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준구 보닥 플래너가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아이지넷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인터뷰하고 있다. /이학준 기자

유럽 역사에 금융을 창시한 유대인이 있다면, 한국에는 개성상인이 있다. 이들은 국제 무역의 중심지였던 고려의 수도 개성(당시 개경)에서 시작한 상인집단으로, 상업적 능력과 재력으로 명성을 떨쳤다. 이런 명성은 조선시대에 이어 일제강점기까지 이어졌다.

개성상인이 오늘날 재테크에 대한 세 가지 원칙을 남겼는데, 바로 집전(集錢)·용전(用錢)·수전(守錢)이다. 돈을 모으고(집전), 돈을 불리고(용전), 돈을 지키라(수전)는 것이다. 당연한 이야기 같지만, 격언의 참뜻은 순서에 있다. 돈을 모으는 것이 선행돼야 비로소 돈을 불려 나갈 단계가 되고, 이후부터 돈을 지킬 방법을 궁리하라는 것이다. 아무리 기술이 좋아도 씨앗이 될 종잣돈이 있어야 한다. 오늘날 어떻게 하면 수익률을 높일지에만 집중하는 직장인에게 꼭 필요한 조언인 셈이다.

그렇다면 절약 이상으로 저축을 잘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2005년 푸르덴셜에서 금융컨설턴트로 시작해 현재는 보험설계사가 된 이준구 보닥 팀장은 보험을 추천한다. 보험은 일정 기간 내에 계약을 해지하면 원금손실이 나고, 비과세 혜택을 보려면 10년 이상 유지해야 한다. 사실상 강제로, 장기간 저축을 하는 데 적합한 상품인 셈이다.

이 팀장은 지난 1일 서울 송파구 아이지넷 본사에서 조선비즈와 만나 “10년 이상 저축하라고 말하면 잘되지 않는다”라며 “국민에게 장기저축을 유도하기 위해 보험에 비과세 혜택을 제공하고, 대신 보험사는 사업비 등을 받을 수 있게 용인한 것이다”라고 했다. 다음은 이 팀장과 일문일답.

―직장인을 위한 재테크 조언을 한다면.

“수익률이 어떻고, 세율이 얼마고, 그래서 어떤 상품이 더 좋은지 따지는 것은 재테크의 영역이다. 이걸 잘하는 사람이 있다. 반면 감각이 떨어지는 사람도 많다. 이들은 돈을 따박따박 모으는 게 중요하다. 월 100만원 수준의 월급을 받고도 5000만원을 모은 고객이 있는가 하면, 대기업에 다니면서도 300만원밖에 모으지 못한 사람도 있다. 돈을 어떻게 불릴지 고민하기 전에 우선 저축하는 게 중요하다는 것이다.”

―장기저축에 왜 보험을 추천하나.

“보험이 최고는 아니다. 다만 은행·증권·보험 등 금융 3사를 봤을 때 각자의 역할이 있다. 재테크를 하는 데 있어 어느 하나에 매몰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은행은 단기 저축에 안전성을 추구하고, 5~7년 중기자금은 수익성을 중요시한다. 그런데 10년 이상 먼 미래를 바라본다면 수익도 나야 하지만 돈을 확실히 받을 수 있는 안전성도 중요하다. 보험은 장기간 저축해 큰 종잣돈을 만드는 데 유리한 상품이다.”

일러스트=챗GPT 달리3

―수익률이 더 높은 상품으로 장기저축을 할 수 있는 것 아닌가.

“지난 20년 동안 재테크 상담을 하다 보니 저축도 같은 저축이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1000만~2000만원을 모은 고객은 이 돈을 어떻게 소비할지 고민하는 반면, 1억원 이상을 모은 고객은 더 큰 자산을 만들기 위해 투자를 고민한다. 돈의 크기에 따라 다른 심리를 갖는다는 것이다. 일정 수준 이하로 돈을 모으면 소비하는 방향으로, 일정 수준을 넘으면 투자하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결국 1억원 이상을 저축하는 게 재테크의 핵심이다. 그런데 1억원을 모으려면 매월 100만원씩 8년 넘게 모아야 한다. 보험처럼 강제로 저축하게 만드는 상품이 아니라면 중도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보험은 이 일정 수준을 넘길 수 있게 만드는 상품이다.”

―보험은 보험료 중 일부가 사업비로 소모돼 시작부터 손해라는 인식이 강하다.

“국가 정책상 장기저축을 유도하기 위한 상품이 보험이다. 그래서 10년 이상 계약을 유지하면 비과세 혜택을 준다. 대신 보험사가 사업비를 빼가도록 용인한 것이다. 고객에게 상품 가입을 권유할 때도 사업비나 수수료가 발생한다는 점을 충분히 설명하되 장기적으로 이런 장점이 있다고 설득해야 한다. 보험은 누군가가 설득을 해야 가입하는 상품이다.”

―장기저축 관점에서 어떤 상품이 좋은가

“보험은 연금 분야가 강력하다. 은행이나 증권사에는 없는, 사망할 때까지 연금을 받는 종신이란 개념이 있기 때문이다. 연금보험은 당장 세액공제 혜택은 없지만, 미래에 받는 연금소득세가 면제된다. 특히 종신형 연금보험은 현재로선 유일하게 비과세 한도가 없다. 수십억원을 넣어도 나중에 세금을 내지 않아도 된다.”

―자산가들은 보험을 어떻게 활용하나.

“자산이 커지면 세금이 가장 큰 스트레스가 된다. 그래서 증여·상속세 등 세금을 줄이는 것이 최고의 목표다. 보험은 다른 금융상품과 달리 계약자·피보험자·수익자를 각각 따로 설정할 수 있는 장점이 있다. 그래서 종신보험을 이용한 절세가 활용되는 것이다. 100억원짜리 부동산을 상속하는 것과 부동산 50억원과 종신보험 50억원을 상속한다고 가정하면, 후자가 더 유리하다.”

―구체적으로 어떤 방법인가.

“계약자·피보험자를 부모로 하고, 수익자를 자녀로 설정하면 부모가 사망했을 때 부모가 냈던 보험료는 사망보험금으로 자녀에게 돌아간다. 이때는 상속세 과세 대상이 된다. 반면 계약자·수익자를 자녀로, 피보험자를 부모로 각각 설정하면 상속에서 아예 제외된다. 다만 보험료는 꼭 자녀가 내야 한다.”

―자녀가 보험료를 내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그래서 많은 자산가들이 자녀에게 수익이 나오는 상가 등을 물려준 뒤, 여기서 나온 돈으로 자녀가 보험료를 내게 만든다. 다만, 자녀가 미성년자거나 너무 어린 경우에는 사실상 보험료를 낼 능력이 없기 때문에 세무당국에서 문제 삼을 수 있다.”

―보통 어떤 상품을 활용하나.

“사망보장이 핵심이기 때문에 체증형 종신보험이 적합하다. 체증형 종신보험은 특정 시점이 지나가면 사망보험금이 평준형 종신보험보다 많아진다. 다만 상속이 목적이기 때문에 계약 해지 시 돌려주는 해약환급금은 시간이 지날수록 감소한다.”

☞보닥은

마이데이터와 AI 기술에 기반한 ‘인슈어테크’ 서비스 애플리케이션으로, 누적 다운로드 130만명과 누적 중개액 5000억원을 돌파한 보험 플랫폼이다. 보험 분석과 진단 후 결과에 대해 보닥플래너와 전문적인 상담을 받을 수 있다. 최근에는 손해사정사와의 비대면 상담과 건강검진을 바탕으로 한 영양소 추천 등 서비스를 제공하며 ‘라이프 케어’ 플랫폼으로 나아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