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민족 대명절 추석. 온 가족이 모여 함께하는 이 자리에서 빠지지 않는 것이 용돈이다. 대학교 졸업을 앞둔 손자에게, 고등학생이 되는 조카에게 제법 두둑한 용돈을 주려 한다면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통상 조부모나 부모가 자녀 등에게 주는 용돈엔 세금이 부과되지 않지만, 사회 통념상 허용되지 않는 거액을 준다면 증여세를 물 수 있다.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할지 살펴보자.

◇ ‘재산 형성’ 목적으로 쓰였다면 증여세 부과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 따르면 무상으로 이전받는 재산 또는 이익은 모두 증여세 부과 대상이다. 이 법에선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이재 구호금품, 치료비, 피부양자의 생활비, 교육비, 기타 이와 유사한 것’을 비과세 증여 재산으로 규정한다. 학자금 또는 장학금, 기념품, 축하금, 부의금, 혼수 등이 포함된다.

명절에 주는 용돈은 축하금으로 볼 수 있다. 그렇다고 모든 금전 거래에 세금이 붙지 않는다는 뜻은 아니다. 수천만원을 용돈으로 주면 자칫 증여세를 물어야 할 수 있다. 세무 당국에서 법에 명시된 ‘사회 통념상 인정되는’ 수준을 넘어섰다고 판단할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이 돈이 ‘어디에 쓰였는지’도 중요하다고 설명한다. 정주용 세무법인 조이택스 대표 세무사는 “명절에 받은 용돈을 재산 형성 목적으로 사용했다면, 세무 당국이 증여세를 부과할 수 있다”고 했다.

상속세 및 증여세법에선 비과세 증여 재산은 ‘해당 용도에 직접 지출한 것’으로 국한하고 있다. 자녀가 명절에 받은 용돈을 모아 주식에 투자하거나 주택 매입 자금으로 활용하면 세금을 부과할 수 있다는 뜻이다. 특히 미성년자이거나 별다른 소득이 없는데도 고가의 자산을 취득했다면 자금출처조사 대상이 될 가능성이 크다.

그래픽=손민균

◇ 손주에게 10년간 500만원씩 주면 ‘증여세 0원’

만약 고액의 현금을 주려 한다면, 증여세 비과세 한도를 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증여세 비과세 한도는 미성년자일 경우 10년간 2000만원이다. 만 19세 이상 성년일 경우에는 비과세 한도가 10년간 5000만원으로 늘어난다. 성년인 손자에게 매년 500만원씩, 10년간 총 5000만원을 명절 용돈으로 줬다면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 만약 삼촌이 조카에게 거액의 용돈을 줬다면 성년 여부와 관계없이 10년간 1000만원까지만 비과세 된다.

자녀가 명절 때마다 받은 용돈을 관리하는 부모라면, 통장 비고란에 ‘명절 용돈’ ‘생활비’ 등의 메모를 남기는 것이 좋다. 정 세무사는 “자녀 통장에 명절에 받은 용돈을 입금할 때마다 번거롭더라도 자금의 용도·성격 등을 메모로 남겨야 한다”며 “이 내역이 증여가 아님을 입증할 수 있는 소명 자료가 될 수 있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