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골프가 대중 스포츠로 인기를 끌면서 골프장 인수합병(M&A)이 활발하다. 골프장 몸값이 천정부지로 뛰면서 한 홀당 100억원을 넘어서는 가격에 골프장 매매가 이뤄질지 주목된다. 호황을 틈타 골프장을 매각하려는 기업들은 자산재평가에 적극 나서고 있다.
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한화그룹은 충청남도 태안에 위치한 골프장 골든베이골프클럽(GC) 매각을 진행 중이다. 이 곳은 대중제 골프장으로 27홀로 이뤄져 있다. 회사측이 희망하는 매각가는 약 2700억원이다. 홀당 100억원인 셈이다. 이 곳은 위치상 수도권과는 다소 거리가 있지만 코스 관리가 잘 돼있고 부대 시설의 상태가 좋아 시장에서 높은 평가를 받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한화그룹은 골프장의 가치를 제대로 평가받지 않으면 매각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한화호텔앤드리조트 관계자는 “재무 안정성 확보를 위한 다양한 대안 중 하나로 골든베이GC 매각을 추진 중”이라면서 “기대 수준의 가격을 시장에서 인정받지 못한다면 굳이 매각하진 않을 방침”이라고 말했다.
한국경제신문과 한국경제TV가 2017년 은강엘앤디로부터 인수한 경기도 포천의 포천힐스컨트리클럽(CC)도 M&A 시장에 나온 것으로 알려졌다. 매각가는 약 3000억원 안팎으로 추정된다. 2010년 27홀 규모로 문을 연 포천힐스CC는 수도권 북부 지역에서 인기 있는 대중제 골프장 중 하나로 꼽힌다. 한국경제와 한국경제TV는 이 곳을 약 1260억원 안팎에 인수했는데, 4년만에 몸값이 두 배 이상 급등한 것이다.
지금까지 가장 높은 가격에 팔린 곳은 경기도 이천에 위치한 대중제 골프장 사우스스프링스CC였다. 작년말 사모펀드 운용사 센트로이드PE는 이 골프장 지분 87.32%를 BGF로부터 1502억원에 인수했다. 홀 한개당 96억원의 값을 주고 인수한 것이다. 경기도 안성에 위치한 골프클럽 안성Q와 아덴힐CC가 약 1400억원에 자산운용사와 PEF에 팔렸는데 홀당 가격은 약 78억원 수준이었다. 경기 여주 스카이밸리와 강원 홍천 클럽모우는 각각 2579억원, 1850억원에 매각됐다.
골프장의 몸값이 급등하면서 자산 가치 재평가에 나서는 골프장들도 늘고 있다. 강원 횡성의 옥스필드CC와 경기 파주의 타이거CC, 경기 포천의 필로스CC 등이 현재 자산 가치 재평가를 준비 중이다. 자산 가치 재평가는 골프장 매각을 준비하거나 금융기관 대출 등을 대비해 실시하는 경우가 많다.
심재훈 삼정KPMG 딜어드바이저리4본부 상무는 “예전엔 부동산의 가치를 평가할 때 토지비는 산정하지 않고 수익 가치를 중심으로 진행됐다”면서 “최근엔 공시지가를 토대로 토지비를 가산하거나, 감정평가법인을 통해 입지나 규모가 유사한 골프장의 M&A 가격을 대입하는 방식의 ‘거래사례비교법’을 적용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반면 오너가 소유한 기업 일부는 골프장의 자산 가치 재평가를 기피하는 움직임도 있다. 세금 때문이다. 자산 가치 재평가를 해 가치가 오르면 납부해야할 재산세가 늘어나기 때문이다. 여기에 추후 자녀에게 지분을 증여하거나 상속할 때 내야하는 증여·상속세도 함께 오르게 된다.
사조산업이 소액주주들의 잇따른 요구에도 불구하고 캐슬렉스CC의 자산 가치 재평가를 시행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사조산업은 주진우 회장의 아들인 주지홍 사조산업 부사장으로 경영권 승계 작업을 진행 중이다. 사조산업은 사조그룹의 계열사인 캐슬렉스 서울과 사실상 주지홍 부사장의 개인회사인 캐슬렉스 제주의 합병을 추진하다 소액주주의 반발에 이를 철회한 바 있다.
이현균 에이스골프 애널리스트는 “최근 골프장들의 가치가 시장에서 높게 평가를 받으면서 대출 계획이 있는 골프장들은 레버리지(가용할 수 있는 자금) 확보를 위해 자산 가치 재평가를 추진하는 상황”이라면서 “다만 기업 오너들이 계속 보유하려는 골프장들은 자산 가치 재평가를 하면 세금만 늘기 때문에 실익이 없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