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바꾼 위대한 질문들 표지

"이기심의 세계에서 어떻게 공존의 해답을 찾을 수 있을까?" - 존 내쉬(수학자, 게임이론 창시자)

"정부의 선한 의도는 항상 좋은 결과를 낳는가?" - 밀턴 프리드먼(노벨 경제학상 수상자)

인공지능(AI)이 척척 답해주는 시대다. 하지만 저자는 단언한다. 질문을 던질 줄 아는 사람만이 AI를 도구로 삼을 수 있다고.

이 책은 미국 명문대를 누비며 '위대한 질문'의 원천을 탐사하는 여정을 담고 있다. 현직 교감인 저자는 하버드, 예일, MIT, 스탠퍼드 등 미국 최고의 지성들이 머물렀던 공간을 직접 찾아 그곳에 쌓인 사유의 흔적을 좇는다.

대학들이 배출한 인물들이 평생 붙들고 씨름했던 질문들을 따라가다 보면, 더 넓은 세계로 통하는 창이 차례로 열린다. 입학처 관계자들과의 대화에는 대학이 원하는 '인재의 얼굴'이 들어 있다.

대학의 역사는 곧 미국 현대사였다. 피뢰침을 발명한 과학자이자 미국 독립을 이끈 정치가였던 벤저민 프랭클린은 '실용주의 정신'을 토대로 펜실베이니아대를 설립했다. 최초의 전자 컴퓨터 에니악(ENIAC)은 1946년 이 대학 공대에서 만들어졌다.

시카고를 가장 시카고답게 만드는 힘은 시카고대에서 나온다. 밀턴 프리드먼 등 시카고 학파의 지적 기반은 1980년대 신자유주의 물결(레이거노믹스, 대처리즘)로 이어졌다.

프린스턴대는 다른 아이비리그 대학들과 달리 의대, 법대, 경영대가 없다. 대신 인문학, 사회과학, 자연과학 등 순수 학문 분야에서 큰 영향력을 자랑한다. 리처드 파인만, 알베르트 아인슈타인 등 현대 이론물리학자들과 게임 이론의 거장 존 내쉬, 현대 컴퓨터 구조를 고안한 존 폰 노이만 등이 이 대학 강단에 섰다.

운전자가 핸들에서 손을 뗀 채 달리는 우버 자율주행차, 쇠락한 항구도시 볼티모어의 무성한 잡초 풍경 속에서 저자는 '팍스 아메리카나'의 영광과 그림자도 마주한다.

"프롬프트(Prompt, 지시문)는 당신의 거울"이라는 말이 있다. 거대 AI도 당신의 질문 수준만큼 답한다. 책을 덮고 나니, 이 시대에 중요한 능력 하나가 더 떠오른다. 호기심이다. 궁금해야 질문할 수 있다. 책 곳곳에는 20대 청년 같은 호기심이 살아 있어 읽는 재미를 더한다.

박인호 지음|글로세움|328쪽|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