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천 세븐스도어 오너 셰프. /김지호 조선일보 기자

‘문을 연다’는 말은 많은 의미를 내포하고 있다. 단순 한 공간으로 가기 위해 거치는 행위를 뜻하기도 하지만 누군가와의 교감의 시작을 비슷한 말로도 표현한다. 이러한 의미에서 착안해 레스토랑 이름을 정한 곳이 있다. 바로 미슐랭 1스타의 세븐스도어다.

이곳에서는 음식이 손님까지 닿기의 과정을 ‘일곱 가지 문’을 거쳐야 한다. 처음 손님이 문을 열고 업장에 들어가는 과정이 첫 번째. 그 이후 셰프들과 인사를 나누는 과정이 이어진다.

자리에 앉으면 세 번째 교감이 시작된다. 바로 코스의 첫 음식을 맛보면서다. 세븐스도어가 준비한 꽃갈빗살, 랍스터, 캐비어 등 진귀한 재료들을 통해 전채 요리, 중간 요리, 메인 코스 등 각각의 문을 열면서 그 경험은 절정으로 다다른다. 식사를 마치고 업장을 나가며 여는 문이 일곱 번째다. 이 과정을 거치고 나서야 김 셰프가 마련한 ‘여행’이 비로소 끝이 난다.

세븐스도어는 한국의 발효 기법을 중심으로 요리를 만들어 요리하는 공간이다. 그 이름은 프랑스 유명 작가인 베르베르 베르나르의 ‘타나토 노트’에서 나오는 내용에서 착안했다. 책 내용은 죽음으로 7단계의 과정을 그리고 있지만 이곳은 반대다. 세븐스도어는 지옥이 아닌, 천상의 맛을 지향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을 이끌고 있는 김대천 셰프 역시 천상으로 가는 과정 역시 7가지 문을 거쳐야 한다고 설명한다. 특이한 점은, 그 문들 중 일부를 미각과 관련된 감각으로 표현한다는 것이다. 단맛, 짠맛, 신맛, 쓴맛, 매운맛이 바로 5가지 문이다. 이 5가지 감각을 세븐스도어 만의 발효, 숙성 등의 과정을 거치는 것이 6번째다. 이후 가장 중요한 문에 이르게 된다. 바로 ‘사람’이다.

사람이 가장 중요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아무리 최고급 재료여도 이를 요리하는 사람이 없으면 안 된다. 훌륭한 음식 역시 맛보는 사람이 없으면 그 가치를 알기 어렵다. 그렇기 때문에 김 셰프는 사람이 가장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그렇기에 그 역시 사람의 문을 여는 ‘교감’을 중요시한다.

세븐스도어의 시그니처 메뉴인 '대천 김'. 잘 구운 김 위에 밥과 캐비어가 듬뿍 올라가 있다. /세븐스도어

김 셰프가 자랑하는 메뉴도 이와 맞닿아 있다. 그는 대천김 위에 질 좋은 밥, 그리고 최고급 캐비어를 듬뿍 얹은 김 한 쌈을 이 곳을 찾은 손님들께 직접 내어준다. 많은 한국인이라면 익숙한 맛이다. 등굣길 등 밥 먹을 시간도 없을 때 어머님이 현관까지 나와 한두어개라도 더 입에 넣어주던 김밥. 부모의 깊은 마음을 전달하기 위해 김 셰프도 비슷한 메뉴를 내놓게 됐다고 한다.

이곳의 메뉴 중 하나인 배청 갈비찜 역시 그러한 배려를 엿볼 수 있다. 먼저 갈비살은 포크가 닿기가 무섭게 결결이 찢어진다. 입에 넣으면 살짝 그을린 듯한 숯향이 혀를 맞이한다. 이어 달콤한 고추장 소스와 함께 고소한 소고기의 육즙이 입안을 감싼다. 그대로 먹어도 좋으나 옆에 함께 나온 직접 담근 새콤한 마늘, 매실 장아찌, 양파 피클, 당근 퓨레 등과 먹으면 각각의 새로운 맛이 난다.

김 셰프는 꿋꿋한 셰프로 남고 싶다고 했다. 세븐스도어가 유행을 좇는 곳이 아닌, 현재에 충실하고 싶다는 의미다. 그것이 지금 세븐스도어를 찾아 준 손님들에 대한 최고의 ‘교감’이기 때문이다.

세븐스도어의 배청 갈비찜. /김지호 기자

―세븐스도어에 대한 간략한 소개 부탁드린다.

“세븐스도어는 우리나라 발효 기법을 중심으로 요리하는 공간이다. 지난 2020년 2월 개점해 현재까지 운영 중이다. 지난 2017년에는 아시아 베스트 레스토랑에서 주목할 식당에 선정되기도 했다. 현재는 미슐랭 1스타다.”

―세븐스도어는 어떤 음식을 만드는가.

“한식의 근간이 되는 발효와 숙성을 바탕으로 한 파인 다이닝 레스토랑이다. 간장, 액젓, 김치, 된장, 과일청 등 모두 직접 만들고 있다.”

―세븐스도어의 특이한 메뉴가 궁금하다.

“시중에 파는 대천 김을 모티브로 만든 김밥이라는 메뉴가 있다. 내 이름도 김대천이지 않은가. 또한 한국 사람 대부분이 갖고 있는 공통적 기억을 요리로 풀어내고 싶었다. 어릴 적 급히 집을 나설 때 어머님이 김에다 밥을 싸 입에 넣어준 기억이 있을 것이다. 조촐하고 단순하지만 담긴 그 마음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것이다. 이러한 감정을 손님들에게 전달하고 싶었다. 물론 파인 다이닝에 걸맞게 국내산 캐비어도 듬뿍 올려드린다.”

세븐스도어의 애피타이저. /김지호 기자

―발효와 숙성을 중요시 여기는데 그 매력은 무엇인가.

“일단 그 둘은 한식의 근간이다. 세븐스도어에서 사용하는 발효 품목만 50종류 가까이 된다. 숙성은 재료에 따라 방법이 많이 달라지지만 좀 더 고급스러운 느낌을 줄 수 있다. 가령 생선을 숙성하면 그 향과 부드러움이 배가 된다.”

―비건 요리에도 관심이 많다고 들었다.

“그렇다. 3년 전 우연한 계기로 진관사라는 곳에 가 절밥을 먹게 됐다. 채소로만 이뤄진 식단이 이렇게 맛있을 줄 몰랐다. 셰프라는 직업을 지녔기에 전세계 곳곳 돌아다니며 온갖 산해진미를 먹어봤는데, 그날 먹은 절밥은 손에 꼽을 정도로 맛있었다. 진관사의 두부는 조선 궁중 요리에도 사용됐는데, 현재 왕이 있다면 이런 음식을 먹지 않을까 싶었다.”

세븐스도어 메뉴 중 하나. 회 위에 직접 담근 간장과 시트러스 소스를 올려 마무리한 음식. /세븐스도어

―한식의 장점으로는 뭐가 있는가.

“한국은 24절기가 있다. 그래서 제철 재료가 풍부하다. 아무리 훌륭한 요리 기법을 지니고 있어도 그 절기에 맞는 재료를 구하지 못하면 안된다. 절기가 세분화돼 있는 만큼, 쓸 수 있는 재료가 많다. 그리고 비건식을 구현하기에 아주 탁월하다. 냉장고만 열어도 나물, 채소 등 훌륭한 반찬이 많다. 가끔 몇몇은 채소를 이용한 요리를 두고 ‘풀떼기’로 낮춰 말하지만 그렇지 않다. 한국이 못 먹고 못 살던 그 아픔의 역사로 키워낸 소중한 식문화 중 하나다.”

―이번 여름 코스는 어떻게 준비하고 있는가.

“여름의 무더위를 날릴 시원한 재료와 여름만의 계절적인 특징을 지닌 제철 요리 등을 준비했다. 초당 옥수수, 두부, 능성어 등 맛볼 수 있다. 또한 여름 느낌이 나도록 활 랍스터를 살짝 구워낸 것을 타코 안에 넣은 메뉴도 있다.”

―같은 요리법이라 해도 재료에 따라 맛의 품격이 달라진다고 했었다. 그 의미는 무엇인가.

“세븐스도어에서 사용하는 모든 재료는 자부심 있게 내놓을 수 있다. 개인적으로 셰프로서 절대 타협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재료다. 내가 먹을 수 있고, 먹어본 재료만 쓴다. 가령 세븐스도에서 사용하고 있는 갈비는 전체 소 부분 중 1.3kg 정도밖에 나오지 않는다. 그 부분을 위해서 소의 다른 부위까지 전부 구매한다. 또한 액젓, 김치, 장 등도 직접 담그고 관리한다.”

할라피뇨 와 쌈장에 3일 숙성해 만든 생선 요리. /세븐스도어

―좌우명은 무엇인가.

“불평불만 없이 일하는 것. 원래 성격 자체가 쉽게 아쉬워하지 않는다. 요리사는 끝이 안 보이는 직업이다. 완전하고 완벽한 요리는 없다. 완벽에 가까워지는 과정만 있다. 지금까지 부끄럽지만 만든 요리 중 날 100% 만족시킨 요리는 없다. 언제나 담금질한다는 마음으로 나아가고 있다.”

―어떤 셰프로 기억되고 싶은지, 또한 추후 이루고자 하는 목표가 있다면?

“어떤 셰프로 기억되고자 하는 것은 없다. 그저 같이 일하는 스텝들과 건강하게 일을 잘 마무리 하고 싶다. 찾아주는 고객들도 늘 행복하고 건강하길 바란다.”

☞김대천 세븐스도어 오너 셰프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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