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 김모씨는 지난해 9월 1일 아들에게 2억원 상당의 국내 상장 주식을 증여했다. 증시 부진 여파로 주가가 낮아진 지금이 증여 적기라고 판단했다. 그러나 저점인 줄 알았던 주가는 더 떨어졌고, 지난달에만 주가가 20% 가까이 급락했다. 증여세를 내긴 했으나, 아쉬운 마음이 들어 계산기를 두드려보니 증여 시점을 몇 개월 늦췄다면 세금을 1000만원가량 아낄 수 있었다. 김씨는 증여를 취소하기로 마음먹고 세무사를 찾아갔다. 증여를 취소할 때 유의해야 할 점을 알아보자.
국내 주식 증여를 문의하는 투자자들이 늘고 있다. 국내 증시가 큰 폭으로 하락한 이때가 증여 적기라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지난해 코스피지수는 10%, 코스닥 지수는 22% 빠졌다. 그런데 김씨의 사례처럼 증여 이후 주가가 급락한다면 어떻게 하는 것이 좋을까. 일단 증여 취소 후 다시 저점을 모색하는 것이 절세에 유리하다. 증여는 증여하는 사람과 재산을 받는 사람 간 계약이기 때문에 상호 동의 하에 언제든 해제가 가능하나, ‘시점’에 따라 증여세가 달리 부과되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 증여 취소 ‘골든타임’ 3개월
증여세 신고 기한은 증여일이 속한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이내다. 김씨의 경우 9월 1일 증여를 했기 때문에 해당 월의 마지막 날인 9월 30일을 기준으로 3개월(12월 30일)이 지나기 전까지 증여세 신고를 해야 한다.
만약 김씨가 이 기간 내 증여를 취소했다면 내야 할 증여세는 없다. 그러나 김씨가 증여 취소를 결심한 날은 증여일로부터 3개월을 넘긴 시점인 만큼, 지금 증여를 취소한다면 낸 증여세는 돌려받을 수 없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4조는 ‘신고 기한이 지난 후 3개월 내에 증여자에게 반환하거나 증여자에게 다시 증여하는 경우에는 그 반환하거나 다시 증여하는 것에 대해서는 증여세를 부과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다. 김씨가 오는 3월 31일 이전에 증여를 취소하면 ‘신고 기한 경과 후 3개월 내’에 해당해 추가 증여세는 없다.
김씨가 증여 취소를 고민하다 ‘신고 기한 경과 후 3개월 후’, 즉 증여일로부터 6개월 이후 증여를 취소할 땐 추가 증여세까지 내야 한다. 받은 자산을 다시 부모에게 건네는 행위가 재증여로 간주해 결과적으로 증여한 자산이 없음에도 증여세는 이중으로 과세된다.
◇ 부동산은 ‘취득세’ 고려해야…현금 증여는 취소 불가
부동산도 주식과 마찬가지로 증여일로부터 3개월 이내엔 세금 부담 없이 증여를 취소할 수 있다. 부동산을 증여했다 취소할 때 염두에 둬야 할 것은 취득세다. 취득세 등 지방세는 신고 기한 내 취소 여부와 상관없이 부과되기 때문이다. 취득세 신고 기한은 취득일로부터 60일 이내다. 부득이하게 부동산 증여를 포기해야 할 땐 취득세를 내기 전에 결정하는 것이 좋다.
현금 증여는 취소가 아예 불가능하다. 대법원은 2016년 “금전은 증여와 반환이 쉬워 증여세의 신고 기한 내 증여와 반환을 반복하는 방법으로 증여세를 회피하는 데 악용될 우려가 크다”며 금전의 증여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다는 판결을 내렸다.
만약 현금을 자녀에게 증여한 후 주식을 매수했다면 취소 등의 번복이 불가능하다. 주가가 상승하는 추세라면 자녀에게 현금 증여 후 주식을 매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주식 증여를 할 때 상장 주식은 증여일 전 2개월, 증여일 후 2개월 종가 평균으로 증여가액을 산정하기 때문에 주가가 오를수록 평균값이 높아져 내야 할 세금도 많아진다. 주가가 하락할 땐 주식 증여가 낫다. 증여 취소를 전략적으로 활용하면 저점 증여가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