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꿈을 코딩합니다./문학동네

눈으로 보는 대신 앱으로 듣고 코딩하는 시각장애인 개발자의 첫 에세이가 나왔다. 구글에서 소프트웨어 엔지니어로 일하는 저자는 “눈이 보이지 않을 뿐, ‘길’이 보이지 않는 건 아니다”고 말한다.

책 ‘나는 꿈을 코딩합니다’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 나선 한 시각장애인 청년의 생생한 도전기이자, 낯선 세계로 인도하는 안내서다.

구글코리아 소프트웨어 엔지니어인 저자는 8살 때인 2003년 선천적 녹내장 합병증인 망막박리 치료를 위해 수술을 받은 이후 시력을 완전히 잃었다.

그는 시각장애인이지만, 위기를 극복하고 자기주도적인 삶을 일궈왔다. 호기심 많고, 만화와 게임을 좋아하던 어린 소년은 눈이 아닌 귀로, 몸으로 세상을 익히며 한 뼘씩 성장했다. 점자 악보를 외워 출전한 피아노 콩쿠르, 전국에서 온 날고 기는 친구들과의 국제고 입시 승부, 10개월간 홀로 떠난 미국 교환학생 생활, 미국 여행, 여러 번의 시도 끝에 이룬 구글 입사 등 그는 꾸준히 새로운 경험을 해왔다.

눈이 안 보이는데 어떻게 코딩을 할까. 컴퓨터공학을 전공하겠다고 결심했을 때부터 현업 개발자로 일하는 지금까지 저자에게 끊임없이 따라붙는 꼬리표와 같은 질문이다. 하지만 그는 이 과정이 컴퓨터가 이해하는 언어로 하는 ‘글쓰기’와 비슷하다고 응답한다. 스크린리더 기능을 통해 숫자와 명령어가 뒤섞인 스크립트를 듣고 머릿속에서 가상의 화면을 상상해 그려야 하고 마우스 대신 키보드로만 코드를 입력해야 하지만 그 외의 과정은 동료 개발자들과 다를 바가 없었다는 게 저자의 말이다.

그는 미국에서 교환학생으로 생활하며 정보기술(IT)의 쓸모에 눈을 떴고, 대학에서 컴퓨터공학을 복수 전공해 세 번의 도전 끝에 구글에 입사했다.

크고 작은 도전 속에서 그는 장애가 극복 대상이 아닌 자신의 ‘개성’이라고 받아들이게 된다. 보이는 세계를 당연히 여기는 우리는 시력을 기본 능력처럼 여긴다. 하지만 실제로 우리가 하는 모든 일에 시력이 꼭 필요한 건 아니다.

저자에게 자립은 비장애인들의 그것과 의미가 다르다. ‘무엇이든 다른 사람의 도움 없이 혼자 하는 것’이 아닌 ‘필요한 도움을 적절히 요청해서 목표한 일을 해내는 능력’이라는 게 그의 설명이다.

저자는 “일상 속에서도 시각장애인과 비시각장애인이 서로 마주하고 서로의 문화를 자연스럽게 익힐 기회가 많아지면 좋겠다”면서 “갑자기 장애가 생기더라도 장애 때문에 자기 삶을 포기하는 사람이 없기를, 우리 사회가 장애를 이유로 삶의 기회를 제한하지 않기를 바란다. 그리고 미래 사회는 당연히 그렇게 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말한다.

서인호 지음 | 문학동네 | 216쪽 | 1만8000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