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 CGV가 오는 24일 터키 최대 영화사 마스엔터테인먼트그룹(마스)을 인수하는 과정에서 재무적투자자(FI)와 맺은 파생상품계약 정산금 3532억원을 지급하고 지분을 되사온다. 회사 측은 “경영상 최대 불확실성이 해소된다”며 기대감을 드러냈지만 재무구조 개선까지 시간이 걸릴 것이란 게 신용평가사와 증권업계 평가다.

그래픽=김란희

6일 CJ CGV(079160)에 따르면 이 회사는 24일 메리츠증권에 지급할 돈으로 3531억9800만원을 계상했다. 메리츠증권은 지난 2016년 CJ CGV가 마스를 인수하는 과정에 FI로 참여, 2900억원을 투자해 마스 지분율 36.0%를 보유한 2대 주주가 됐다. 정산이 끝나면 메리츠증권은 보유 지분을 CJ CGV에 넘기고 이 사업에서 손을 뗀다. CJ CGV의 마스 지분율은 39.2%에서 75.2%로 늘어난다.

CJ CGV는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이전인 2019년 영업이익 1220억원의 3배에 달하는 현금을 한꺼번에 지출하면서도 홀가분해 하는 분위기다. CJ CGV의 한 관계자는 “터키 파생상품계약에 따른 회계상 손실은 이미 재무제표에 반영이 됐지만 기업 경영과 관련한 불확실성이 주가에 리스크로 작용해 왔다”며 “정산이 끝나면 이런 불확실성이 해소되고, 코로나19 이후 터키 영화시장이 회복되면 그에 따른 지분 가치 상승을 기대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CJ CGV의 이른바 터키 리스크는 지난 2016년 시작됐다. 이 회사가 마스를 인수하면서 메리츠증권과 맺은 총수익스왑(TRS) 계약이 발단이었다. TRS 계약은 만기 때 투자자의 원금을 보호하기 위한 장치다. 메리츠증권이 보유 지분을 3자에게 매각할 때 기대수익이 투자금 대비 적으면 차액을 현금으로 정산해주는 것이다. CJ CGV는 투자자가 절실하기도 했지만 터키 영화시장이 성장할 것이란 전망을 토대로 TRS 계약을 맺었다.

문제는 2018년 이후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면서 생겨났다. 2016년 1리라당 400원대에 거래되던 리라화는 2018년 미국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가 자국 목사를 장기 억류하고 러시아산 미사일을 도입한 터키에 고율 관세를 매기면서 경제가 불안정해지자 1리라당 200원을 밑돌았다. 현재 131.41원(4월 30일 기준)에 거래되고 있다. 불과 5년새 3분의1토막이 난 셈이다. 리라화로 수입을 벌어들이는 마스의 원화 환산 손실은 눈덩이처럼 불어났다.

이 회사의 부채비율은 지난해 닥친 코로나 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작년 말 기준 1413%까지 급등했다. 신종자본증권(영구채·회계상 자본으로 인정되는 후순위채) 등 부채 성격이 내재된 자금조달 금액은 2016년 2900억원에서 작년 기준 1조536억원까지 급증했다. 국내와 해외 모두 영화관 운영이 중단되면서 연결 기준 3887억원의 영업손실을 내 자금사정이 더욱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올해 코로나19 백신이 보급되며 중국은 2019년 수준의 관객 수를 회복하는 등 실적이 개선될 조짐이 나타나고 있지만 신용평가사와 증권업계에선 낙관하기 어렵다고 분석한다. 한국신용평가는 지난달 CJ CGV의 신용등급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하면서 “흑자 전환 시기가 불확실하고 실질 재무부담이 여전히 높다”고 지적했다. 지난해 나이스신용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회사 신용등급을 A에서 A-로 낮췄다.

김수강 한신평 애널리스트는 “할리우드 영화배급 정상화 기대감이 커지고 있지만 CJ CGV가 진출한 신흥국은 백신 공급·접종과 집단면역 형성엔 다소 시일이 소요될 전망이어서 올해 안에 손익분기점 이상의 영화관람 수요가 회복될 지 불투명하다”며 “글로벌 배급사들이 자체 온라인 동영상 서비스(OTT)플랫폼을 통해 작품을 공개하는 사례가 증가하고 있어 코로나19 이후 영화 공급채널이 다변화될 가능성이 있다”고 설명했다.

메리츠증권과의 TRS 계약은 일단락됐지만, CJ CGV가 맺은 또 다른 FI와의 계약은 여전히 부담이 될 전망이다. 이 회사는 마스 인수 과정에서 사모펀드 IMM인베스트먼트로부터 1000억원의 투자를 유치했는데 올해 기업공개(IPO)를 조건으로 드래그얼롱(동반매도요청권·지배주주 지분까지 제3자에게 매각할 수 있는 권리)을 부여했다. 그러나 올해 IPO는 사실상 불가능해졌고 코로나19 이후 자금 회수 방안에 대해 양측이 협의를 진행 중이다.

작년 취임한 허민회 신임 대표이사의 어깨도 무거워졌다. 1989년 CJ제일제당으로 입사한 허 대표는 2012년 CJ푸드빌 대표를 맡은 뒤 2013년 CJ 경영 총괄을 거쳐, 2016년 CJ오쇼핑 대표이사, 2018년엔 CJ ENM E&M 부문 대표를 지냈다. 작년 실적 발표 후 허 대표는 “2021년은 코로나 극복과 실적 회복의 전환점을 만들기 위해 자구노력을 강화하는 한 해가 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