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주가가 사상 처음으로 공모가 아래로 떨어졌다. 미국 뉴욕증권거래소(NYSE) 상장 이후 첫 분기 실적을 발표한 여파다. 공격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매출은 70% 이상 성장했지만 순손실 규모가 더 빠르게 늘어나면서 애널리스트 추정치를 4배 상회한 것이 영향을 미쳤다. 추가적인 주가 부양을 위해선 쿠팡이 기초체력을 증명할 필요가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13일(미국 현지시각) 쿠팡 주가는 장중 34.97달러까지 하락해 미국 첫 상장일인 3월 11일 이후 최저치를 기록했다. 이후 하락폭이 줄어 35.33달러에 거래를 마쳤지만 장 마감 후 1분기 실적이 공개되자 시간외거래에서 3% 넘게 하락하면서 34.16달러까지 내렸다.
쿠팡이 공개한 1분기 매출은 42억686만달러(4조7000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74% 증가했다. 쿠팡에서 한번이라도 제품을 구매한 적이 있는 활성 고객(active customer) 수는 21% 증가한 1603만명, 활성 고객 1인당 순매출도 44% 늘어난 262달러(29만4900원)를 기록했다.
올 들어 신종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면서 소비심리가 개선돼 한국 백화점 등 오프라인 매출이 증가했지만 여전히 전자상거래에 대한 소비자들의 선호도가 높다는 것이 쿠팡 실적으로 증명 됐다. 1분기 네이버 커머스 부문과 이베이코리아 매출 증가율이 각각 40.3%, 24.7%였던 것에 비하면 눈에 띄는 외형 성장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주가가 하락한 건 매출보다 순손실이 3배로 확대됐기 때문이다. 쿠팡의 1분기 당기순손실은 2억9503만달러(3335억원)로 지난해 1억535만달러(1120억원)에서 180% 늘었다. 미국 투자자들이 주요 투자 지표로 삼는 주당 순손실은 0.68달러로 미국 금융정보업체 팩트셋이 애널리스트들에게 조사한 추정치 0.16달러를 4배 이상 웃돌았다.
순손실 확대는 각종 비용이 급증한 영향이다. 쿠팡의 영업비용과 판매관리비를 합한 전체 비용 지출은 44억7417만달러(5조원)로 전년도 24억8689만달러(2조8000억원)에서 80% 늘었다. 쿠팡은 기업공개(IPO)와 임직원에 대한 주식보상비 8700만달러(984억원)가 일시적인 지출로 들어갔다고 전했다.
그러나 이런 일시적인 비용 지출을 제외해도 순손실 규모는 전년 대비 두배 가량 늘어난 것으로 추정된다. 판매가를 최저가로 낮추고 배송료를 없애는 공격적인 방식으로 신규 가입자 수를 확대하는 사업모델 때문이다. 물류센터, 인력, 기술 인프라 확대에 대규모 투자를 진행하면서 조정 후 EBITDA(세전·이자지급 감가상각 전 영업이익) 손실은 1억3296만달러(1500억원)로 전년도 4184만달러(470억원)에서 3배 확대 됐다.
작년 3억달러(3300억원) 흑자로 전환했던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1분기 1억8300만달러(2066억원) 적자로 전환했다. 쿠팡 측은 “운전자본을 위한 현금 사용이 늘었기 때문인데 재고 투자 및 매입채무 타이밍 때문이며 가까운 시기에 정상화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쿠팡은 앞으로 전국에 7개 물류센터를 새로 짓겠다고 밝혔고 4월부터 조건없는 무료 배송을 도입하는 등 마케팅 전략을 강화하고 있어 손실 규모는 더욱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한 벤처투자사 대표는 “쿠팡은 그동안 비상장사였고 소프트뱅크 같은 해외 투자자의 전폭적인 지원이 있었기 때문에 4조원의 누적 적자에도 공격적인 확장을 이어갈 수 있었지만 상장사가 된 지금은 상황이 다르다”며 “가시적인 실적으로 투자자들을 설득해야 한다”고 말했다.
김범석 쿠팡 이사회 의장은 이날 투자자들과의 컨퍼런스콜에서 “지난해 코로나19로 우호적인 시장 환경이 형성됐고 올해 코로나19로 일부 영업 센터가 폐쇄됐음에도 불구하고 매출이 성장했다”며 “내년에는 그동안 구축했던 인프라 50% 이상을 추가로 구축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