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실에서 못다 한 췌장암 이야기./영진미디어

당연하게 여겨 왔던 일상이 절망으로 변하는 순간이 있다. ‘침묵의 암’인 췌장암과 같은 난치병 판정을 받았을 때다. 췌장암은 각종 소화기관에 둘러싸여 있어 이상 증세를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췌장은 80%가 망가지기 전까지 별다른 증상이 없는 것이 특징이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와 가족은 갑작스러운 암 통보로 당황한다. 다른 암에 비해 치료 예후가 좋지 않다고 알려져 더욱 우울하고 불안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다. 중앙암등록통계에 따르면 췌장암의 5년 생존율은 2016~2020년 기준 국내 10대 암 중 가장 낮은 수준인 15.2%에 불과하다.

이렇듯 절망의 순간에도 환자와 가족은 굳은 결심을 하고 치료를 위해 병원을 찾는다. 하지만 의사와 환자가 만날 수 있는 평균 진료 시간이 고작해야 10~15분 남짓이다. 병원에는 많은 환자가 대기하고 있어 세세하게 환자들의 모든 궁금증을 해결해 주기에는 역부족이다.

책의 저자들 역시 이러한 사정에 공감한다. 저자들은 암 판정 이후 무작정 두려움에 빠지기보다는 전문가의 도움을 받아 올바른 정보를 얻고, 계획적으로 치료해 나가야 한다고 말한다. 저자들은 대한민국에서 손꼽히는 췌장암 전문의들이다.

저자들은 책에서 진료실에서 못다 한 췌장암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준다. 췌장암 진료, 치료, 회복, 관리의 전 과정을 그대로 소개한다. 췌장암의 초기 증상은 무엇인지, 어떤 검사를 받아야 하는지, 어떤 수술법이 있는지, 수술은 어떤 기준에 따라 결정되는지, 완치가 가능한지, 병기에 따른 치료법은 무엇인지 등 환자들이 가장 많이 궁금해하는 질문으로만 책을 엮었다. 책에는 환자들이 진료실에서 가장 많이 하는 100가지의 질문과 응답도 담겼다.

암 투병으로 고통받는 환자들은 완치 소식을 들을 때 희망을 품게 된다. 책에는 췌장암을 극복한 환자들의 인터뷰도 수록됐다. 현재 췌장암 환자 4명 중 1명은 췌장암이 ‘걸리면 죽는 암’이라는 오해로 치료를 포기하기도 한다. 그러나 의학의 발전으로 췌장암 완치율은 오르는 추세다. 책에는 예기치 못하게 췌장암 진단을 받은 한 환자가 전문의의 말을 믿고 그대로 따라와 준 덕에 암을 극복한 이야기도 담겨 있다. 암 수술 이후 완치 판정을 받고 건강하게 살아가는 이들의 이야기도 담겨 있다.

모든 암의 치료는 자신의 병을 치료하고 있는 암 전문 의사와 상의하고 결정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하다. 이 책은 그동안 검증되지 않거나 광고성의 잘못된 정보로 적절한 치료를 못 받고, 치료 시기를 놓친 환자들이 이를 바로잡을 기회를 제공한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김용태, 류지곤, 이상협 지음ㅣ영진미디어ㅣ416쪽ㅣ3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