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50대 유모씨는 3년 전 아버지로부터 증여받은 7억원 상당의 다세대주택을 팔 생각이다. 현재 세를 주고 있는데 관리가 쉽지 않고 최근 아들이 외국으로 학교를 가게 돼 생활비와 학비에 쓸 여윳돈이 필요해져서다. 그런데 주변 친구들로부터 부동산을 증여받은 후 10년간은 되팔 수 없다는 말을 들었다. 증여받은 부동산은 언제 팔 수 있으며,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지 살펴보자.

전문가들은 보통 증여받은 부동산을 곧바로 되팔지 말라고 조언한다. 자칫 잘 못 팔았다가 양도소득세 폭탄을 맞을 수 있기 때문이다. 세법에 따르면 부모와 자녀 등 직계존비속 또는 배우자로부터 증여받은 자산을 10년 이내(2022년 이전 증여 시 5년) 양도할 경우 ‘양도세 이월과세’가 적용된다. 이월과세가 적용되면 양도차익이 높게 산정돼 내야 할 양도세도 늘어난다. 그렇다고 유씨가 전해 들은 말처럼 증여받은 부동산을 아예 팔 수 없는 것은 아니다. 증여일을 기점으로 부동산 소유권이 유씨에게 이전됐기 때문에 언제든 팔 수 있다.

우선 양도세가 어떤 세금인지, 어떻게 매겨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양도세는 부동산 등의 자산을 팔 때 발생하는 이익에 매기는 세금이다. 양도세는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의 차이인 양도차익이 클수록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누진세율 구조다. 통상 증여 후 자산을 팔면 취득가액이 증여 시점을 기준으로 재산정되기 때문에 양도세가 줄어든다. 그러나 양도세 이월과세가 적용되면 이러한 공식은 작동하지 않는다. 취득가액을 ‘증여가액’이 아닌 증여자가 최초 자산을 취득한 가액으로 계산해서다. 유씨의 경우 유씨의 아버지가 다세대주택을 매입한 취득가액을 기초로 양도세가 산정된다.

유씨의 아버지가 증여한 주택의 최초 취득가액이 3억원, 증여가액이 7억원이라고 가정해보자. 증여를 받은 사람인 유씨가 10년 후 이 주택을 9억원에 매도하면 양도차익은 2억원(9억원-7억원)이다. 유씨가 내야 할 양도세는 5000만원가량이다. 그러나 유씨가 증여일로부터 10년 이내에 같은 조건에서 주택을 팔면 양도차익은 6억원(9억원-3억원)이 된다. 유씨가 물어야 할 양도세는 2억원으로 4배 가까이 늘어난다.

그래픽=손민균

증여받은 자산을 10년 내 팔아도 양도세 이월과세가 적용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1가구 1주택 양도세 비과세 조건을 만족하면 양도세는 0원이 된다. 세무 당국은 1가구 1주택자가 2년 이상 보유한 주택을 12억원 이하에 팔면 양도세를 물리지 않는다. 유씨가 증여받은 주택 외의 부동산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면, 이 요건을 모두 충족하고 있기 때문에 양도세 비과세 대상에 해당한다.

호지영 우리은행 자산관리컨설팅센터 세무 전문가는 “부동산을 자녀에게 물려줄 계획을 갖고 있다면 일찍 증여하는 것이 유리하다”며 “부동산 가격이 더 오르기 전에 증여해 증여세를 아낄 수 있고, 양도세 이월과세 적용 기간이 10년인 점을 고려하면 양도 시점을 앞당길 수도 있다”고 했다.

양도세 이월과세는 현재 토지·건물·부동산 취득권 등에 적용되고 있는데, 내년부터는 주식도 포함될 예정이다. 정부가 지난 8월 발표한 ‘2024년 세법 개정안’에는 이런 내용의 소득세법 개정안이 포함됐다. 부동산과 마찬가지로 증여가액이 아닌 과거 배우자가 해당 주식을 산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시세차익을 계산해 세금을 내도록 하는 것이 주요 내용이다. 배우자 증여를 통해 해외주식 양도세를 절세하는 사례가 늘어난 데 따른 조치다. 배우자 사이에는 10년 이내에 6억원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돼 ‘증여 후 매도’가 해외주식 절세법으로 빈번히 활용됐다. 단 주식 이월과세 기준은 ‘1년 이내에 증여받은 주식’이기 때문에 증여 1년 후에 매도할 경우 증여 시점의 취득가액으로 양도세를 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