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재인 정부 임기 동안 지역 연고 등을 바탕으로 수혜를 입었던 유통기업들이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고민이 깊어지는 모습입니다.

새정부 출범과 기업의 영업 활동은 무관해야 한다고 경영계에서 강조합니다만, 정부마다 코드가 맞는 기업이 수혜를 입고 성장을 했다는 것은 업계에서 ‘공공연한 비밀’로 간주됩니다.

문재인 정부 5년 간 수혜를 입은 유통기업들은 어디가 있을까요? 업계 관계자들은 쌍방울과 풀무원, 삼양식품(003230), 오뚜기를 첫 손에 꼽습니다.

그래픽=손민균

◇ 고액후원으로 ‘親이재명’ 드러낸 쌍방울

최근 쌍용차 인수전에 뛰어들며 화제가 된 쌍방울(102280) 그룹은 대표적인 호남 유통기업입니다. 쌍방울은 과거 1990년대 전주를 홈구장으로 하는 프로야구단 ‘쌍방울 레이더스’를 운영했던 적도 있죠.

쌍방울과 ‘트라이’, ‘비비안’ 등 속옷 브랜드를 운영하는 내의 기업으로만 알고 있지만, 이 외에도 유압크레인 및 특장차 제조판매업체인 ‘광림’과 카메라 모듈 광학필터 생산업체인 ‘나노스’ 등을 계열회사로 두고 있습니다.

핵심 계열사로 거론되는 광림(014200)은 문재인 정부 5년 동안 매출이 2배 이상 급성장했습니다. 문재인 정부 수립 전인 2016년 연간 매출이 873억원에 불과했던 광림은 지난해 1884억원의 매출을 올렸죠.

문재인 대통령에 이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가 정권을 이어가길 바랬던 것일까요? 쌍방울의 주요 경영진들은 이번 대선을 앞두고 이 후보 측에 대규모 후원금을 냈습니다.

이재명 후보 캠프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에 제출한 회계보고서에 따르면 기명 후원금으로 양선길 쌍방울그룹 회장, 김세호 쌍방울 대표이사, 쌍방울그룹의 엔터테인먼트 계열사인 아이오케이컴퍼니의 한성구 대표, 광림의 사외이사인 이대성 DS부동산 컨설팅 대표가 각각 1000만원씩 후원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후원자 명단에는 전임 쌍방울 회장과 동명인 김성태씨도 1000만원을 납부한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다만 회계보고서 상 김성태씨의 생년월일이 ‘9999년 99월 99일’로 잘못 기재돼 있어 이 인물이 김 전 회장이 맞는지는 확인이 어려웠습니다.

쌍방울그룹은 이 후보의 변호사비를 대납했다는 의혹도 받고 있습니다. 이런 와중에 쌍방울그룹의 고액 후원 사실이 드러난 데 대해 국민의힘에서는 “쌍방울 그룹은 이 후보와 더불어민주당의 ‘화수분’인가”라며 “어디까지 검은 거래가 이뤄졌는지 밝혀야 한다”는 논평을 내기도 했습니다.

그래픽=박길우

◇ 민주당 5선 원혜영 의원 복귀한 풀무원…급식사업 급성장

식품업계에선 ‘풀무원’이 문 대통령 임기 동안 수혜를 톡톡히 봤다는 평가가 많습니다.

지난해 5월 공정거래위원회는 8개 대기업과 함께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진행했습니다. 당시 공정위는 대기업들이 계열사나 친족기업에 단체급식 일감을 맡겨온 게 ‘일감 몰아주기’ 성격이 있다면서 외부 중소·중견업체에 급식 시장을 개방하자고 제안한 것이죠.

공정위의 제안을 대기업들은 수용했고, 작년 하반기부터 단체급식 경쟁 입찰을 시작했습니다. 경쟁 입찰에서 빛을 본 건 풀무원이었습니다.

풀무원(017810)의 단체급식 계열사인 풀무원푸드앤컬쳐는 작년 말 삼성전자와 삼성전기의 단체급식 사업을 수주한 데 이어, 올 초엔 현대자동차의 단체급식 사업까지 따냈습니다. 세종시 정부종합청사를 비롯해 공기업, 민간기업까지 싹쓸이 한 겁니다.

풀무원은 민주당 중진인 원혜영 전 의원이 설립한 회사입니다. 원 전 의원은 1981년 부친인 고(故) 원경선씨의 농장에서 나온 농산물을 팔기 위해 서울 압구정에 풀무원 무공해 농산물 직판장을 열었습니다. 풀무원식품의 시작이었죠.

1992년 국회의원에 당선된 원 전 의원은 회사 경영권을 친구인 남승우 전 대표에게 넘기고 의정활동에 전념했습니다. 2019년 21대 총선 불출마를 선언하며 사실상 정계에서 은퇴한 원 전 의원은 지난해 3월 풀무원의 사외이사로 선임되며 회사로 복귀했습니다.

업계 관계자는 “공정위의 압력에 대기업 계열 급식 기업들이 주춤거리는 동안 풀무원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습니다.

이러한 지적에 대해 풀무원 측은 “자사는 현 정부와 아무런 이해관계가 없다”면서 “단체급식 경쟁입찰을 수주한 것은 공정한 입찰 경쟁에 의한 것”이라고 해명했습니다.

김정수 삼양식품 대표이사 부회장이 3월 23일 서울 성북구 하월곡동 삼양식품 본사에서 열린 정기주주총회에서 의장을 맡아 회의를 진행하고 있다. /윤희훈 기자

◇ 추미애 덕에 경영 복귀한 삼양식품 오너 일가

삼양식품(003230)의 오너 일가도 문재인 정부의 덕을 봤다는 말을 듣습니다. 회삿돈 횡령 혐의로 유죄 확정 판결을 받아 경영에서 손을 떼야 했던 오너 일가가 추미애 법무부 장관의 ‘OK’ 사인에 경영에 복귀했기 때문입니다.

삼양식품 창업주 고(故) 전중윤 명예회장의 장남인 전인장 삼양식품 전 회장과 그 아내인 김정수 부회장은 회삿돈 횡령 혐의로 대법원에서 유죄 판결을 받았습니다. 2020년 1월 대법원에서 징역 2년, 집행유예 3년을 선고받은 김 부회장은 특경법에 따라 삼양식품에서 퇴직해야 했습니다.

특경법 14조는 집행유예형을 받은 인사는 집행 종료로부터 2년간 범죄 행위와 관련이 있는 기업체에 취업할 수 없도록 규정하고 있습니다. 법대로라면 김 부회장은 2025년이 돼야 경영에 복귀할 수 있었습니다.

하지만 2020년 10월 추미애 당시 법무부 장관이 김 부회장의 취업 제한 해제를 승인하면서 경영 복귀의 길이 열린 것이죠.

원주 향토기업인 삼양식품 총수 일가의 경영 복귀에는 원주 지역구를 두고 있는 L 국회의원의 지원사격이 있었던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현재 삼양식품의 이사회 의장은 노무현정부 때 청와대 부속실장을 지낸 문용욱 상임고문이 맡고 있습니다.

◇ 문 대통령 “갓뚜기” 소리 들었던 오뚜기...민주당과 거리두기

지난 대선에선 오뚜기(007310)가 식품업계의 뜨거운 감자가 됐습니다. 오뚜기가 취한 민주당과의 거리두기 행보 때문이었습니다.

이재명 후보 지지자들은 ‘재명이네’라는 사이트를 만들어 상표·광고 패러디 선전물을 제작해 배포했습니다.

당시 지지자들은 ‘오뚜기’의 로고에 이 후보의 얼굴을 넣고 오뚜기 대신 ‘이재명’이라고 쓴 패러디 상표를 만들어 SNS 등을 통해 뿌렸습니다. ‘오뚜기처럼 일어서는 지지율’이라는 카피도 함께 담았죠.

오뚜기는 강경 대응에 나섰습니다. 법무팀을 통해 엄중 항의하고, 상표 침해 저작물의 게시 중단을 공식적으로 요청했습니다.

기업의 반발을 예상하지 못했던 것일까요. 재명이네 측은 “더러워서 안쓰겠다”며 적반하장의 모습을 보였습니다. 재명이네 측의 오만한 태도는 더 큰 논란을 일으켰고, 결국 재명이네 측은 ‘휴업’을 선언하고 활동을 중단했습니다.

이 일을 두고 식품업계에선 “오뚜기가 민주당을 손절했다”는 말까지 나왔습니다.

사실 오뚜기는 문재인 정부 임기 초 ‘착한 기업’의 대명사로 통하며 수혜를 누렸습니다. 지난 2017년 문 대통령은 정부 출범 후 가진 ‘기업인들과의 대화’에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을 초청했습니다. 당시 행사에 참석한 기업인들은 대부분 대기업 총수였습니다. 중견기업은 오뚜기가 유일했습니다.

문 대통령은 행사장에서 함영준 오뚜기 회장을 만나 “요즘 젊은 사람들이 오뚜기를 ‘갓뚜기로 부른다면서요”라고 인사를 건네며 친근함을 표했습니다. “새정부의 경제정책에 아주 잘 부합하는 모델 기업”이라고도 했습니다. 대통령이 직접 회사를 홍보해준 셈이죠.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이 3월 21일 오전 서울 종로구 통의동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사무실에서 경제 6단체장들과 오찬 회동을 갖고 있다. 왼쪽부터 구자열 무협회장, 김기문 중기중앙회 회장, 허창수 전경련 회장, 최태원 대한상의 회장, 윤 당선인, 손경식 경총회장, 최진식 중견련 회장. /국회사진취재단

경영계에선 정부 출범과 기업의 활동은 분리돼야 한다고 강조합니다. 정부 성격에 따라 특정 기업의 경영 활동이 제한되거나 반사 이익을 누리는 것 모두 사라져야 할 관행입니다.

윤석열 대통령 당선인은 지난달 21일 경제단체장과의 회동에서 “정부 주도에서 이제는 민간 주도 경제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며 “자유시장 경제에 대한 믿음을 강하게 가지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그는 “기업이 자유롭게 활동하는 것을 방해하는 요소를 제거해 나가는 게 정부가 해야 할 일”이라고도 했습니다.

새정부 출범을 앞두고 기업들의 대관 업무가 바빠지고 있습니다. 새정부의 정책 방향을 확인하고, 대응 전략을 모색하는 것이죠.

얼마 전 저녁자리에서 만난 한 대기업 대관 업무 담당자는 “문재인 정부의 위기는 ‘공정’에 대한 눈높이가 다른데서 비롯됐다”고 했습니다.

새 정부에선 연고주의를 바탕으로 한 특정기업에 대한 특혜가 사라지길 기대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