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서울 강남구에 사는 윤민우(가명·50세)씨는 조만간 은행 역모기지론을 알아보러 은행 창구에 방문할 예정이다. 나중에 재산을 물려줄 가족이 없어 가지고 있는 아파트 한 채를 담보로 노후 생활비를 넉넉히 마련하기 위해서다. 한국주택금융공사의 주택연금에 비해 은행의 역모기지론 금리가 높아 월 수령액이 적다는 이야기를 들어 민우씨는 주택연금을 선택할지 고민했다. 하지만 보유한 아파트 가격이 공시가 12억원이 넘어가고, 만 55세도 넘지 않아 주택연금 이용은 어려운 상황이다. 주택연금과 비슷한 역할을 하는 은행권의 역모기지론은 어떤 상품일까.

주택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는 주택연금과 비슷하게 민간에서도 집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을 방법이 있다. 은행권의 자체 주택연금상품(역모기지론)이다. 은행권의 주택연금상품은 매달 주택연금을 받고자 하는 수요는 있으나 이용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는 고가 주택을 소유한 고객을 대상으로 한다. 쉽게 말해 주택연금의 ‘틈새시장’을 노린 상품이다.

은행이 자체적으로 제공하는 주택연금상품은 주택연금과 마찬가지로 주택을 담보로 맡기고 매달 일정한 금액을 대출받는 구조의 역모기지론이다.

다달이 주택연금을 받고 싶지만 주금공 상품의 기준에 맞지 않는 연령이거나 고가 주택 소유자라면 은행 역모기지론을 고려할 수 있다. 은행권의 역모기지론은 공사의 주택연금보다 가입 문턱이 높지 않다.

주금공의 주택연금은 가입 연령 기준이 만 55세 이상이어야 한다. 또, 1주택자의 경우 공시가격이 12억원 이하여야 가입을 할 수 있고, 만약 다주택자라면 여러 주택의 공시가격 합산액이 12억원 이하인 경우에만 가입이 가능하다. 만약 12억원을 초과하는 2주택자의 경우엔 3년 이내에 주택 1채를 처분하는 조건으로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반면 민간 역모기지론 상품은 가입 연령 기준이 은행별로 다르지만, 대부분 만 55세가 넘지 않더라도 가입할 수 있다. KB국민은행 상품은 만 40세 이상부터 역모기지론 이용이 가능한데, 만 55세가 넘지 않았다면 실직 또는 폐업 관련 증빙 서류를 제출해야 한다. 신한은행의 자체 역모기지론 상품은 나이와 상관없이 이용할 수 있다. 단, 하나은행의 경우 만 60세 이상만 가입할 수 있다. 은행권 자체 역모기지론은 대부분 주택 가격 기준이 없다. 하나은행만 공시가격 12억원을 초과하는 아파트라는 조건을 내걸고 있다.

그래픽=정서희

금리는 은행권의 역모기지론에 비해 주금공의 주택연금이 낮다. 금리가 낮을수록 매달 받을 수 있는 수령액이 높아진다. 주금공의 주택연금 적용금리는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한 값이다. 기준금리는 3개월 양도성예금증서(CD) 금리 또는 신규취급액 기준 코픽스(COFIX·자금조달비용지수) 중 하나를 택할 수 있다. 3개월 CD 금리를 선택했다면 1.1%의 가산금리가 붙고, 신규취급액 코픽스를 택하는 경우에는 0.85%가 더해진다. 지난 17일 기준 CD 금리 3.39%, 신규취급액 코픽스 금리 3.40%를 기준으로 한다면 주택연금의 금리는 연 4.49% 또는 연 4.25%가 된다.

은행권 역시 기준금리와 가산금리를 더해 역모기지론의 금리를 결정한다. 하지만 은행권의 역모기지론은 가산금리가 주금공의 상품보다 높다. 은행권의 역모기지론의 금리는 지난 18일 기준 연 5.10~6.0%다.

주금공의 주택연금과 은행의 역모기지론은 만기 측면에서도 차이가 있다. 주택연금은 가입자가 사망할 때까지 월 지급금을 지원한다. 반면, 은행 상품은 만기가 최대 30년까지다.

연금 수령을 마친 뒤 주택 소유권의 이전 여부도 상품별로 다르다. 주금공의 주택연금에 가입했다면, 주금공은 주택연금 가입자가 사망한 뒤 주택을 처분해 정산한다. 그간의 연금수령 금액이 처분가격에 미치지 못하면 그 차액을 상속인에게 준다. 만약 처분한 집값보다 받은 연금이 많더라도 상속인에게 이 차액을 청구하지 않는다. 다만, 가입자가 원한다면 그동안 사용한 연금 대출 잔액을 모두 상환하는 조건으로 주택의 소유권이 다시 가입자에게 이전된다. 은행권의 역모기지론은 일반 주택담보대출과 마찬가지로 만기가 도래했을 때 대출금만 한 번에 갚으면 된다. 주택 소유권은 계속 대출자에게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