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자산가 김씨(50)는 최근 아내, 아들과 함께 자본금 1억원의 가족법인을 설립했다. 지분율은 김씨와 아내가 각각 30%, 아들은 40%였다. 아들이 낸 자본금 4000만원도 김씨가 세금 없이 증여했다. 김씨는 자신의 돈 21억원을 이 법인에 무이자로 대여했다. 이후 이 돈과 법인 대출을 포함해 50억원 상당의 상가 건물을 매입했다. 김씨의 아들은 50억원 건물을 소유한 법인의 최대주주가 됐지만, 이 과정에서 낸 세금은 한 푼도 없었다.

최근 자산가들의 증여 추세는 가족법인 설립이다. 가족이 투자해 법인을 설립하고 증여를 하거나 무상으로 자금을 대여하는 방식이다. 가족법인으로 증여 계획을 마련하면 증여세를 포함해 각종 세금을 아낄 수 있다.

한 시중은행 소속 자산관리 전문 세무사는 “최근 고객들에게 가장 많이 받는 질문이 가족법인 활용법이다”라며 “증여세 세무 상담을 할 때도 법인 설립을 많이 추천하는 편이다”라고 했다.

가족법인을 설립하면 자녀에게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자금이 10배 늘어난다. 현행법상 부모가 자녀에게 돈을 빌려줄 땐 이자율 연 4.6%를 적용해 연이자가 1000만원을 넘으면 증여세를 부과한다. 이를 역산하면 부모가 자녀에게 무이자로 빌려줄 수 있는 돈은 2억1700만원이다.

부모가 가족법인에 자금을 무상으로 대여할 경우 연이자가 1억원을 초과하면 증여세를 내야 한다. 연이자율 4.6%를 적용해 환산하면 21억7000만원까지 가족법인에 무이자로 대여할 수 있다. 자녀 개인에게 대여해줄 때와 비교해 10배 늘어난 금액이다. 가족법인은 부모로부터 무이자로 대여한 자금을 부동산이나 유가증권에 투자할 수 있다.

앞선 사례에서 김씨는 법인에 21억원을 무상 대여하고 29억원을 은행에서 대출받아 50억원 건물에 투자했다. 대출 금리는 연 5%로 연 1억4500만원의 이자를 내야 한다. 이 빌딩의 수익률은 4% 수준으로 연 2억원가량의 수익이 발생한다. 은행 이자를 내고 6500만원의 수익이 남는다. 이 수익은 법인에 남겨두거나 차입금 상환, 지분율에 따른 배당 등에 사용할 수 있다.

그래픽=정서희

김씨 아들이 낸 자본금 역시 김씨가 증여해 준 자금이다. 성인 자녀의 경우 10년 동안 5000만원을 증여세 없이 물려줄 수 있다. 무상 대여금과 비과세 증여까지 포함하면 가족법인으로 자녀에게 최대 22억2000만원까지 세금 없이 줄 수 있게 된다.

수익에 대한 세금도 절세할 수 있다. 현재 지방소득세를 합한 법인세율은 최소 9.9%에서 최고 26.4%까지다. 개인에게 적용되는 소득세율(6.6~49.5%)보다 낮다. 개인에게만 부과되는 건강보험료까지 고려한다면 법인을 활용하는 것이 유리하다. 자녀가 직장을 다니거나 다른 소득이 있다면 수익을 배당하기보다 법인에 쌓아두는 것이 좋다. 훗날 직장을 관두거나 소득이 대폭 줄면 가족법인에 임직원으로 등록해 급여를 받으면 종합소득세를 절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