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빌까르 살몽은 40개 마을에서 포도를 공급받습니다. 포도의 다양성을 확보해 샴페인의 완벽한 균형점을 찾기 위해서입니다. 특히 샤르도네는 4곳의 그랑 크뤼 마을에서만 수확합니다."

빌까르 살몽의 수출 매니저 티보 카솔리(Thibault Casoli)가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 나라셀라 도운에서 기자 간담회를 했다./변지희 기자

프랑스 샴페인 하우스 '빌까르 살몽(Billecart Salmon)'이 한국 시장에 '르(Le) 시리즈'를 선보이며 품질 철학을 강조했다. 빌까르 살몽의 수출 매니저 티보 카솔리(Thibault Casoli)는 지난달 21일 서울 강남 나라셀라 도운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우리는 총 300헥타르의 포도밭에서 포도를 확보한다"라며 "이 중 100헥타르는 가족이 직접 소유하고 있으며, 또 다른 100헥타르는 장기 계약을 맺은 파트너 포도밭으로, 빌까르 살몽이 인력을 파견해 관리에 깊숙이 관여한다. 나머지 100헥타르는 단기 거래를 통해 빈티지와 조건에 따라 우수한 포도를 구매하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같은 품종의 포도여도 기후, 토양에 따라 과실, 미네랄 등 돋보이는 맛이 다르기 때문에 이런 독특한 방법을 활용해 샴페인의 풍성한 맛을 구현한다는 것이다.

빌까르 살몽은 1818년 니콜라 프랑수아 빌까르와 엘리자베스 살몽 부부가 설립했다. 니콜라는 와인 거래업자였고 엘리자베스는 포도밭을 갖고 있었다고 한다. 엘리자베스의 오빠인 루이 살몽은 양조학자였다. 올해 102세인 5세대 장 롤랑 빌까르가 와이너리에서 거주하고 있고, 6세대인 프랑수아, 앙투안 형제를 거쳐 프랑수아의 아들인 7세대 마티유가 와이너리를 이끌고 있다.

카솔리 매니저는 "20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와이너리를 가족이 소유하면서 직접 경영에 참여하고 있다. 모든 결정과 운영이 가족들에 의해 지속되고 있다"라며 "8명의 위원회를 구성했는데 여기에 빌까르 가문의 가족들이 4명 참여해 깊게 관여하고 있다. 이들은 수시로 모여 700~800가지 이상의 샘플을 전부 시음하며 샴페인의 품질과 관련한 결정을 한다"라고 말했다.

그는 빌까르 살몽 샴페인의 특징으로 "균형감을 갖췄으면서도 신선하고, 우아하며 구조감이 있다"라고 설명했다. 빌까르 살몽 샴페인의 이런 특징은 ▲저온 침용(Cold Fermentation) ▲긴 숙성 기간 ▲배럴 양조 ▲낮은 당도를 통해 만들어 낸다.

빌까르 살몽은 저온 침용 방식의 창시자로 알려져 있다. 포도를 압착한 뒤 48시간 동안 섭씨 7도의 낮은 온도에서 안정화 과정을 거친다. 탱크 아래로 침전물이 가라앉으면 필터링을 통해 순수한 포도즙만 걸러낸다. 스틸 탱크에서 섭씨 13도에서 발효한다.

카솔리 매니저는 "굉장히 낮은 온도여서 효모가 활동을 안 한다는 이야기가 있는데, 우리는 이 온도에서 작용하는 특화된 효모를 넣어준다"라며 "저온에 발효하면 산도와 과일향·꽃향의 아로마를 보존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과정은 빌까르 살몽의 중요한 기술로 빌까르 가문 5세대인 장 롤랑 빌까르가 40년 전 고안한 방식이다"라며 "맥주를 만들 때 저온 발효하는 방식에서 아이디어를 얻어 현재까지 이 방식이 이어져 오고 있다"라고 말했다.

빌까르 살몽의 '르 시리즈'./나라셀라 제공

그는 또 "저온 발효를 하기 때문에 산도가 높고, 오랜 시간 숙성이 가능하다. 7대손인 마티유가 최고경영자로 부임한 후 가장 신경 쓴 부분이다"라며 "여러 해의 포도를 섞어서 만드는 논빈티지 샴페인은 15개월, 빈티지 샴페인은 36개월 이상 숙성한 후 출하하게 돼 있는데 빌까르 살몽은 법으로 정해진 기간보다 3~4배 넘는 기간 동안 숙성한 후 제품을 내놓고 있다"라고 말했다. 논빈티지 샴페인도 최소 3년, 길게는 6~7년 숙성해 내놓는다는 것이다.

일부 샴페인은 배럴에서 발효해 산화 풍미를 이끌어낸다. 새 배럴을 사용하면 타닌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에 평균 15년 이상 사용한 배럴을 쓴다고 한다. 카솔리 매니저는 "스틸 탱크 400개, 배럴 400개를 사용하고 있다"라며 "포도밭의 작은 구획별로 생산된 포도즙을 800개로 나눠 저장했다가 나중에 블렌딩한다. 각각 나눠서 보관해 포도 특징을 온전히 표현하기 위해서다"라고 말했다.

빌까르 살몽은 논빈티지 샴페인을 르 시리즈로 리브랜딩하고 이를 한국 시장에 선보였다. 르 리저브(Le Reserve), 르 로제(Le Rose), 르 블랑 드 블랑(Le Blanc de Blanc), 르 수 부아(Le Sous Bois) 총 4종이다. 논빈티지 샴페인은 한 해의 베이스 와인과 함께 여러 해 동안 보관해둔 와인을 블렌딩해 만드는데, 빌까르 살몽은 2020 빈티지에 2006~2019의 15개 빈티지를 섞는다.

당도를 대폭 낮춘 것도 특징이다. 2차 발효와 숙성을 거친 뒤 병 안에 남아 있는 효모 찌꺼기를 제거하면 그만큼 와인이 줄어드는데, 이때 보충액을 넣는 과정을 도사주(Dosage)라고 한다. 이때 첨가되는 당의 양이 최종 샴페인의 스타일과 당도를 좌우한다. 르 시리즈는 리터 당 1~6그램 미만의 당을 첨가한다. 리브랜딩 전에는 8그램 이상이었다고 한다.

카솔리 매니저는 "리브랜딩하면서 '마이 오리진(My Origin)' 홈페이지를 만들었다"라며 "병 라벨 뒤편에 있는 숫자 6자리를 마이 오리진에 입력하면 블렌딩 비율부터 사용한 빈티지의 비율, 숙성 기간 등 상세한 정보를 확인할 수 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