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희 신세계그룹 회장이 강희석 이마트·SSG닷컴 대표에게 이베이코리아 인수 계획을 보고 받았다.
11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강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을 앞둔 지난 5월 중순 이 회장을 만나 이베이코리아 인수 계획을 직접 보고했다.
올해 79세인 이 회장은 지난해 자녀인 정용진 신세계그룹 부회장과 정유경 신세계백화점 총괄사장에게 각각 이마트와 신세계 지분 8.22%를 증여해 최대주주 자리를 내줬다.
신세계그룹에 정통한 한 고위관계자는 “인수합병과 같은 이슈는 이사회를 통해 대표이사가 최종 결정하지만, 대형 프로젝트의 경우 오너에게 보고하고 동의를 구하는 게 관례”라며 “이번 인수 건 역시 그런 차원에서 회장 보고가 이뤄진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지난 7일 마감한 이베이코리아 본입찰에는 이마트(139480)와 롯데쇼핑(023530)이 인수의향서를 제출했다. 이마트는 네이버와 컨소시엄 형태로, 롯데쇼핑은 단독으로 참여했다. 이들은 국내 오프라인 유통업계 양대산맥이지만,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이 각각 3%, 5%에 불과해 이번 인수전에 큰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적격인수후보(숏리스트) 명단에 이름을 올린 후에도 신세계그룹 내부에선 이베이코리아 인수에 대한 부정적인 시각이 있던 것으로 알려졌다. 국내 이커머스 시장 12%를 점유한 이베이코리아를 인수하면 단번에 업계 2위로 올라설 수 있지만, 이베이 본사가 희망하는 매각가 5조원은 과하다는 인식에서다. 특히 4조원 안팎으로 예상되는 인수금액과 기존 사업과의 시너지를 위한 추가 투자 비용 등을 고려하면, 인수합병으로 인해 재무건전성이 악화될 것이란 우려가 컸다.
그런데도 강 대표는 이베이코리아 인수를 밀어붙였다. SSG닷컴이 2019년 법인 출범 당시 어피너티에쿼티파트너스와 블루런벤처스(BRV) 등 재무적 투자자(FI)로부터 1조원의 투자금을 유치한 만큼, SSG닷컴을 상장시켜야 한다는 의지가 강해서다.
SSG닷컴은 FI과 5년 내 기업공개(IPO) 요건을 전제로 풋백옵션(환매청구권)을 체결했다. 이에 따르면 FI는 거래액(GMV) 또는 IPO 요건을 충족하지 못할 경우 SSG닷컴에 풋백옵션을 요구할 수 있다.
SSG닷컴이 2023년까지 달성해야 할 거래액 목표는 10조원이다. 지난해 거래액은 전년 대비 37% 증가한 3조9236억원이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후 높은 성장세를 보이고 있지만, SSG닷컴만으로 3년 내 10조원을 달성하기엔 무리가 있다는 게 업계의 평가다. 유통업체 한 관계자는 “강 대표는 이베이코리아를 붙여 SSG닷컴의 외형을 키우는 구상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이마트 관계자는 “대표의 스케줄을 일일이 확인하긴 어렵다”며 “신세계그룹은 전문 경영인 체제를 표방한다. 이번 인수건 역시 강 대표가 책임지고 진행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마트는 앞서 2500억원 규모의 지분 교환 계약을 맺은 네이버와 함께 본입찰에 참여했다. 이마트의 현금성 자산은 1분기 기준 1조638억원이다. 최근에는 이마트 가양점 등의 부동산을 처분해 약 7500억원의 현금을 마련했다. 금융권에 따르면 하남 스타필드를 담보로 인수금융을 조달하는 방안도 검토한 것으로 알려진다. 이베이의 우선협상대상자는 이베이 본사 이사회가 열리는 다음 주 중 발표될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