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대급' 불장(Bull Market)이었다. 2025년 6월 3000포인트를 넘긴 지 불과 8개월 만에 코스피 지수가 두 배 넘게 뛰었다. '국장 탈출은 지능 순'이라는 자조는 사라지고 '설명할 시간 없어. 어서 타'라는 밈이 단체 채팅방을 점령했다. 2월 28일 미국·이란 전쟁이 터지기 전까지는.
35년간 경제 기자로 활동해온 저자는 말한다. '이번에는 다르다'라는 '세상에서 가장 비싼 거짓말'이 자주 들린다면 주식 시장의 발작이 임박했다는 신호라고. 낙관적인 분위기에 젖어 거품 우려와 경고가 잘 들리지 않을 뿐이다.
이 책은 경제학보다 인간 심리에 주목한다. 오류와 편향이 인간의 디폴트(기본 설정값)이기 때문이다. 합리적이고 이성으로 무장한 '호모 에코노미쿠스'는 세상 어디에도 없다.
저명한 가치투자자 조엘 그린블라트의 젤리 사탕 개수 헤아리기 실험은 인간의 속성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개별 대답의 평균값은 1771개로 정답(1776개)과 유사했으나, 여러 사람 앞에서 추정한 평균값은 850개로 정확도가 크게 떨어졌다.
주변 사람들의 행동이나 반응에 맞춰 자신의 행동을 바꾸는 순응 편향 탓이다. '나는 평균 이상이다'라는 착각, '나는 투자, 너는 투기'라는 자기중심 편향에 부화뇌동을 일삼는 '다수의 무지'까지 더해져 경제와 시장의 거품은 '피할 수 없는 전쟁'이 된다.
저자는 차트 분석에도 회의적이다. 과거 데이터에 기반한 패턴은 미래를 설명하는 데 한계가 있으며 오히려 과거 경험이 미래 예측을 방해할 수 있다.
나심 탈레브가 '블랙 스완'에서 지적하듯 칠면조는 1000일 동안 먹이를 준 주인이 추수감사절을 하루 앞두고 벌인 반전을 예상하지 못했을 것이다.
흥미롭게도 저자가 시장 이해의 준거 틀로 택한 것은 현대 물리학이다. 뉴턴의 고전역학이 아닌, 하이젠베르크의 불확정성 원리로 상징되는 양자역학적 세계관이다.
현대 물리학은 사회를 구성하는 개체들이 끊임없이 상호작용하고 초기 조건의 민감성이 거대한 차이를 만들어내는 복잡계의 기기묘묘한 원리를 탐구한다.
외부 자극이 없어도 스스로 질서를 만드는 복잡계의 자기 조직화 특성은 개미나 벌의 군집, 새의 군무, 뇌의 신경망 등 자연계에서뿐만 아니라 도시의 성장, 인터넷의 확장, 주식 시장 변동에서도 발견된다.
애덤 스미스가 말한 '보이지 않는 손'은 미국 기상학자 에드워드 로렌즈가 발견한 카오스 세계의 '끌개(attractor, 무질서 속에서도 특정 범위나 패턴으로 수렴하려는 경향)'와 일맥상통한다.
주식 시장에서 "삼성전자가 오를 것"이라는 분석이 공개되는 순간, 그 분석은 이미 시장의 일부가 되어버린다. 시장은 관측 행위가 관측 대상을 변형하는, 양자역학의 세계와 구조적으로 닮아있다.
심리학과 물리학을 이해하고 이를 투자 원칙으로 삼은 사람이 바로 조지 소로스다. 소로스는 피드백 루프, 즉 재귀성의 구조를 꿰뚫고 군중이 가장 안전하다고 확신하는 순간 반대 포지션을 취해 수조 원을 벌었다.
10배 수익을 약속하는 종목 발굴서와 초단타 기법서가 범람하는 출판 환경에서 이 책은 투자 실패의 근원은 정보 부족이 아니라 판단 구조의 결함이라고 말한다. 시장을 이기려는 개미 투자자에게 여러모로 자기자신을 돌아보게 하는 투자 지혜서다.
오형규 지음|아날로그(글담)|336쪽|2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