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모(55)씨는 2019년 세 아들에게 서울 서초구의 한 꼬마빌딩을 증여했다. 김씨 형제들은 공시가격을 기준으로 해당 빌딩의 가액을 92억7000만원으로 평가하고, 증여세 약 26억5000만원을 나눠 냈다. 그런데 국세청이 외부 감정평가를 의뢰해 이 건물의 가격을 155억2000만원로 평가했다. 국세청은 이를 기준으로 김씨 형제에게 증여세 27억3000만원(총 53억5000만원)을 추가로 내라고 요구했다. 김씨 형제들은 국세청을 상대로 소송을 걸었으나 패소했고 결국 증여세를 추가로 냈다.
꼬마빌딩을 증여·상속 받고 세금을 낼 때 공시지가로 부동산 가액을 평가하고 세금을 냈다가 낭패를 보는 경우가 적지 않다. 거래가 많지 않은 꼬마빌딩의 특성상 정확한 시가를 알 수 없기 때문에 보충적 평가방법인 공시가격에 따라 증여·상속세 신고를 한다.
불과 2~3년 전만 해도 시세보다 50~70%가량 낮은 공시지가를 기준으로 증여·상속세를 신고하는 방법이 ‘절세 꿀팁’으로 여겨졌다. 하지만 국세청이 이런 관행에 제동을 걸고 과거 세금 납부 사례까지 조사를 하면서 막대한 세금을 추가로 내는 사례가 늘고 있다.
◇ 국세청, 고액 부동산 감정평가 사업 강화
상속·증여 재산의 평가는 상속·증여법에 따라 시가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부동산의 경우 최근 거래가 있었거나, 아파트처럼 거래가 많은 경우라면 시가를 산정하기 쉽다. 그러나 꼬마빌딩 같은 고가의 비주거용 부동산은 매매가 빈번하지 않아 시가 추정이 어렵다. 이 경우 상속·증여세법에서 정한 보충적 평가방법에 따라 신고가 가능한데, 고액 자산가들은 주로 공시지가를 활용했다.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국내 건축물 공시지가의 전국 평균 시세반영률은 65.5%다. 시세반영율이란 정부가 발표한 공시지가가 시가 대비 어느 정도인가를 나타내는 지표다. 시세반영율이 65.5%라면 시가가 10억원일 때 공시지가는 6억5500만원 정도 한다는 의미다.
과거엔 이런 차이를 이용해 부모가 꼬마빌딩을 자녀에게 증여하고 자녀는 공시지가로 증여세를 내는 방식이 자산가들의 절세 수단으로 주목받았다. 그러나 이런 방식을 두고 과세의 형평 문제가 제기됐고 국세청은 2019년부터 감정평가를 통해 실제 가격에 부합하는 과세를 하겠다는 방침을 내놓았다.
국세청은 최근 꼬마빌딩과 초고가 아파트, 단독주택 등 감정평가 과세를 본격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강민수 국세청장은 지난달 12일 꼬마빌딩 등을 대상으로 감정평가를 대폭 확대하는 내용의 국세행정 운영 방안을 발표했다. 국세청 관계자는 “시가 100억원 꼬마빌딩의 기준시가가 거래가격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다”고 했다.
김씨 형제 사례처럼 국세청은 과거에 이미 세금 납부를 완료한 꼬마빌딩 증여·상속에도 직권으로 감정평가를 진행해 추가 세금을 물리기도 한다. 공시지가로 세금 납부를 마치고 “절세했다”고 안심하기엔 이르다. 법원도 국세청의 이러한 ‘소급 감정’을 적법하다고 판단하고 있다.
◇ 감정평가 통해 증여·상속 계획 마련해야 유리
꼬마빌딩을 증여·상속받고 세금을 내야 하는 경우 어떤 대비를 해야 할까. 전문가들은 꼬마빌딩처럼 시가가 정확하지 않은 부동산의 경우 감정평가를 받는 것이 유리하다고 조언한다. 이를 통해 정확한 세금을 계산하고 증여·상속 계획을 짜야 한다는 것이다.
감정평가 방식은 기준시가에 따라 다르다. 기준시가 10억원 이하 경우 1개 감정기관의 감정 결과만으로 상속세 신고가 가능하다. 기준시가 10억원 이상이면 2개 감정기관의 감정 결과가 필요하다. 납세자가 감정평가를 받아서 발생한 평가 수수료는 500만원까지 필요경비로 공제된다. 꼬마빌딩 증여나 상속을 준비하고 있다면 감정평가를 활용할 필요가 있다.
부모에게 물려받은 꼬마빌딩을 매각할 계획이 있다면 오히려 감정평가를 받는 것이 좋다. 감정평가를 받아 증여·상속세를 낸 경우 부동산을 처분할 때 이 평가액을 취득가액으로 산정한다. 양도소득세를 낼 때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세금을 물리기 때문에 감정평가로 취득가액을 높이는 것이 세금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