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개인사업을 하는 이정근(47)씨는 최근 인도 증시에 투자할지 고민하고 있다. 그간 ‘세계의 공장’이라고 믿었던 중국 증시에 투자해 왔지만, 최근 중국은 실물 지표 개선 속도가 더디다. 여기에 미국 대선을 앞두고 중국 기업에 대한 규제가 강해질 것이란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씨는 중국의 대체 투자처로 인도를 눈여겨보고 있다. 한데 국내 투자자는 인도 주식시장에 직접 투자할 수 없다. 대안은 없을까.

최근 중국을 대체할 투자처로 인도 증시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인도 대표 지수인 니프티50 지수는 지난 1년 동안 23.83% 상승했다. 니프티50은 인도국립증권거래소(NSE)에 상장된 인도 최대 기업 50곳의 가중평균을 나타내는 인도 대표 주가지수다. 같은 기간 코스피지수(0.30%)는 물론이고 미국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500 지수(20.52%)의 성과를 웃돈다. 특히 니프티50 지수는 올해 들어 170여거래일 가운데 44번이나 신고가를 새로 쓰기도 했다.

인도 증시가 급격히 뜨는 데는 외국인 투자 자금이 몰리고 있기 때문이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코트라)에 따르면 인도의 2019~2020년 기준 외국인직접투자액(FDI)은 744억달러였지만, 2020~2021년 820억달러, 2021~2022년 836억달러 등 증가세를 보였다. 현재 인도는 미중 갈등 격화 이후 중국을 대체할 최대 공급망으로 꼽히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인구수도 중국을 추월해 세계 최대 소비 시장으로 떠올랐다. 고등 교육을 받은 사람 역시 빠르게 늘고 있으며 정보기술(IT) 분야의 인재가 풍부한 점도 각국이 인도와 협력하고 싶은 부분이다.

인도는 성장 가능성이 무궁무진하다는 점에서 미래 투자처로 긍정적이다. 인도 재무부는 2024회계연도(2024년 4월~2025년 3월) 실질 국내총생산(GDP) 증가율 전망치를 7%대로 제시했다. 이 예측대로라면 인도는 2021회계연도에 이어 4년 연속 7% 이상의 성장률을 달성하는 셈이다. 한국의 지난해 경제성장률이 고작 1.4%였던 점을 고려하면 성장세가 가파르다. 글로벌 신용평가 기관 스탠더드앤드푸어스도 현재 세계 5위인 인도 경제가 2028년엔 일본과 독일을 제치고 3위까지 부상할 것으로 전망했다.

◇ 인도 ETF 총 7종…최고 수익률 45.71%

개인투자자가 인도 증시에 직접 투자할 방법은 없다. 인도의 가장 대표적인 증권거래소로는 뭄바이증권거래소(BSE)와 국가증권거래소(NSE)가 있는데 각각 5000여개, 2000여개의 기업이 상장돼 있다. 하지만 국내 증권사 중 이 거래소들과 계약을 맺고 국내 투자자들에게 인도 주식 매매 서비스를 제공하는 곳은 없다. 대신 상장지수펀드(ETF)를 통해 투자할 수 있다. 한국거래소에는 인도 관련 상장 ETF가 7종류가 있다. 대부분 니프티를 추종하는 상품이지만 최근에는 소비 등과 관련된 상품도 잇따라 출시되고 있다.

지난 5월 출시된 ‘TIGER 인도빌리언컨슈머’, ‘KODEX 인도타타그룹’ ETF를 제외한 상품의 지난 10일 기준 최근 1년 수익률을 살펴보면 ‘TIGER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 ‘KODEX 인도니프티50레버리지(합성)’은 각각 44.91%, 42.60%를 기록했다. 같은 기간 ‘TIGER 인도니프티50′은 21.91%, ‘KODEX 인도니프티50′은 22.46%, ‘KOSEF 인도니프티50(합성)’은 22.20% 등 모두 20% 이상의 수익률을 올렸다.

그래픽=손민균

합성형은 운용사가 직접 기초자산을 편입하지 않고 증권사와 수익률 스와프라는 장외파생상품 계약을 맺고 기초지수 수익률을 추종한다. 인도 같은 신흥국 주식을 매수하려면 원화에서 미국 달러화로, 미국 달러화에서 해당국 화폐로 이중환전이 필요하기에 매매비용이 크게 발생한다. 이때 합성형의 경우 매매비용과 무관하게 증권사로부터 등락률만큼의 수익률을 받는다는 장점이 있다. 실물형은 합성형과 달리 증권사와의 스와프 계약에서 발생하는 비용이 발생하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다. 다만 인도 ETF는 합성형, 실물형과 관계없이 기본적으로 인도 니프티50 지수를 추종하기 때문에 수익률 편차는 크지 않은 편이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10일 기준 국내 시장에 상장된 인도 투자 ETF의 순자산총액은 1조7430억원으로 집계됐다. 올해 초 5972억원 대비 1조1458억원 증가한 수준으로 인도 증시 활황에 힘입어 꾸준히 매수세가 유입됐다. 특히 개인투자자 사이에서 인기가 뜨겁다. 연초 이후 이달 9일까지 개인 순매수 금액은 4214억원에 달한다.

◇ 모디 총리의 ‘메이드 인 인디아’ 주시…증시 고평가 우려 존재

인도 증시의 관건은 모디 총리가 힘주고 있는 제조업 부흥책 ‘메이크 인 인디아’의 성공 여부다. 인도는 높은 관세와 불합리한 행정 절차 등으로 악명 높았지만 모디 정권 이후 제도가 개선되고 있다.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에서 생산하는 국내외 기업에 생산 연계 인센티브(PLI)란 지원금을 주는 제도다. 모디 정권이 외국 자본 유치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인도의 해외직접투자(FDI) 유입액은 2014~2023년 9년간 4480억달러에 달했다.

인도 증시에 주목해야 할 또 다른 부분은 도시화다. 인도는 국내총생산(GDP)이 세계 5위지만 도시화율은 35.9%(2022년 기준)에 불과하다. 한국(81.4%)은 물론 중국(63.6%)보다도 훨씬 낮다. 하지만 모디 정권 이후 도시화율이 매년 2%포인트씩 증가하고 있다. 모디 3기의 제조업 활성화, 인프라 강화 정책 수혜가 예상되는 분야도 있다. 정부 집중 지원이 예상되는 방산, 인프라, 신재생 섹터와 철강, 기계설비 등 자본재 등이 주요 투자처가 될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일각에선 인도 투자에 대한 신중론이 제기된다. 인도 증시가 중장기적으로는 상승세를 보이지만 단기적으로 과열됐다는 진단이 나온다. 주가 과열 정도를 측정하는 주가수익비율(PER)이 대표적인 사례다. 인도의 PER은 23배로, 신흥국 평균(12배)의 두 배에 달한다. 아울러 인도 내부의 사회·경제적 불평등 문제로 인해 지금의 성장세를 이어가기엔 한계가 있다는 신중론도 제기된다. 가끔 튀어나오는 반시장적 정책 기조도 장애물로 꼽힌다. 인도 정부는 보안과 국내 제조업 활성화를 이유로 지난해 8월 노트북과 PC 수입을 제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