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장인 A(35)씨는 최근 실손보험 점검센터라는 곳에서 전화를 받았다. 바쁜 와중에 여러 설명을 듣다 ‘개인정보 마케팅 활용’에 동의한 뒤 전화를 끊었는데, 이후부터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전화를 받기 시작했다. 알고 보니 실손보험 점검센터는 개인정보를 수집해 판매하는 업체였다. A씨의 개인정보를 구매한 보험 설계사들이 A씨에게 전화를 걸어 영업한 것이었다.
실손보험 연구를 위해 설문조사를 진행한다는 전화를 받을 때가 있다. 연구 목적이라는 이유로 보험 가입 여부를 비롯해 나이·연령·거주지 등 개인정보를 물어본다. 하지만 전화는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해달라는 말로 끝난다. 이에 동의한 순간부터 보험 영업 전화가 걸려 오기 시작한다.
전화를 하는 곳은 고객의 이름·전화번호·생년월일 등 개인정보가 담긴 데이터베이스(DB)를 수집하는 업체다. 이들은 개인정보 제공 동의를 받은 뒤 개인정보를 법인보험대리점(GA) 등에 판매한다.
DB를 구매한 GA는 소속 설계사에게 DB를 제공하고, 설계사는 이를 토대로 영업에 나선다. DB에 적힌 번호로 전화를 걸어 보험 가입을 권유하는 식이다. 일부 GA는 구매한 DB를 다른 GA에 다시 판매한다. 해당 GA는 또 전화를 걸어 보험 가입을 추천한다. 한번 개인정보 제공에 동의하면 여러 차례에 걸쳐 전화를 받게 되는 이유다.
고객 DB는 인터넷에 떠돌아다니는 ‘막DB’와 홈쇼핑 광고 등에서 상담에 동의한 ‘아웃바운드 DB’, 보험 가입을 희망하는 ‘인바운드 DB’ 등 다양하다. 핵심은 고객이 보험에 가입할 가능성이다. 보험 상담에 동의했거나, 상담이 필요하다고 먼저 요청한 고객의 개인정보는 계약 가능성이 커 비싼 가격에 판매된다. 일부 DB는 10만원 안팎으로 거래된다.
전화를 받은 고객 대부분은 “바쁘다” “다음에 다시 전화해라” “보험에 가입하고 싶지 않다” 등 핑계를 대며 전화를 거절한다. 하지만 다음날 다른 설계사로부터 비슷한 전화를 받게 된다. 좋은 상품에 가입하는 계기가 되기도 하지만, 불편함을 느끼는 고객이 대부분이다.
이런 영업 전화를 차단하고 싶다면 전화를 건 상담원에게 “보험 가입 권유 전화를 거절하겠다”는 의사를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 정부도 영업 전화의 불편함을 줄이기 위해 전화권유를 차단하는 인터넷 사이트를 운영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금융권 영업 연락을 한 번에 차단하는 ‘두낫콜(Do Not Call)’이다.
또 공정거래위원회와 한국소비자원이 공동 운영하는 ‘전화권유판매 수신거부의사 등록시스템’을 통해서도 영업 전화를 일괄 차단할 수 있다. 네이버·카카오 등 포털에서 두낫콜 등을 검색하면 곧바로 이용할 수 있다.
손해사정사 무료선임 서비스 ‘올받음’을 운영하는 어슈런스의 염선무 대표는 “실손보험 점검센터 등의 전화는 보험가입을 권유할 목적의 사업체 전화다”라며 “근본적인 차단을 위해서는 명확한 의사표현과 함께 정부 운영 서비스를 이용하면 된다”라고 전했다.
☞올받음은
손해사정사와 상담·업무의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어슈런스가 운영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사정사 선임권’ 서비스를 운영하며 실손보험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