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0대 박모씨는 2010년 취득한 주택을 2019년에 팔면서 양도소득세로 4억9000만원을 냈다. 박씨는 당시 1세대 3주택자라 중과세 적용으로 세율이 62%로 산정돼 세금 폭탄을 맞았다. 박씨는 최근 세무사와 상담하던 중 세금 일부를 되돌려 받을 수 있다는 얘기를 들었고, 이후 경정청구를 신청해 과세 당국으로부터 1억6000만원을 환급받았다. 박씨가 받은 ‘경정청구’란 무엇인지, 어떤 절차를 통해 신청이 가능한지 알아보자.
경정청구는 세금 과·오납 등을 이유로 납세자가 세무 당국에 환급을 요구하는 절차다. 고지 금액에 이의가 있는 경우 납부 기한으로부터 5년 이내에 경정청구를 할 수 있다. 박씨의 사례에서 언급된 양도세뿐 아니라, 종합소득세·법인세·취득세·부가가치세 등 모든 세목에 적용할 수 있다.
경정청구를 이용해 세금을 돌려받는 이들은 늘고 있는 추세다. 지난해 납세자들이 과세 당국에 “세금을 부당하게 더 냈다”며 반환을 요청해 돌려받은 환급액은 4조9565억원으로 역대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는 2014년(1조1014억원) 대비 4배 이상 늘어난 규모다. 국내 핀테크 기업들이 세금 환급 시장에 뛰어들며 경정청구도 손쉽게 가능해지자 신청 건수가 늘어난 점이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경정청구는 주로 소득·세액 공제 항목 입력을 빠뜨리거나 잘못 입력해 환급액이 줄었을 경우 신청하는 경우가 많다. 예를 들어 개인사업자의 경우 사업자금 대출을 받고 납부한 이자를 경비로 처리할 경우 소득세를 줄일 수 있는데, 이를 몰라 놓치거나 빠트린 사례다. 또 특정 요건을 갖추면 세금과 관련해 혜택을 주는 조세특례 적용 대상임을 몰라 지나쳐 경정청구를 신청하는 경우도 상당하다.
박씨와 같이 자신에게 유리한 새로운 판례나 유권 해석이 나온 경우 이를 인용해 경정청구를 하는 이들도 있다. 세제 정책은 정권이 바뀌거나 부동산 시장 추이에 따라 자주 바뀌곤 한다. 세법 역시 마찬가지다. 상황과 시기에 따라 법령에 대한 해석도 조금씩 달라진다.
박씨가 양도세를 냈던 당시만 해도 과세 당국은 중과세가 한시 배제됐던 2009년 3월∼2012년 12월에 취득한 주택을 양도세 중과가 부활한 2018년 4월 1일 이후 팔 경우 중과세를 적용해야 한다는 해석을 내놨었다. 그러나 이는 납세자의 예측 가능성을 떨어트리고 권리를 침해한다는 지적이 나왔고, 이후 행정소송에서 수원고등법원은 해당 기간에 취득한 주택을 취득하고 팔 때 중과세율을 적용하지 말아야 한다는 판결을 내렸다. 이후 기획재정부는 법원의 판결을 인용해 해당 납세자가 경정청구를 하면 낸 세금을 되돌려 주고 있다.
경정청구를 신청하는 방법은 어렵지 않다. 경정청구를 위해서는 크게 ▲경정청구서 ▲최초 과세표준 및 세액신고서 사본 ▲청구 사유 입증자료 등 3가지 서류가 필요하다. 서류 준비 후 국세청 애플리케이션(앱) ‘홈택스’에서 신청서를 작성하고 서류를 제출하면 된다. 세무서에 직접 방문하거나 우편으로 서류를 접수할 수도 있다.
간혹 ‘경정청구를 할 경우 세무조사를 받는다’고 오해하는데, 두 개는 별개로 진행되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는 없다. 경정청구 신청자가 세무조사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경정청구를 신청할 때 증빙자료만 잘 준비해서 제출하기만 한다면, 별다른 조사 없이 초과 납부한 세금을 돌려받을 수 있다.
만약 세금 납부 시 세법에 대한 해석이 모호하거나 판단이 어려울 경우, 일단 보수적으로 산정한 세금을 납부 후 경정청구를 신청하는 것도 방법이다. 만약 자영업자가 세금을 덜 내기 위해 애매한 비용들을 모두 경비 처리할 경우, 추후 세무조사를 받거나 가산세를 내야 할 위험이 생기기 때문이다. 한 세무사는 “공제 적용 여부가 헛갈리거나 애매할 경우 일단 이를 제외하고 세금을 더 많이 낸 뒤, 이후 경정청구를 통해 환급을 받는 것이 안전한 방법이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