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최근에 병원에 자주 다니고 있는데, 보험금을 어떻게 청구해야 할지 모르겠어요. 병원에 갈 때마다 보험금을 청구하면 보험사가 싫어하지 않을까요. 보험금 청구 건수가 많다고 다른 보험 가입이 거절되거나, 보험금을 적게 받을까 걱정됩니다. 치료가 다 끝나고 한꺼번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게 좋지 않나요?”

인터넷에서 손쉽게 접할 수 있는 실손보험금 청구 방법과 관련한 질문 글이다. 세간에는 보험금을 여러 차례 청구하기보다 한꺼번에 1회 청구하는 게 더 유리하다고 알려져 있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다르게 판단한다. 보험금을 10회에 걸쳐 청구해 100만원 받는 것과, 1회 청구해 100만원 받는 것은 차이가 없다는 것이다. 다만, 3년 이내에 다른 보험에 가입할 계획이 있다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 보험가입 시점의 ‘청구 여부’가 중요

전문가들은 새로운 보험에 가입할 계획이 있다면, 가입심사가 끝난 뒤에 보험금을 청구하라고 조언한다. 모든 보험사는 신용정보원을 통해 상품 가입 신청을 한 고객의 보험금 청구 이력을 들여다볼 수 있다. 보험사는 이를 통해 고객의 질병 발생 가능성 등을 판단한다. 위험성이 높다고 판단되면 심사도 까다로워진다. 고객 입장에선 보험금 청구 이력이 많을수록 불리해지기 때문에 되도록 심사 이후에 보험금을 청구하는 게 유리하다. 다만 보험금 청구권은 3년이 지나면 사라지기 때문에 무기한 보험금 청구를 미룰 순 없다.

가령 고객은 보험에 가입할 때 보험사로부터 ‘최근 3개월 내 질병확정진단 여부’ 등 여러 질문을 받게 된다. 건강 상태 등을 보험사에 사실대로 알려야 하는 ‘계약 전 알릴 의무’(고지의무)가 있기 때문이다. 1년 전 갑상선 질병으로 병원에 다녀온 사실처럼 고지의무에 해당하지 않는 사안은 구태여 밝힐 필요가 없다.

서울 시내 한 대학병원 응급의료센터. /연합뉴스

그런데 갑상샘(갑상선) 치료에 대한 보험금 청구를 미리 했다면 문제가 될 수 있다. 보험사는 고지의무에 해당하지 않아도 보험금 청구 이력을 근거로 갑상샘 질병만큼은 보험금을 지급하지 않겠다는 특약(부담보)을 넣는 조건으로 상품에 가입하라고 요구할 수 있기 때문이다. 최악의 경우 상품 가입이 거절된다.

손해사정사 무료선임 서비스 ‘올받음’을 운영하는 어슈런스의 염선무 대표는 “고지의무는 꼭 지켜야 할 의무사항이기 때문에 성실하게 임해야 한다”라며 “고지의무에 해당하지 않는 내용의 보험금 청구 이력이 확인돼도 보험사가 문제 삼을 수 있어 가입 후 보험금을 청구하는 게 좋다”라고 했다.

◇ 중복청구해야 보험금 더 많이 받는다

실손보험 중복보장에 대한 오해도 많다. 많은 직장인이 개인 실손보험과 회사 실손보험에 중복가입돼 있는데, 대부분 한 보험사에만 보험금을 청구한다. 두 보험사로부터 중복보장은 불가능하다는 게 상식처럼 널리 알려진 탓이다.

하지만 1세대 실손보험 일부를 제외하면 두 보험사에 보험금을 동시에 청구해야 더 많은 보험금을 받을 수 있다. 치료비의 80%를 보상하는 실손보험에 가입한 고객이 치료비 10만원에 대한 보험금을 중복청구하면, 한 곳에선 8만원을 받고 나머지 한 곳에서만 공제된 2만원까지 받을 수 있다. 중복보장이 불가능하다는 뜻은 보험금 지급 한도가 10만원에서 20만원으로 늘어나지 않는다는 것이지, 받을 수 있는 보험금 액수도 동일하다는 의미가 아니다.

카페·마트 등에서 업장 과실로 배상책임 보험을 통해 치료비를 보상받은 경우 실손보험금을 또 받을 수 없다는 것도 사실과 다르다. 동일한 치료라도 보험의 내용이 다르기 때문에 배상책임에서도 치료비를 보상받고, 개인적으로 가입한 실손보험에서도 추가 보상을 받을 수 있다.

☞올받음은

손해사정사와 상담·업무의뢰를 할 수 있는 플랫폼으로, 어슈런스가 운영하고 있다. ‘실손보험 손해사정사 선임권’ 서비스를 운영하며 실손보험에 대한 다양한 콘텐츠를 생산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