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일 오후 2시 59분. 알람이 울리자 30대 직장인 정소진(38)씨는 조용히 온라인투자연계금융업(온투업·P2P) 애플리케이션(앱)을 켰다. 오후 3시 정각이 되자마자 투자 버튼을 여러 번 눌렀지만 상품에 가입하지 못했다. 정씨는 5일간 투자하는 연수익률 12%의 카드매출선정산 투자상품을 노리고 있지만 며칠째 실패다. 1분도 채 되지 않은 짧은 시간에 해당 투자상품에 모인 금액은 1억8000만원에 달했다. 정씨는 “며칠 넣어 놓기만 하면 자동으로 짭짤한 이자가 들어오는데, 파킹통장은 물론 웬만한 짠테크보다 낫다”고 말했다.
카드매출선정산 투자상품이 최근 직장인 사이에서 ‘오픈런’을 해야 가입할 수 있는 상품으로 입소문이 나고 있다. 파킹통장처럼 잠깐 예치한 뒤 이자를 받고 원리금을 다시 다음 상품에 재투자하면서 조금씩 굴리기 쉽기 때문이다. 주식 등의 상품처럼 가격 등락을 계속 지켜봐야 할 필요가 없으니 업무가 많은 직장인에게도 적합하다.
◇ 카드매출 채권 담보로 하는 투자 상품
카드매출선정산 투자상품은 온라인연계투자업체들의 대출 잔액 중 11.6%가 해당 상품에서 발생한다. 선정상 상품은 중소상공인들의 카드매출채권을 담보로 하는 채권형 투자 상품이다. 주로 1주일 이내의 짧은 예치 기간임에도 연수익률이 7~12%대로 상당히 높다. 최근 주요 파킹 통장이 기껏해야 2~4%대이고, 예치 한도가 있거나 우대금리 조건을 맞춰야 하는 곳도 있는 데 비해 훨씬 높은 수익률이다.
높은 인기에 일부 온투업체에서는 깜짝 특판으로 연 20%대의 수익률 상품을 내놓기도 했는데, 이 상품은 2초도 안 되는 사이에 매진됐다는 게 업체들의 설명이다. 물론 연수익률이 20%라고 해도, 해당 상품의 실제 예치 기간은 5일 내외이므로 1만원대다. 온투업법에 따른 금융 상품의 개인투자자 한도는 상품당 최대 500만원. 연 20% 수익률 상품에 5일을 거치해 놓으면, 이자는 약 1만3699원으로, 이자소득세 15.4%를 빼면 1만1589원을 얻을 수 있게 된다.
상품의 구조는 복잡하지 않다. 일반적으로 카드 결제 시 카드사에서 매출을 정산해 주기 위해서는 영업일 기준 2~3일이 걸린다. 하지만 소상공인들의 경우 매일 현금 유동성이 필요하기 때문에 카드사에서 선정산을 통해 현금흐름을 만든다. 온투업체들은 이 매출 채권을 활용해 투자 상품을 만든 것이다. 카드매출 선정산 투자 상품은 이미 발생한 매출을 담보로 하다 보니 다른 담보보다 상대적으로 부실률이 낮다.
대표적인 업체의 선정산 상품 구조를 보면 우선 선정산업체와 온투업체는 카드 매출 채권을 양도하고 대출을 내주는 계약을 체결한다. 차입자인 선정산업체는 대출을 신청한 후 결제대행사(PG사)에 매출채권에 대한 양도를 통지하고, 온투업체는 매출채권의 허위 매출 여부를 검증한다. 정보가 검증된 채권에 대해 온투업체는 투자자들이 투자한 자금으로 선정산사에 대출금을 지급한다.
이때 안전성을 위해 매출채권 정산금액의 98% 이내로 대출을 진행한다. 만에 하나 있을 매출 취소에 대한 위험을 방지하기 위해 담보비율이 실제 대출비율보다 낮지 않도록 하는 조치다. 3~5일 후 결제대행사는 매출 채권을 가지고 있는 온투업체에게 정산대금을 지급하고, 온투업체는 투자자들에게 투자이익을 나눠준다.
초단기 고수익이라는 특성상 20대가 더 관심을 가질 것 같지만, 실제 고객층은 30대 후반에서 40대다. 초단기 고수익의 장점을 특화하기 위해서는 각 상품당 온투업 최대한도인 500만원을 거치해 놓을 수 있어야 하고, 거치 기간 동안은 손댈 수 없다. 젊은 층에는 미국 주식이나 가상자산처럼 다소 위험하더라도 높은 수익을 노릴 수 있는 금융 상품이 인기 있는 반면 자녀가 있고 목돈이 있으며 갑작스러운 지출에 대비해야 하는 30~40대의 수요가 높은 것이다.
◇ 티메프 닮은꼴 아니야?… “업체별 구조 달라”
일각에서는 티메프, 크로스파이낸스 사태로 인해 선정산 매출 담보 상품 자체가 위험한 것 아니냐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로 사태 발발 당시 온투업체에도 이런 문의가 많이 들어왔다고 한다. 하지만 대부분의 초단기 상품을 취급하는 온투업체들은 이러한 위험을 최소화하기 위한 장치를 마련하고 있다.
카드매출 선정산 상품의 경우 동일한 채권 담보 투자 형태여도 각 금융사의 구체적인 대출 및 상환 구조에 따라 위험도의 수준이 크게 달라진다. 정산 주체의 재무적 안정성이 낮거나 정산 시점이 수십일로 늦어지는 등의 경우에는 정산 주체의 신용 및 정산금 통제 위험이 발생할 수 있다. 티메프나 크로스파이낸스 사태의 경우 이커머스 측에서 선정산을 하거나 타사의 카드매출을 선정산하는 2차 PG정산 구조를 가지고 있었다.
반면 최근 호황을 맞고 있는 온투업체들의 선정산 상품의 구조를 보면 정산 주체가 카드사와 직접 계약한 1차 PG사이거나 온투업체가 선정산업체와 직접 채권 양도 및 대출 계약을 진행한다. 대출 만기도 5일 이내로 매우 짧은 편이다. 또한 채권 양도 계약 시 확정일자가 있는 증서로 양도통지를 함으로써 채권의 대항력을 확보하고, 정산받는 계좌를 소상공인(혹은 온라인 사업자) 계좌가 아닌 선정산 업체의 계좌로 변경함으로써 직접 정산대금을 수령하고 상환 처리하는 등 자금을 직접 통제한다.
이에 더해 계약을 맺은 온라인 사업자의 안정성을 직접 평가하고 반품 등의 가능성을 고려해 대출 한도를 보수적으로 산출한다. 온투업계 관계자는 “시중은행의 예적금 금리가 계속해서 낮아지다 보니 직장인 투자자들이 안정적으로 높은 수익률의 복리 효과를 누릴 수 있는 선정산 상품을 많이 찾고 있다”며 “다만 선정산 상품의 특성상 매출 채권의 위험도 관리가 필수적이므로, 투자자들은 각 온투업체 선정산 상품의 구조를 확인하고 상품들이 어떻게 위험도 관리를 하고 있는지 확인할 필요가 있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