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이 해마다 납부할 300억원대 증여세 재원을 어떻게 마련할지에 유통업계의 관심이 모이고 있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정 부회장의 증여세 재원 마련에는 이마트(139480)광주신세계(037710) 등의 배당금과 정 부회장이 소유한 삼성전자 주식 등이 활용될 전망이다.

그래픽=송윤혜

신세계그룹은 ‘대형마트 정용진’과 ‘백화점 정유경’ 체제를 구축하면서 지난해 9월 이명희 회장이 보유한 이마트와 신세계 주식을 각각 증여했다. 정 부회장은 당시 주가 기준으로 약 3200억원의 가치를 지닌 이마트 지분 8.22%를 받았다.

정 부회장이 이마트(139480)의 최대주주로 올라서면서 증여세율도 할증돼, 최종 증여세 1917여억원이 부과됐다. 이 때문에 정 부회장은 지난해 12월 분당세무서에 연부연납제도를 활용하겠다고 신고하고, 이마트 주식 140만주(5.02%)를 담보로 제공했다. 기한 내에 증여세 잔여분을 납부하지 못하면 담보 자산이 공매 처리된다.

정 부회장은 증여개시일에 증여세액 중 6분의 1에 해당하는 320억원을 내고, 남은 금액을 5년에 걸쳐 연납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이때 잔여세액 약 1600억원에는 2020년 기준 연율 1.8%를 적용한 가산금이 추가된다.

이에 따라 해마다 납부해야 할 증여세는 330여억원 정도다. 최근 3년 평균 이마트에서 수령한 연봉이 35억1300만원인 정 부회장이라도, 근로소득만으로는 충당하기 어려운 금액이다.

① 이마트 배당 늘리거나, 주식담보 대출 고려할 만

가장 가능성이 큰 시나리오는 정 부회장이 지분 18.56%를 가진 이마트와 52.08%를 보유한 광주신세계(037710)의 배당을 늘리는 것이다.

정 부회장은 2020년도 이마트와 광주신세계 배당으로 각각 103억원, 29억원 등 132억원을 받았다. 정 부회장이 지난 2010~2019년 이마트 등에서 받은 배당금이 총 400억원대다. 지난해 1년치만으로 10년 동안 받은 배당수익 3분의 1에 맞먹는 액수를 수령한 것이다.

보유 주식을 담보로 대출을 받는 방법도 있다. 10일 이마트(16만원)와 광주신세계(19만9500원) 종가를 기준으로, 정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의 가치는 각각 8300억원, 1650억원으로 두 회사를 합해 1조원에 육박한다. 다만 이 경우에는 대출 원리금을 추가로 상환해야 한다는 부담이 더해진다.

② ‘1조' 삼성전자 주식 향방은?…연 배당금만 300억 추정

유통업계에서 주목하는 부분은 정 부회장이 보유한 것으로 알려진 삼성전자 주식이다.

삼성전자에 따르면 정 부회장은 지난 2011년 6월 말 기준으로 삼성전자 주식 29만3500주를 보유 중이었다. 이중 4만8500주를 지난 2015년 590여억원 정도에 처분했고, 이후 이마트 지분을 증여받는 과정에서 일부 활용한 것으로 추정된다.

이마트 가양점 전경. / 이마트 제공

이후 추가 처분이 없다는 가정 하에 삼성전자가 지난 2018년 5월 50대 1로 단행한 액면분할을 감안하면, 정 부회장이 보유한 주식 수는 약 1225만주로 추산된다. 최근 종가인 주당 8만1000원으로 계산해도 1조원에 육박하는 가치다.

만약 주식을 매도한 자금으로 남은 증여세를 한꺼번에 낸다면 연부연납을 취하할 수 있다. 이 경우 70억원 정도인 가산금 부담이 줄어든다는 장점이 있다.

당분간 보유하면서 배당금 수익을 거두는 방법도 있다. 삼성전자는 2018년 이전까지 중간배당 1회를 포함해 주당 연간 2만~3만원을 배당했다. 이 시기에 정 부회장이 수령할 수 있는 배당금은 연 50억~70억원으로 추산된다.

최근에는 예상 배당수익이 더 늘어난 상태다. 삼성전자가 적극적인 주주환원 정책을 펴면서 분기별 배당과 연간 실적에 따른 특별배당 등을 지급하기 때문이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1~3분기에 분기별로 주당 354원을, 올해 1분기에는 주당 361원을 배당했다. 결산 배당으로 보통주 주당 354원과 특별배당금 1578원 등 1932원을 지급했다. 연간 배당금만 주당 2000~3000원을 수령할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이 경우 정 부회장이 보유한 것으로 추정되는 삼성전자 주식으로 받을 수 있는 배당금은 연간 300억원대다.

다만 정 부회장의 지분율이 5%에 미달해 공시의무가 없기 때문에 현재 보유 주식 수는 공개되지 않았다.

③ 300억원 자택 처분?…분당집은 그대로 보유 중

정 부회장이 소유한 경기 성남시 분당구 단독주택을 처분하거나 대출 담보로 활용할 것이란 관측도 있었지만, 이는 가능성이 낮은 시나리오라는 분석이다.

정 부회장의 자택은 대지면적 4467㎡, 건물 연면적 3049㎡인 지하 2층, 지상 2층짜리 단독주택이다. 2021년 기준 공시가격은 163억원이다. 단독주택 공시가격은 대개 시세의 50~60% 수준인 점을 감안하면, 실제 매매가치는 300억원에 육박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이를 담보로 대출을 받기는 어렵다. 정부가 집값 안정을 위해 지난 2019년 발표한 12·16 대책에 따라, 시세 15억원을 초과하는 주택으로는 담보대출을 받을 수 없기 때문이다.

우병탁 신한은행 부동산투자자문센터 팀장(회계사)은 “일반 주택담보대출은 불가능하지만 은행 여신사업부 재량에 따라 주택을 담보로 기업운영자금 대출을 시행하는 방법도 있긴 하다”면서도 “다만 이는 개인사업자 등이 주 대상인 만큼 정 부회장의 직책과 기업 규모 등을 고려했을 때는 맞지 않는 방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