빗 딜)을 이어갈 것으로 전망된다.

음식 배달 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는 가운데 2위 업체 인수전이 이처럼 지지부진한 것과 관련 ‘6개월내 매각'을 내 건 공정거래위원회의 판단 미스이며 영업환경이 빠르게 변하는 신산업의 경우 전통산업과는 다른 기업결합 기준을 적용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요기요 매장 앞에 주차된 요기요 배달 오토바이.

30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DH는 지난 17일로 예정됐던 본입찰 일정을 일주일 연기한 데 이어 최근 일정을 못 박지 않고 관심 있는 후보자는 언제든 제안서를 받아주기로 했다. 한 IB업계 관계자는 “요기요는 공개입찰을 통해 인수자를 찾는 절차가 사실상 끝난 분위기”라며 “매각 측이 관심 있는 곳과 일대일로 협상을 하는 개별협상 방식으로 거래를 이어간다고 보는 게 합리적”이라고 전했다.

배달 앱 2위 업체인 요기요 인수전이 이렇게까지 지지부진한 것은 음식 배달 시장의 폭발적인 성장세를 고려하면 선뜻 이해하기 힘들다. 통계청에 따르면 모바일을 통한 음식서비스 거래액은 2017년 2조3500억 원에서 작년 16조5200억 원으로 8배 가까이 성장했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가 주요 온라인 사이트의 정보량을 토대로 추정한 1월 기준 점유율은 요기요가 18%로 배달의민족(66%)에 이어 2위다.

그러나 요기요 매각은 출발부터 공정위가 ‘6개월 안에 팔아야 한다’는 시한을 못 박고 시작한 탓에 매각 측이 불리한 거래라는 이미지가 강하게 형성됐다. 공정위가 정한 매각시한인 8월 2일까지 못 팔면 배민 인수가 무산되는 등 손해를 보는 쪽은 DH이기 때문에 인수합병(M&A) 거래에서 가장 중요한 가격 협상력에서 우위를 점하기 힘들었다.

매각 측이 숏리스트(적격인수후보)로 선정한 후보군 가운데 신세계 SSG닷컴은 이날 불참을 공식화 했다. 사모펀드(PEF) MBK파트너스, 어피니티에쿼티파트너스, 퍼미라, 베인캐피탈 등은 시간을 끌수록 가격이 낮아질 거란 판단으로 일단 버티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이들 모두 매각 측이 기대하는 1조 원 수준의 가격보다 훨씬 낮은 가격이 적절하다고 보고 있으며 일부는 5000억~6000억 원 수준이 적정하다는 의견을 내비친 것으로 알려졌다.

공정위는 작년 매각을 명령하면서 불가피한 경우 6개월 연장을 신청할 수 있도록 했으나 DH 측은 아직 연장 신청은 하지 않았다. 유통업계에선 DH가 매각 전에 배민 점유율을 높이고 요기요를 낮추는 방식으로 시장 우위를 유지하면서 마감 시한에 맞춰 요기요를 매각하는 전략을 쓸 수 있다고 본다. 앞서 DH는 공정위 기업결함심사를 무사히 통과하기 위해 보유한 다른 배달 앱인 배달통 점유율을 의도적으로 낮췄다는 의혹이 제기된 바 있다.

이동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작년 10월 국정감사에서 “쿠팡이츠의 점유율이 늘어나 배달통이 하락한 것으로 볼 수 있지만 착시”라며 “배달통 홈페이지를 보면 앱 다운로드 메뉴 외에 다른 메뉴를 이용할 수 없는 빈 깡통이 됐다”고 주장했다. 신규 서비스를 제공하지 않는 방식으로 시장에서 자연 도태 되도록 만들었다는 것이다. 이에 강신봉 DH코리아 대표는 “배달통은 현상을 유지하는 전략을, 요기요엔 공격적으로 투자하는 전략을 취한 것이며, 이는 합병 발표 이전인 2018년부터 해온 것”이라고 답했다.

요기요도 DH가 배민을 인수하기로 한 이후 점유율이 하락세다. 글로벌빅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2019년 9월 기준 배달 앱 시장은 배민(50.9%)과 요기요(41.1%)가 양분하고 있었다. 그러나 작년 12월 조사에선 배민이 68%, 요기요는 19%로 떨어졌고 무명이었던 쿠팡이츠가 10.4%로 치고 올라왔다. 하락한 요기요 점유율을 배민과 쿠팡이츠가 나눠가진 셈이다. 올해 1월 조사에서 배민과 요기요 점유율은 각각 66%, 18%로 떨어졌고 쿠팡이츠가 14%까지 올랐다.

공정위는 매각을 명령하면서 DH가 의도적으로 요기요 경쟁력을 낮추지 않도록 △각 앱 분리·독립 운영 △실질 수수료율 변경 금지 △계열 앱으로의 전환 강제 및 유인 금지 △소비자 혜택 차별 금지 등 매각 완료 때까지 현상 유지를 명령했다. 이런 까다로운 유지 조건이 배민, 쿠팡이츠가 할인 쿠폰을 대거 배포하고 배달료를 인하하는 공격적인 마케팅을 벌이는 동안 오히려 성장을 멈추게 하는 독이 됐다.

강지원 국회입법조사처 금융공정거래팀 입법조사관(미국 변호사)은 “플랫폼 산업은 점유율이 높은 독과점 사업자라도 혁신적 사업모델에 따른 후발주자에게 단기간 내 추격당할 수 있다”며 “공정위는 쿠팡이츠가 고수한 ‘1주문1배달’ 모델이 전국시장으로 확대될 가능성에 의문을 제기했으나 6개월 만에 쿠팡이츠는 전국으로 확장하고 있으며 배민도 1주문1배달을 도입하는 등 시장 양상은 공정위 예측과는 다른 방향으로 전개되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