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달 앱(애플리케이션)을 운영하는 배달의민족이 배민커넥터(일반인 배달원)의 배달 가방 사용을 의무화한다. 그간 커넥터들이 가방 없이 배달해 1000~5000원의 배달비를 내고 시킨 음식이 식어서 오거나 더운 여름에 상하는 경우가 있었는데, 이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다.
2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배달의민족은 다음달 18일 배민커넥터 배송 대행 계약 약관을 개정해 7조에 ‘가방 또는 배달함 사용 의무에 관한 조항’을 신설할 예정이다. 기존 약관은 이달 31일 종료된다. 다음 달 1일부터 17일까지 개정 약관 동의 절차가 모바일 앱을 통해 진행된다.
배달의민족 로고가 있는 가방이 아니더라도 보온·보냉 기능이 있는 가방이면 된다. 약관을 위반하면 사안에 따라 계약이 해지될 수 있다. 배달의민족 관계자는 “그동안 커넥터의 가방 이용은 권고 사안이었으나 고객의 배달 경험 향상을 위해 의무 조항을 추가했다”고 말했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으로 배달 수요가 늘며 이른바 ‘도자킥’(도보·자전거·킥보드)으로 배달하는 사람이 증가했다. 전업 배달원은 아니지만 퇴근 후나 휴일 등 남는 시간에 운동 삼아 배달하며 용돈을 버는 것이다. 2019년 모집을 시작한 배민커넥터는 최근 5만명을 돌파했다.
하지만 이들 중 일부가 보냉·보온 가방 없이 맨손으로 배달하면서 여름에 아이스커피 얼음이 녹거나 음식에 외부 이물질이 유입되는 경우가 종종 발생했다. 이 때문에 “가방 없이 배달하는 사람에게 피자를 받았다. 다 식은 피자를 먹게 돼 불쾌했다” 등의 후기가 온라인 사이트에 올라오기도 했다.
상황이 이렇자 배달 앱에 입점한 가게 업주들도 가방 없는 배민커넥터를 기피했다. 별점과 배달 후기가 가게 매출과 직결되는데, 맨손 배달로 음식이 식으면 별점 하락의 원인이 됐기 때문이다. 배민측은 약관이 적용되면 고객들이 품질 변화 없이 배달 음식을 받아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배달원들 사이에선 의견이 분분하다. 배달 가방 의무화를 찬성하는 쪽이 있는 반면 일부 도보 배달원들은 불만을 표시했다. 1km가 넘는 곳에 배달하는 경우가 많은데, 배달 가방까지 들고 다니게 하는 것은 무리한 요구라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