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이어트 식품도 맛있게 만들어 먹어야지.” 지난 3월 한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방송인 박나래가 먹은 19kcal 미역국수가 소셜미디어(SNS) 상에서 화제를 모았다. 해당 제품은 보고쿡의 미역국수로, 포털 사이트 네이버 쇼핑 검색에서 국수 부문 1위에 오르며 누적 판매량 60만팩을 넘어섰다.

미역국수를 기획하고 제작, 홍보, 판매한 더에스엠씨그룹의 김용태(37) 대표는 십 수년간 다양한 소셜미디어 채널을 통해 콘텐츠 마케팅을 진행해 온 경험을 토대로 콘텐츠 커머스 영역에 뛰어들었다. “콘텐츠 전문가로 일하며 얻은 노하우를 활용해 ‘팔면서 브랜딩 하는 사업’에 도전했다”는 게 그의 설명이다.

김용태 더에스엠씨그룹 대표. /더에스엠씨그룹

김 대표는 대학생이던 2009년 콘텐츠 사업에 뛰어들었다. 처음엔 소기업의 블로그 마케팅으로 시작했지만, 현재는 대기업들의 소셜미디어 운영 대행과 영상 콘텐츠 제작 및 판매, 콘텐츠 커머스 사업 등을 전개하는 뉴미디어 종합 콘텐츠 기업으로 성장했다.

더에스엠씨그룹이 연간 생산하는 디지털 콘텐츠는 약 3만개. 삼성, CJ, 롯데 등 130여개 브랜드의 SNS 채널도 이곳에서 운영한다. 창업 후 연평균 성장률은 73%, 2016년 120억원이던 연매출은 지난해 800억원으로 증가했다. 올해는 콘텐츠(900억)와 커머스(300억)를 포함해 1200억원의 매출을 목표하고 있다.

2019년부터는 자회사 콘크리를 통해 커머스 영역으로 사업을 확장했다. 콘텐츠를 이용해 브랜드를 홍보하는 걸 넘어 직접 쇼핑몰을 구축해 소비자에게 판매하는 D2C(Direct To Consumer) 형태다. 간편식 브랜드 ‘보고쿡’, 반려동물 전문 브랜드 ‘피피픽’, 건강식품 브랜드 ‘본딜리셔스’ 등의 D2C 몰을 개설하고 30여 개의 자체 브랜드(PB) 제품을 출시했다. D2C 몰은 월 이용자(MAU) 35만명 이상을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모든 제품은 소비자의 문제 해결(UPS·User Problem Solving)을 목표로 기획됐다. 기존의 시장이 아니라,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파는 것이다. 미역국수의 경우 다이어트를 맛있게 하고 싶어 하는 소비자의 고민을 해결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1만7000건이 넘는 쇼핑몰 후기가 제품의 인기를 방증한다. “저칼로리 식품답지 않게 맛있다”는 반응이 주를 이룬다.

김 대표는 “이미 시중엔 곤약국수와 같이 칼로리가 낮은 국수가 출시됐지만, 이런 제품은 맛없다는 인식이 컸다. 맛있게 면치기(면을 큰 소리를 내며 먹는 것)를 하며 살을 빼고 싶어 하고 싶어하는 사람들을 위해 미역국수를 개발하고, 그에 맞는 판매 스토리를 콘텐츠로 구현해 호응을 끌어냈다”고 설명했다.

예능 프로그램 '나혼자 산다'에 나와 인기를 끈 보고쿡 미역국수 슬림19. /유튜브 영상 캡처

자사 D2C 사업이 호응을 얻자, 직영몰 대행과 컨설팅을 의뢰하는 업체도 생겼다. 현재 LG생활건강의 피지오겔 등 5개 브랜드의 D2C몰을 대행 중이다.

콘텐츠 전문 기업이 D2C 쇼핑몰 운영에 성과를 낸 이유는 콘텐츠와 커머스의 경계가 사라지고 있어서다. 특히 MZ세대(밀레니얼+Z세대, 1980~2004년생)가 영상을 선호하면서, 소셜미디어 상에서 흥미로운 영상으로 사람을 모아 오픈마켓의 상품 판매 페이지로 연결해 구매를 유도하는 마케팅이 보편화됐다.

하지만 이런 방식은 고객 유입 경로나 데이터를 파악할 수 없어 고객 관리에 한계가 있다고 김 대표는 지적했다. 소셜미디어의 구독자를 고객으로 전환하기 위해선 제대로 된 D2C몰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단순히 판매를 위한 플랫폼이 아닌 브랜드 우호도를 단단하게 쌓은 구독자를 위한 핵심 채널로 직영몰을 구축해야 한다”며 “이를 통해 얻은 고객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하면 팔면서 브랜딩을 하는 모델로 만들 수 있다”고 말했다.

김 대표는 기업과 기업간 거래(B2B)와 기업과 소비자 간 거래(B2C)를 결합한 B2B2C(Business to Business to Customer) 플랫폼으로 커머스 사업을 키운다는 구상이다. 그는 “판로가 한정된 우수한 중소 제조기업을 발굴해 소비자가 원하는 상품을 함께 기획하고, 브랜딩과 판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M2B2C(Manufacturer to Business to Customer) 플랫폼으로 성장할 방침”이라며 “이를 통해 내년엔 커머스 사업에서만 1000억원의 매출을 달성할 계획”이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