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주택연금을 5년째 받는 김태진(가명·68세)씨는 살고 있는 아파트가 재건축을 추진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재건축을 하면 집값이 오를 것이라는 기대감이 든 것도 잠시 태진씨는 생활비에 대한 고민에 빠졌다. 주택연금으로 생활비를 일부 충당하고 있는데, 만약 재건축이 이뤄진다면 주택연금을 받을 수 없는 것은 아닌지 걱정이다. 생활비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주택연금에 가입하면 이주비 대출도 받을 수 없다는 점도 태진씨가 재건축 소식을 마냥 반기지 않은 이유다. 태진씨처럼 주택연금 가입자가 재건축이나 재개발을 앞뒀을 때 연금을 유지할 수 있을지 알아보자.

주택연금 가입자는 담보로 제공한 주택이 재건축이나 재개발되는 경우 가입 방식에 따라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담보로 매달 연금을 받을 수 있는 주택연금은 가입 방식이 저당권과 신탁으로 나뉜다. 저당권 방식은 주택 소유자가 주택에 근저당권을 설정해 담보로 제공하는 것이다. 신탁 방식은 주택 소유자가 주택 소유권을 한국주택금융공사에 위탁하는 방식으로 담보를 제공해 연금을 받는 구조다.

주택연금 이용 도중 재건축, 재개발을 할 경우 저당권 방식만 연금 지급정지 예외사유에 해당해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신탁 방식의 경우 재건축, 재개발이 진행되면 주택금융공사의 신탁 등기가 유지돼 주택금융공사가 해당 사업의 조합원이 될 수 있기 때문에 주택연금 가입자는 연금을 받을 수 없게 된다. 신탁 방식 주택연금 가입자라면 담보 취득 방식을 저당권 방식으로 변경한 후에 재건축·재개발 사업에 참가해야 한다.

저당권 방식 가입자라도 재건축·재개발에 참여하고 있다는 점이 주기적으로 확인돼야 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다. 주택금융공사는 주택연금 가입자가 재건축 등에 참여함에 따라 조합원이 된 경우 참여를 입증하는 서류를 2개월마다 확인한다. 이 경우 재건축 등 참여로 인해 이사를 하는 경우에도 주택연금을 계속 유지할 수 있다.

만약 조합원 지위를 상실한다면 주택연금 월지급금 지급 정지 사유에 해당돼 연금을 받을 수 없다. ▲분양 신청을 하지 않은 경우 ▲분양 신청을 철회한 경우 ▲분양 대상에서 제외된 경우 ▲입주권을 제3자에게 매도한 경우에 조합원 지위 상실로 간주돼 연금 수령이 어려워진다. 단, 재개발·재건축 사업에 참여하지 않고 다른 주택으로 이사를 가면서 신규 주택으로 주택연금을 이어서 받고 싶다면 담보주택변경 조건 변경을 통해 해지 없이 주택연금을 이용할 수 있다.

주택연금 가입자는 재건축·재개발에 참여할 때 이주비 대출을 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재건축·재개발 시에도 담보 주택에 대해 주택금융공사의 근저당권이 반드시 1순위로 유지돼야 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이주비 대출에 대해 금융기관의 1순위 근저당권 설정이 필요한 경우라면 이주비 대출을 받을 수 없다.

그래픽=손민균

재개발 또는 재건축이 예정된 경우 새롭게 주택연금에 가입하고 싶다면 사업 진행 상황에 따라 가능 여부가 달라진다. 지방자치단체로부터 관리처분계획 인가를 받기 이전이라면 주택연금에 가입할 수 있다. 하지만 인가를 받은 후라면 사업이 실질적으로 진행돼 주택의 철거 등이 이뤄지기 때문에 주택연금 가입을 할 수 없다.

주택연금 가입자가 재건축이나 재개발이 끝나고 신규 주택에 입주하는 경우 월지급금은 추가 분담금 납부 또는 환급금 수령 여부에 따라 달라진다. 추가 분담금 혹은 환급금이 없는 경우 월지급금은 동일하다. 추가 분담금을 납부하는 경우라면 월지급금이 증가한다. 대신 초기보증료를 추가 납부해야 한다.

만약 환급금을 받는 경우라면, 월지급금이 동일하거나 감소할 수 있다. 보증(대출)잔액이 환급금보다 많다면 환급금 전부로 보증잔액을 일부 상환하면 이전과 같은 월지급급을 받는다. 하지만 보증잔액보다 환급금이 많으면 환급금 일부로 보증 잔액을 전부 상환해야 하고, 월지급금은 감소하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