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비즈 유튜브 채널 ‘味술관(미술관- 맛있는 술이 모여있는 곳)’은 전국 전통주·맥주·위스키 등 주류 양조장에 찾아가 주조 과정을 살펴보고 각 술과 함께 곁들여 즐길 수 있는 양조장발(發) 추천 음식을 소개한다.

미술관 찾아가기- https://youtu.be/p0B6piBtA7w

다섯번째 미술관 탐방은 우리나라 최초의 싱글몰트 증류소인 ‘쓰리소사이어티스’다. 싱글몰트는 보리와 물, 효모만으로 만든 위스키 원액으로 맛과 향이 강하고, 다양한 곡물을 섞은 블렌디드 위스키보다 값도 비싸다.

국내에는 싱글몰트 위스키 양조장이 딱 두 곳 있다. 재작년 경기 남양주에 터를 잡고 처음 증류를 시작한 이곳은 42년 경력의 스코틀랜드인 앤드루 샌드(59)가 증류기 키를 잡고 있다. 스코틀랜드에서 들여온 수십억짜리 증류기에서 갓 나온 원주(스피릿)부터 오크통에서 2년여간 숙성되고 있는 위스키 맛이 궁금한 이에게 추천하고 싶은 양조장이다.

경기 남양주의 '쓰리소사이어티스' 위스키 증류소에서 나오는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 /유튜브 미술관 캡쳐

◇ 한 줄 평

“액기스 꽉꽉 눌러담은 맵싸한 코리안 위스키가 궁금하다면. 시간이 강렬한 스피릿 맛을 익혀준다면 금상첨화.”

◇ 이 양조장은?

국내 유명 수제 맥주 ‘핸드앤몰트 브루잉 컴퍼니’를 만든 재미교포 도정환 대표와 스코틀랜드·미국·일본 등 다양한 국가의 증류소에서 일해온 42년 양조 장인 앤드루, 그리고 한국인 직원들이 모여 문자 그대로 ‘쓰리’(3) ‘쏘사이어티스’(사회)를 결성했다.

이 양조장은 2020년 싱글몰트 원액을 사용한 진(gin) 제조를 시작으로, 지난해 9월부터는 총 1년 3개월 이상 숙성한 위스키 ‘기원’을 순차적으로 출시하고 있다.

양조사 앤드루는 “한국은 여름과 겨울이 뚜렷해 위스키 숙성이 굉장히 빠르다”면서 “오크통 안의 위스키가 자연 증발하는 양도 스코틀랜드에선 연 2%쯤이라면, 한국에선 연 10%에 이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환경이 이렇다 보니 2년이 채 안 되게 숙성한 이곳 위스키가 스코틀랜드에서 6년 이상 숙성한 위스키 풍미와 큰 차이가 없다”고 말했다.

경기 남양주에 있는 '쓰리소사이어티스' 위스키 증류소의 양조사 앤드루 샌드. /유튜브 미술관 캡쳐

현재 이곳 양조장 저장 창고에는 총 1500개 이상의 오크통에 위스키가 담겨 숙성되고 있다. 참나무 향 강한 새 오크통을 비롯해 셰리 와인, 레드 와인, 럼, 복분자, 청주 등 다양한 술이 담겼던 오크통이 즐비하다. 먼 훗날 바닐라, 시나몬, 달콤한 과일 향 등 서로 전혀 다른 맛과 향을 뽐낼 예비 위스키 선수들이다.

경기 남양주의 '쓰리소사이어티스' 위스키 증류소. /유튜브 미술관 캡쳐

새로운 실험도 현재 진행형이다. 통상 국산 보리는 수입 보리보다 알이 작고 맛이 떨어지면서도 값이 비싸 위스키 제조에 적합하지 않은데, 이들은 수백평 보리밭에서 직접 주조에 적합한 보리를 재배하는 실험을 하고 있다.

양조사 앤드루는 “스카치 전통 생산 방식을 기반으로 하더라도, 한국은 스코틀랜드와 기후와 물 등의 상황이 많이 다르기 때문에 한국의 개성이 담긴 위스키를 만드는 게 중요하다”면서 “한국산 재료로도 맛있는 위스키를 만들기 위한 현지화 노력을 계속하고 있다”고 말했다.

◇ 싱글몰트 위스키 ‘기원 유니콘 에디션’ 특징

스코틀랜드산(産) 크리스프 몰트(맥아)와 물, 효모만 사용해 증류한 뒤 새 오크통에 넣어 1년 9개월간 숙성했다. 알코올 도수는 56.6도. 인위적인 색소나 향을 더하지 않고, 오크통에서 숙성된 그대로 병입했다.

양조장 오크통에서 바로 빼내 맛본 똑같은 조합의 위스키보다 증류 원액인 스피릿 향이 강하다. 시간을 두고 알코올을 충분히 날리거나 물을 몇방울 떨어뜨려 먹을수록 다채로운 맛이 나타난다. 초반에는 스피릿 향과 오크 향이 코를 찌르는데, 천천히 음미할수록 과실 향과 바닐라, 그리고 맵싸한 맛이 한데 어우러진다. 2022 샌프란시스코 국제주류품평회 금상을 받았다.

이 위스키를 맛본 사람들은 “1년 9개월 숙성이라는 게 믿기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맛과 향이 숨어있다” “처음엔 스피릿 향이 너무 강해 증류 원액을 먹는 건가 싶었는데, 에어링을 하고 먹으니 참나무와 설탕, 바닐라, 스파이시한 맛이 모두 살아난다” “단맛과 알싸한 맛이 혀를 쏘는데, 목넘김은 부드럽다” 등의 평을 내놨다.

◇ 술 빚는 과정

몰팅, 당화, 발효, 증류, 숙성 등 5단계를 거쳐 생산된다. 이곳 양조장의 경우 맥아에서 당을 빼내는 당화 과정 3시간, 당화 맥아즙에 효모를 넣고 발효시키는 과정 100시간, 증류 5시간이 걸린다.

우선 맥아 굵기를 20, 70, 100% 비율로 각각 갈아 모두 섞어 당화를 진행한다. 분쇄한 맥아에 60도 후반, 70도 후반, 80도 후반 온도의 물을 시차를 두고 부어 서서히 당을 빼낸다. 당이 나온 맥아즙을 발효 탱크로 옮겨 증류용 효모를 넣고 사흘가량 발효한다. 기포가 보글보글 올라오고 식혜처럼 단 향과 새콤한 신 향이 동시에 올라온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위스키 증류소에서 술이 발효하고 있는 모습. /유튜브 미술관 캡쳐

발효 탱크에서 알코올 도수 9도 정도의 술이 만들어지면 이를 키세스 초콜릿 모양의 구리 단식 증류기로 옮겨 총 2차 증류를 거친다. 증류기에 도수 9도쯤 되는 술을 넣고 알코올 끓는점까지 가열한 다음, 끓으면서 나오는 증기를 응축해 액체로 만든다. 이렇게 나오는 알코올 중 10~15%가량, 즉 제일 맛있는 중간 부분 알코올만 따로 빼내는 게 양조사가 갖춰야 할 역량이다.

'쓰리소사이어티스' 위스키 증류소에 있는 증류기. /유튜브 미술관 캡쳐

증류를 거쳐 도수 74도짜리 술이 완성되면 오크통에 담기 전 물을 부어 60도 미만으로 희석한다. 60도가 넘어가면 국내법상 위험물로 분류되기 때문이다. 오크통에 들어간 술은 수년에서 수십년 인고의 시간을 거쳐 완성된다.

◇ ‘양조장 추천’ 기원 위스키와 함께 먹으면 좋은 음식

'쓰리소사이어티스' 위스키 증류소 직원들이 추천한 음식인 과일강정과 다식. /유튜브 미술관 캡쳐

양조장에서 일하는 직원들은 이곳 위스키와 곁들이기 좋은 가벼운 간식으로 과일 강정, 다식, 율란을 추천했다. 김유빈 과장은 “가벼운 간식이 아닌 한 끼 식사를 할 경우 달고 담백한 갈비찜도 잘 어울린다”고 했다. 성열휘 사원은 “모든 향이 강한 위스키라서, 한식 중에서도 고소하고 담백한 음식을 추천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