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있는 시가 12억원 상당의 아파트에 거주 중인 70대 오모씨는 조만간 아들과 아파트를 맞바꿀 생각이다. 아들은 경기도 외곽에 있는 시가 7억5000만원의 아파트에 살고 있다. 내년이면 둘째 손주가 태어나고 첫째 손주는 초등학교에 입학해, 아들이 좀 더 나은 여건의 학군지로 이사하는 것이 좋겠다고 판단해서다. 오씨는 이미 은퇴했기 때문에 굳이 서울에서 거주할 필요가 없다. 가족 간 주택을 맞교환할 때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지 살펴보자.
생애주기별로 주택에 대한 수요는 달라진다. 이제 막 가정을 꾸린 30~40대는 직장과 인접한 동시에 자녀의 교육에 적합한 지역을, 은퇴를 한 50~60대는 번잡한 도시를 떠나 여유 있는 전원생활을 할 수 있는 곳을 선호한다. 그러나 최근 집값이 가파르게 오른 탓에 ‘영끌’을 하지 않는 이상 30~40대가 수도권에 입성하기는 쉽지 않아졌다. 이에 ‘가족 간 주택 저가 교환’이 새로운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은퇴한 부모가 도심에 있는 집을 자식에게 비교적 저렴하게 물려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 제31조에 따르면 가족 간 집을 교환할 때 차액의 3억원, 혹은 시가의 30% 중 적은 금액은 증여세 과세 대상에서 제외된다. 오씨의 사례와 같이 12억원 아파트와 7억5000만원 아파트 소유권을 맞바꾸면 이 차액인 4억5000만원이 증여 재산에 해당하나, 3억원이 빠져 실제 증여세 과세액은 1억5000만원이 된다.
여기에 직계존속 증여공제 5000만원(미성년자 2000만원), 결혼·출산 증여공제 1억원이 적용되면 증여세 과세액이 0원이 돼 오씨의 아들은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만약 오씨가 보유한 아파트를 아들에게 일반 증여했다면, 오씨의 아들은 증여세로 2억5000만원가량을 내야 한다. 오씨가 두 아파트 간 차액인 4억5000만원을 현금으로 증여했다면 같은 조건에서 증여세는 4850만원이다.
다만 양도소득세와 취득세는 오씨와 오씨의 아들이 모두 내야 하기 때문에 이 점을 염두에 둬야 한다. 오씨 부자가 각각 1가구 1주택자로 2년 이상 거주해 비과세 요건을 채웠다면 양도세를 내지 않는다. 양도가액도 모두 12억원 이하라 요건에 부합한다.
다만 가족 간 거래는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적용될 수 있어 주의가 필요하다. 부당행위계산 부인이란 세금을 부당하게 적게 내기 위한 특수관계인 간 거래에 대해선 국세청이 이를 인정하지 않는 것을 말한다. 오씨의 사례로 보면 오씨는 12억원의 집을 7억5000만원에 받고 매각했으니 양도세가 매겨지는 액수도 7억5000만원이라고 생각할 수 있으나,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적용되면 시가(12억원)를 양도가액으로 해 세금을 매긴다. 시가 12억원 이하인 주택을 맞교환할 경우엔 부당행위계산 부인이 적용돼도 내야 할 양도세가 없어 상당한 절세 효과를 누릴 수 있다.
집을 맞바꿀 때는 현재 주택의 가치가 얼마인지 제대로 따져보는 것도 중요하다. 이를 위해선 미리 감정평가를 받아놓는 것이 좋다. 현행 세법은 주변 매매가 등 유사 매매 사례가 있더라도 감정가를 우선 적용한다. 감정평가를 통해 시가 대비 주택값을 낮출 수 있다면 과세액을 줄일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