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J(001040)그룹이 핵심 계열사에 ESG경영을 전담하는 기구를 구성하고, 주요 계열사의 친환경 사업도 강화하고 있다.
ESG경영은 환경(Environment)과 사회(Society)에 대한 기여, 지배구조(Governance)의 투명성 등 비재무적인 요소를 중시한 기업 운영 방식이다.
지주사인 CJ는 올해 5월 이사회에서 ESG위원회 설치 안건을 의결했다. 이사회 산하에 신설되는 ESG위원회는 ESG 경영 관련 전략과 정책을 심의·의결하는 최고의사결정기구다. 김홍기 CJ 대표와 사외이사 2명 등 3명이 위원을 맡았다. ESG 관련 업무를 담당하는 재경팀과 인사운영팀 임원도 간사로 참여한다.
CJ그룹의 ESG 정책 전반을 심의하고 자문할 자문위원회도 구성됐다. 목영준 전(前) 헌법재판관이 위원장을 맡았다. ESG자문위원회는 앞으로 그룹의 ESG위원회에 상정될 안건을 미리 심의하고, 각 계열사의 ESG 전략과 정책에 대해 조언할 예정이다.
CJ그룹의 사업은 크게 △식품·바이오 △물류·유통 △엔터테인먼트 등 3개 영역으로 나뉜다. 식품 부문의 주요 계열사는 CJ제일제당(097950), 급식·식자재유통기업인 CJ프레시웨이(051500), CJ푸드빌, CJ씨푸드(011150) 등이다. 물류는 CJ대한통운(000120)을 중심으로 CJENM 커머스(쇼핑)부문과 CJ올리브네트웍스 등이, 엔터테인먼트는 CJENM의 E&M 부문을 중심으로 CJ CGV와 스튜디오드래곤이 핵심적인 역할을 맡는다.
이중 각 사업 부문의 중심축에 해당하는 계열사에 ESG 전담기구를 도입했다. CJ제일제당에는 올해 4월, CJ대한통운과 CJ ENM에는 5월 각각 이사회 의결을 거쳐 ESG위원회가 신설됐다.
◇ 원재료부터 배송까지, 친환경 전환에 박차
CJ그룹은 원재료부터 포장재, 배송에 이르는 사업 전반을 환경 친화적으로 전환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은 ‘자연에서 소비자 식탁으로, 다시 자연으로 되돌리는(Nature to Nature)’ 선순환 체계를 구축하는데 중점을 두고 있다. 이미 지난 2016년부터 ‘지속가능한 패키징(포장)’ 정책을 시행하고 있다. 친환경 포장 설계(Redesign), 재생 가능한 소재 사용(Recycle), 자연 기반 친환경 원료 사용(Recover) 등 3R 패키징이 핵심이다. 이를 위해 즉석밥인 햇반 용기의 구조를 변경하고, 보냉재는 100% 물로 만든다. 이를 통해 절감하는 플라스틱 원료는 1년간 약 500톤 이상이다.
폐플라스틱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썩는 플라스틱’ 사업에도 본격 뛰어들었다. 모든 환경에서 생분해되는 유일한 바이오 플라스틱 소재인 ‘PHA(Poly hydroxyl alkanoate)’를 생산하기 시작했고, 지난 4월부터 ‘행복한콩 두부’의 묶음제품을 포장하는데 적용했다.
최근에는 삼림 훼손을 막기 위해 아마존 지역에서 생산하는 대두를 구입하지 않겠다고 선언했다. CJ제일제당의 자회사인 브라질 농축대두단백 생산기업 CJ셀렉타(CJ Selecta)는 오는 2025년까지 대두 40만톤 분량을 비(非)아마존 지역에서 구매할 방침이다. CJ제일제당이 연간 식품과 바이오 사업을 위해 구매하는 대두 170만톤 중 약 25%에 해당하는 물량이다.
CJ대한통운은 지난해 11월 택배업계 최초로 배송 현장에 전기를 투입했다. 경기도 군포와 울산에 1톤 전기화물차를 두 대씩 투입했고, 올해 말까지 28대를 추가로 도입할 계획이다. 이에 더해 오는 2030년까지는 보유·임차 중인 차량을 모두 전기차나 수소차로 전환할 계획이다. 현재 CJ대한통운이 투입하는 차량은 1600대 정도다.
CJENM 커머스 부문은 지난 2017년 7월 친환경 포장재를 도입하기 시작했다. 비닐 에어캡(완충재) 대신 종이 소재 완충재와 친환경 보냉 패키지, 종이 행거 박스를 도입했다. 재활용이 어려운 비닐테이프 대신 접착제가 필요 없는 ‘에코 테이프리스 박스’를 국내 유통업계에서는 처음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 중소기업 지원·육성하는 ‘상생'에 공들이는 CJ
CJ그룹은 스타트업에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거나 중소기업에 판로를 지원하는 상생 사업에 공을 들이고 있다.
CJENM 커머스 부문은 자원과 경험이 부족한 초기 스타트업에 사업 노하우를 전수하는 상생 프로그램인 ‘챌린지! 스타트업’을 운영한다. 지난 3월에는 서울창업허브와 손잡고 26개 스타트업에 상품 기획, 브랜딩 노하우, 판로 개척 전략 등을 자문하고, 시제품을 제작할 수 있도록 지원했다. 이후 선발된 스타트업의 제품은 CJ ENM의 쇼핑 채널을 통해 판매할 예정이다. 판매수수료를 부과하지 않는 중소기업 대상 홈쇼핑 방송인 ‘1사1명품’은 물론 모바일 앱과 모바일 라이브커머스에서도 선보인다.
CJ제일제당도 유망 스타트업을 발굴해 육성하는 ‘프론티어 랩스(FRONTIER LABS)’를 시작했다. 스타트업 엑셀러레이터(창업 지원·컨설팅 회사)인 스파크랩과 공동으로 투자하는 사업으로, CJ제일제당은 10억원을 출자했다.
헬스앤뷰티(H&B)기업인 CJ올리브영은 국내 중소기업 브랜드를 적극적으로 발굴한다. 품질이 우수한 브랜드를 온오프라인 매장에 입점할 수 있도록 돕는 ‘즐거운 동행’ 프로그램을 통해 2020년까지 80여개 브랜드의 상품 800여개를 입점시켰다.
◇ ESG 전담기구 설립 완료… 경영권 승계 문제는 변수로
CJ그룹은 지주사 체제를 구축한 상태지만, 경영 면에서는 4세 승계 문제가 남아 있다.
우선 지주사인 CJ는 CJ제일제당(44.55%)과 CJ프레시웨이(47.11%), CJ ENM(40.07%), CJ CGV(38.40%), CJ올리브영(55.24%) 등의 최대주주다. CJ제일제당은 CJ대한통운(40.16%)과 식품 관련 계열사의 최대주주다.
오너인 이재현 CJ그룹 회장은 2020년 말 감사보고서 기준으로 CJ의 지분 42.07%를 갖고 있다. 이 회장의 자녀인 이선호 CJ제일제당 부장의 CJ 지분율은 2.8%, 이경후 CJ ENM 부사장은 지분 1.2%를 보유했다. 자사주를 포함한 오너 일가의 지분율은 54.3%다.
남매는 지난해 말 비상장사인 CJ올리브영의 보유 지분 중 일부를 프리IPO(기업공개)로 매각했다. 이를 통해 확보한 현금으로는 일정 기간이 지나면 보통주로 전환되는 CJ의 신형우선주를 사들였다.
남매가 이 회장이 보유한 나머지 CJ 지분을 증여 받으려면 막대한 증여세를 부담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이 때문에 CJ올리브영을 증권시장에 상장시켜 남은 주식을 처분해 재원을 마련할 가능성이 크다. 이선호 부장과 이경호 부사장이 보유한 CJ올리브영의 잔여 주식은 각각 120만주, 46만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