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60억원대 자산가 김모(73)씨는 지난해 외아들에게 40억원 상당의 부동산을 차례로 증여했다. 김씨는 15년에 걸쳐 아들의 증여세 재원까지 마련해주면서 안정적으로 증여를 마쳤다. 문제는 김씨가 노후를 위해 보유하고 있는 나머지 부동산과 현금성 자산이었다. 자신이 사망할 경우 이 재산을 외아들이 상속해야 하는데 막대한 상속세를 내야 하기 때문이다. 아들은 증여세 납부로 현금 자산이 많지 않은 상황이었다. 김씨는 프라이빗뱅커(PB)와 상담을 통해 종신보험에 가입하고 상속세 재원 마련 계획을 세웠다.

종신보험은 가입자가 사망하면 사망보험금을 보험사에서 상속인에게 주는 상품이다. 사망 시점이나 원인에 상관없이 약정된 사망보험금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현금화가 상대적으로 쉽다. 이런 특성 때문에 최근 자녀들의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해 종신보험에 가입하는 고령층이 늘고 있다. 국세청도 종신보험을 ‘상속세 재원 마련을 위한 최적의 방법’으로 추천하고 있다.

종신보험이 상속세 재원 마련 수단으로 주목받으면서 고액 가입자가 증가하는 추세다. 2012~2022년까지 10년 동안 65세 이상 종신보험 가입자는 3.6배 늘었는데, 같은 기간 비교적 고액인 5억원 이상 10억원 미만 가입자는 10배 증가했다. 보험업계는 부동산 가격 상승으로 수도권 아파트 한 채만 상속해도 수억원의 증여세를 내야 하기 때문에 고액 종신보험 가입자가 늘어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종신보험을 가입할 때도 어떤 방법으로 가입하느냐에 따라 상속세 절세가 될 수도, 되지 않을 수도 있다. 종신보험은 계약자와 보험사고 발생 대상인 피보험자, 피보험자 사망 시 보험금을 받는 수익자를 달리 설정할 수 있다.

부모가 수익자를 자녀로 설정하고 종신보험을 계약해 보험료를 낼 경우 자녀는 사망보험금을 받을 때 상속세를 내야 한다. 부모가 보험료를 냈기 때문에 보험금을 상속재산으로 간주하고 상속세를 물리기 때문이다. 만약 상속재산이 10억원이고 사망보험금이 10억원이라면 20억원을 총 상속재산으로 보고 상속세를 계산한다.

여기서 상품 구조를 변경하면 상속세를 내지 않을 수도 있다. 계약자와 수익자를 아들로, 피상속인을 부모로 설정하고 보험료를 아들이 낸다면 사망보험금에 대한 상속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자녀가 목돈이 없는 경우라면 이런 방식으로 종신보험 구조를 설정해 목돈을 마련할 수 있다.

그래픽=손민균

금융상품으로 상속세 1억원을 마련한다고 가정하자. A보험사의 1억원짜리 무저해지 기본형 종신보험(만 40세, 20년납)의 경우 월 납입료는 25만8000원, 총 납입 보험료는 6192만원이다. 반면 1억원을 은행 신용대출(금리 연 4.5%)로 마련한다면 20년 원리금 균등 상환으로 월 65만9956원을 내야 한다. 국세청도 ‘세금 절약 가이드‘를 통해 종신보험을 통한 상속세 마련을 ‘최적의 방법’이라고 소개했다.

종신보험으로 세제혜택을 받을 수도 있다. 근로소득자의 경우 납입보험료 기준 연간 100만원 한도 내에서 12%에 해당하는 금액만큼 세액공제가 이뤄진다. 적립금이 납입보험료를 초과하는 보험차익 발생 시 보험 가입 후 5년 이상 보험료를 납입하고 10년 이상 보험계약을 유지하면 이자소득세에 대한 비과세 혜택도 적용된다.

보험료의 일부라도 부모가 대신 냈다면 그에 해당하는 보험금 규모를 계산해 상속세를 물린다. 상속세를 내지 않기 위해선 상속인의 소득(국세청에 신고된 소득 또는 재산)으로 형성된 자금으로 보험료를 납부했다는 점을 과세 당국에 증명해야 할 수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