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이 내달부터 정기배송 할인 혜택을 전면 종료한다. 한 달에 한 두번씩 정기적으로 물건을 주문하면 5~10%씩 할인을 해줬는데, 앞으로는 이러한 혜택을 받을 수 없다. 정기배송은 주로 기저귀·물티슈 등을 주문하던 고객들이 많이 이용했는데, 이들의 불만이 커질 전망이다.
27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다음 달 25일 전체 정기배송 제품에 대한 할인을 종료할 예정이다. 쿠팡은 지난해부터 정기배송 혜택 일부를 종료해 왔는데, 이번에 완전히 혜택을 없애는 것이다. 쿠팡 측은 “정기배송 대신 로켓와우(월 2900원 유료 회원제)에서 더 많은 혜택을 제공하겠다”고 했다.
쿠팡은 지난 2015년 정기배송을 도입했다. 정기배송 고객에겐 1개 이상 구매 시 5% 할인, 3개 이상 구매 시 10%를 할인하는 혜택을 제공했다. 한 번의 카드 등록으로 원하는 날짜에 알아서 제품이 배송됐다.
이날 기준 쿠팡의 정기배송 고객은 40만 명을 넘어섰다. 매일 사용하는 기저귀, 물티슈, 생수, 세제 등이 구매 빈도가 높은 품목이다. 특히 기저귀와 분유 등은 아이의 성장 단계에 따라 사용하는 제품을 바꿀 수 있도록 돼 있어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이 많이 찾았다.
그러나 가장 큰 이용 원인이었던 정기배송 할인 혜택이 종료되자 고객들은 불만을 표시하고 있다. 지역 맘카페에선 “할인 혜택을 조금씩 줄이더니 결국 없앴다”며 “정기배송 자체를 끊어야겠다”는 반응이 나온다.
쿠팡이 정기배송 혜택을 없애는 것은 지속되는 적자를 줄이기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쿠팡이 금융감독원에 제출한 감사보고서에 따르면 이 회사는 지난해 매출 13조9236억원, 순손실 5504억원을 냈다.
적자의 주된 원인은 매입 원가 대비 낮은 판매 가격과 인건비 부담이다. 쿠팡의 지난해 매출 원가는 11조5830억원, 인건비는 2조7352억원으로 이 둘을 합치면 약 14조3182억원이다. 원가와 인건비만 합쳤을 뿐인데 매출을 초과한다. 여기에 물류, 배송, 수수료, 마케팅비 등의 판매관리비가 그대로 영업적자로 반영된다.
쿠팡은 올 1분기 4조7000억원의 매출을 냈지만 33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매출 원가는 3조8857억원이다. 인건비는 공개하지 않았지만 쿠팡이 미국 증시에 상장하며 직원들에게 지출한 주식 보상 비용 980억원(8700만달러)이 늘었다.
적자 폭을 줄여야 하는 쿠팡에겐 선택지가 많지 않다. 매입 원가를 낮추자니 납품 업체의 반발이 예상되서다. 일부 납품 업체는 지난 2019년 매입 단가 인하를 요청했다며 쿠팡을 대규모 유통업법 위반 혐의로 공정거래위원회에 신고했다. 물류·배송 인력 등 2025년까지 5만명 추가 고용에 나선 상황에서 인건비를 낮추기도 쉽지 않다. 결국 정기배송 할인 등 소비자들에게 돌아가던 혜택을 줄일 수밖에 없는 구조다.
박종대 하나금융투자 연구원은 “쿠팡의 영업 적자가 큰 이유는 싸게 팔고 있기 때문”이라며 “매출총이익률(GPM)이 15%인데 직매입 방식이라는 점을 감안하면 대단히 낮은 수준”이라고 했다. 그는 이어 “가격 경쟁이 심한데 배송을 내재화하며 판관비율은 21%에 이른다”고 설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