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70대 김모씨는 올해 안에 자식들에게 재산 일부를 증여할 계획이다. 지난해 말 형이 갑작스럽게 사망한 후 조카들이 상속세 폭탄을 맞아 고생하는 것을 보니 마음이 다급해졌다. 김씨는 현재 경기도 소재 아파트 두 채, 주식, 예금 등의 자산을 보유 중이다. 세 명의 자녀에게 각각의 자산을 넘기는 것이 나을지, 모두 팔아 현금화해 나눠 주는 것이 좋을지 고민이다.

최근 상속세 과세 대상자가 크게 늘며 ‘사전 증여’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 상속세 과세 대상자는 약 2만명으로, 3년 새 2배 가까이 늘었다. 부동산 가격이 가파르게 오른 탓에 집 한 채를 물려 주더라도 상속세를 내야 하는 경우가 많아져서다. 지난해 서울 아파트의 평균 매매가격은 11억9957만원(민주노동연구원 기준)으로, 상속세 공제 한도인 10억원을 웃돌고 있다.

김씨와 같이 사전 증여를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어떤 자산을, 어떻게, 언제 증여하는 것이 절세 측면에서 효과적일지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 부동산, 현금, 주식 등의 자산을 물려줄 때 어떤 점을 유의해야 하는지 살펴보자.

◇ 1위는 부동산…취득세 고려해야

가장 먼저 증여 자산별로 어떤 세금이 매겨지는지를 알아야 한다. 김씨가 현금과 주식을 증여하면 증여받는 김씨의 자녀는 증여세만 내면 된다. 만약 7억원을 현금으로 증여할 경우 김씨의 자녀는 증여 재산 공제(10년간 5000만원)와 3% 신고 세액 공제를 적용받아 1억3095만원을 증여세로 내야 한다.

그러나 부동산을 증여할 경우 김씨의 자녀는 증여세뿐 아니라 취득세도 내야 한다. 김씨가 경기도 소재 시가 7억원 상당의 아파트를 자녀에게 증여한다고 가정해보자. 김씨의 자녀는 증여세에 더해 증여 취득세(시가 3억원 이상일 경우 비조정대상 지역 3.5%, 조정대상지역 12% 세율 적용)를 내야 한다. 김씨의 자녀가 내야 할 취득세는 2660만원가량이다.

그럼에도 많은 자산가들이 부동산 증여를 선호하는 것은 자산 가치 상승에 따른 추가 이익을 기대할 수 있어서다. 국세청이 발표한 ‘재산 종류별 증여세 신고 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증여 재산의 47.4%가 부동산인 것으로 집계됐다. 정주용 세무법인 조이택스 대표 세무사는 “부동산 증여는 당장 내야 할 세금이 많을 수 있으나, 가격이 오를 경우 그만큼 추가 이익을 얻을 수 있는 것이 장점이다”라며 “자산 가치 상승분을 무상 이전하는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했다.

◇ 증여세 줄이려면 주식이 유리

증여세를 과세하는 기준이 되는 ‘증여재산 가액 산정 방법’도 자산별로 차이가 있다. 현금과 부동산은 증여 시점의 ‘시가’로 증여재산 가액을 평가하지만, 상장 주식은 ‘증여일 전후 2개월, 총 4개월의 종가 평균액’을 증여 가액으로 한다. 만약 김씨가 9월 1일 상장주식을 자녀에게 증여했다면 증여 가액은 지난 7월 1일부터 11월 1일까지의 종가 평균으로 계산된다.

주식 증여의 장점은 시세 변동을 고려해 증여 시점을 결정할 수 있다는 것이다. 예컨대 김씨가 증여한 주식(5000주·9월 1일 종가 기준 4만3000원)의 종가 평균액이 4만1000원일 경우 김씨의 자녀가 내야 할 증여세는 3000만원이다. 그런데 주식 증여 후 주가가 3만9000원대까지 떨어졌다면, 김씨는 증여를 취소하고 주가 하락 시점을 기준일로 다시 증여해 증여세를 낮출 수 있다. 종가 평균액이 3만7000원일 때 내야 할 증여세는 1700만원이다. 증여 취소 후 재증여로 1300만원을 아낄 수 있는 셈이다.

그래픽=손민균

주식 증여 취소는 신고 기한(증여일이 속하는 달의 말일로부터 3개월) 내에 가능하다. 증여를 취소하면 처음부터 증여가 없었던 것이 돼 증여세는 부과되지 않는다. 반면 현금은 신고 기한 내 증여를 취소해도 증여세가 부과된다. 소유권을 확인할 수 있는 주식, 부동산과 달리 현금은 자금 출처 및 소유권이 불분명하기 때문에 증여 취소를 인정하지 않는 것이다. 부동산도 신고 기한 내 증여 취소는 가능하나, 계약할 때 낸 취득세는 돌려받을 수 없다.

◇ 자녀 자금 여력·생애주기별 특성 고려해야

그렇다면 현금 증여는 무조건 불리한 것일까. 전문가들은 자녀의 자금 여력과 생애주기별 특성 및 수요를 충분히 고려한 후 자산 증여를 결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정주용 세무사는 “자녀가 증여세를 낼 여력이 없는 경우 현금 증여 후 이 자금으로 증여세를 납부하고 남은 현금으로 투자를 하는 것이 낫다”며 “또 혼인·출산 증여 공제 등을 활용하면 1억원까지는 증여세를 내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정 세무사는 “자녀가 미성년자일 경우 10년 이상 장기 보유 혜택이 큰 부동산을, 20~30대에게는 현금·주식을, 40~50대에게는 다시 부동산을 증여하는 것이 생애주기별 특성에 부합할 수 있다”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