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6)씨는 10여년 전 인천에 있는 지하 1층, 지상 2층 상가 건물을 10억원에 아내와 공동명의로 매입했다. 당시 세무사가 공동명의를 해야 임대 수익 소득세나 양도소득세를 아낄 수 있다고 조언했기 때문이다. 김씨는 최근 다른 건물을 매입하기 위해 이 상가를 매각하기로 했다. 감정평가를 해보니 상가 건물 시세는 20억원으로 10년 만에 2배가량 뛰었다. 김씨가 이 상가를 단독명의로 소유했다면 양도소득세는 3억7500만원이 나오지만, 부부 공동명의를 한 덕분에 약 3900만원을 절세할 수 있었다.
고가 부동산을 살 때 공동명의와 단독명의를 놓고 고민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전문가는 고가 부동산을 취득할 때 가족 간 명의를 분산해야 각종 세금을 아낄 수 있다고 조언한다. 무조건 가족 공동명의가 좋은 것은 아니다. 가족의 자산, 수익을 꼼꼼히 따져서 절세 전략을 수립해야 한다. 부동산 매입부터 매각까지 명의에 따른 세금 차이를 알아본다.
◇ 명의 분산하면 종부세·소득세 덜 낸다
우선 부동산을 구매하고 소유할 때 발생하는 세금을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을 매입할 때 납부하는 취득세는 가구별 합삽한 주택 수로 세율을 판단하기 때문에 공동명의나 단독명의 모두 같은 세금을 낸다.
주택의 경우 매년 6월 1일 재산세 및 종합부동산세(종부세)와 같은 보유세 과세 대상이 된다. 재산세 역시 소유 지분대로 세금을 내기 때문에 명의와 상관없다. 종부세는 명의에 따라 세금 차이가 있다. 1가구 1주택 단독명의의 경우 12억원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여기에 5년 이상 장기 보유 및 60세 이상 고령 세액 공제도 해준다. 공동명의라면 명의자 1인당 9억원씩을 공제받는다. 따라서 부부 합계 18억원을 공제받을지, 단독명의로 12억원 기본 공제에 추가 세액 공제를 받을지 택할 수 있다.
수익형 부동산을 임대하는 경우 임대 소득에 따른 소득세가 발생한다. 소득세 세율은 최저 6%에서 최고 38%가 부과되며 소득이 커질수록 부담이 커지는 누진세 구조다. 수익형 부동산을 매입한다면 명의를 나눠 임대 소득을 분산하는 것이 유리하다.
수익형 부동산으로 연간 1억5000만원을 초과하는 수익을 낼 경우 최고 세율인 38%가 적용된다. 단독명의일 경우 매해 약 3700만원의 세금을 부담해야 하지만, 부부 공동명의(지분율 각 50%)로 하면 각자 24%의 세율이 적용돼 약 1200만원씩 내면 된다. 매해 약 1300만원의 소득세를 아낄 수 있는 것이다.
◇ 부동산 매각 시 양도 차익 분산해야 양도세 절세
부동산을 매각할 때도 공동명의가 유리하다. 부동산을 팔 때 내는 세금인 양도소득세율은 6~45%(지방세는 양도소득세의 10%)가 적용된다. 따라서 명의를 나눠 매각 차익을 분산하면 양도소득세를 덜 낼 수 있다. 앞선 사례에서 김씨가 단독명의로 상가를 매입했다면 양도차익 10억원에 대한 양도소득세 3억7500만원을 내야 한다. 부부 공동명의로 상가를 매입했기 때문에 양도차익을 부부가 각각 5억원씩 얻은 것으로 계산된다. 이 경우 양도소득세는 각각 1억6800만원씩 총 3억3600만원을 내면 된다. 약 3900만의 절세 효과를 얻는 것이다.
이미 단독명의로 매입한 부동산을 부부 공동명의로 전환하는 것은 유불리를 정확히 따져봐야 한다. 부부간 10년에 6억원까지 증여세 공제가 되기 때문에 기존의 단독명의 부동산을 공동명의로 전환하는 경우가 있다. 6억원까지 증여세를 내지 않지만, 취득세는 부담해야 한다. 증여취득세는 시가의 4%(최대 13.4%)가 적용된다.
명의 이전으로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받을 수 없게 되기도 한다. 1가구 1주택자가 부동산을 매각할 경우 2년 이상 거주 요건을 채웠다면 거주 및 보유 기간에 따라 1년에 8%씩 최대 80%까지 양도차익에 대해 공제받을 수 있다. 그러나 중간에 명의를 변경하면 변경 일로부터 보유 기간을 다시 산정하기 때문에 장기보유특별공제 혜택이 줄어들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