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조선디자인랩 정다운
직장인 8년 차 유모(35)씨는 최근 주식 등을 처분해 생긴 1000만원을 어디에 맡길지 고민 중이다. 다시 주식에 투자하기는 불안하고 조만간 돈을 쓸 곳이 생길 것 같아 정기예금 등에 묶어 놓기에도 애매했다. 유씨는 “단기금융상품으로 MMDA(수시입출금식예금), CMA(종합자산관리계좌), MMF(머니마켓펀드) 등 여러 상품을 알지만, 어떤 상품에 가입할지 모르겠다”고 했다. 유씨처럼 조만간 언제 빼다 쓸지 모를 단기 자금이 생겼을 때 알맞은 단기성 투자상품엔 어떤 것들이 있는지 알아보자.

최근 글로벌 금융 시장의 변동성이 커지며 투자자들이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 미국 경기침체 우려가 제기되고 이란·이스라엘 충돌로 지정학적 위험이 커졌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경기 변동성이 커질 때는 장기 투자를 일단 미루고 단기금융상품에 가입하는 것이 재테크 요령이라고 설명한다. 단기금융상품은 경기 변동에 방어할 수 있으면서도 쉽게 현금화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기준 MMF 잔액은 199조4721억원에 이른다. MMF 잔액은 지난 3월 212조원으로 최고점을 찍은 후 등락을 거듭해왔지만 최근 들어 재차 잔액이 늘면서 연중 최고점을 경신할지에 관심이 쏠린다. CMA 잔액도 늘고 있다. 같은 날 기준 CMA 잔액은 87조6121억원으로 전년 동기(71조2484억원) 대비 22.96% 증가했다.

◇ 편의성과 고금리 모두 잡은 CMA

CMA는 증권사가 고객의 자금을 국채, 기업어음(CP) 등에 투자해 소정의 수익을 고객에게 지급하는 상품이다. 사실상 증권사의 입출금 통장으로 소액이지만 이자 수익이 발생한다는 장점이 있다. 일반적으로 주식 투자자들이 뚜렷한 투자처를 정하지 못했을 때 대기성 자금을 넣어 두는 용도로 사용된다.

CMA의 장점은 은행 보통예금보다 높은 이율이다. 21일 기준 각 증권사 CMA 수익률은 연 2.50~3.60% 수준이다. 현재 주요 시중은행의 정기예금 상품 금리(연 3.35~3.40%)와 비슷하다. 여기에 CMA는 하루 치 이자를 매일 지급하는 일 복리가 적용돼 대부분 단리를 적용하는 은행 예금 상품보다 이자가 쏠쏠하다. 단 예금자 보호 대상이 아닌 점에 유의해야 한다.

일반적으로 CMA는 운용대상에 따라 MMF형, 환매조건부 채권(RP)형, 머니마켓랩(MMW)형, 종금형 등으로 나뉜다. CMA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상품은 RP형과 MMF형이다. 일반적으로 금리 상승기에서는 RP형이, 금리 하락기에는 MMF형 CMA가 더 유리하다. 금리가 하락(채권가격 상승)할 경우 매매 수익에 따라 금리가 변동하는 MMF형 CMA의 수익률은 상승하는 반면 콜금리(금융기관 간 초단기 대출 금리)와 발을 맞추는 RP형은 향후 금리 인하 가능성이 예상돼 바로 금리를 낮추기 때문이다.

그래픽=정서희

◇ 대표적인 고금리 단기상품 MMF

CMA와 비슷한 수익구조를 갖는 상품 중에 MMF도 있다. MMF는 신탁상품의 일종으로 주식을 제외한 단기 유가증권에 투자하는 초단기 채권형 펀드다. MMF는 은행과 증권사에서 가입할 수 있으며 단기 금융시장 금리에 따라 수익률이 변화한다.

MMF의 장점은 단기금융상품 중 가장 높은 금리를 자랑한다는 점이다. MMF의 단기 금리를 연간으로 계산 시 정기예금 금리 수준과 비슷하다. 금융투자협회에 따르면 21일 기준 MMF 상품의 연간 수익률은 연 3.85~14.45%로 최저 수익률이 은행 정기예금 상품을 비롯해 CMA 상품보다도 높은 수준을 보였다.

MMF 역시 단 하루만 맡겨도 다음날 투자수익이 통장에 지급된다. 입출금도 자유로워 기간에 상관없이 맡긴 돈을 찾을 수 있다. 저축 기간이나 금액에 제한이 없고 펀드지만 환매 수수료도 없다. 이율은 금액별로 차등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동일하게 고금리가 주어진다는 점에서 소규모 자금을 운용하기에 적합하다. 다만 예금자보호가 되지 않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또 실적배당형 상품이기 때문에 유가증권 가격 변동에 따라 원금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 은행상품으로는 MMDA·회전식 정기예금

은행에서 가입할 수 있는 단기금융상품으로는 MMDA가 있다. MMDA는 투자 금액이 많을수록 유리한데, 통상 500만원 이상의 목돈을 굴리기에 적합하다. 은행 상품이기에 예금자보호법이 적용돼 안정성이 높다. 다만 MMDA는 다른 단기금융상품에 비해 수익성이 다소 떨어진다. MMF는 금액에 상관없이 동일한 금리를 제공하지만 MMDA는 예치된 금액에 따라 이자율이 다르게 적용된다. 가령 1000만원 미만은 연 0.5%, 1000만원 이상은 연 1%, 3000만원 이상은 연 2%, 1억원 이상은 연 3.5%와 같은 식이다.

은행을 통해 회전식 정기예금도 가입할 수 있다. 이 상품은 일반 정기예금처럼 1~3년 만기로 가입하지만, 가입 시 고객이 1~6개월의 회전주기를 설정하는 점이 다르다. 중도 해약하지 않으면 가입 기간에 회전주기가 반복되며 그때마다 바뀐 시중금리가 적용된다. 가령 1년 만기 3개월 주기 회전식 정기예금에 가입하고 4개월째 해약할 경우, 마지막 1개월만 연 0.5~1%의 중도해지 이율이 적용된다. 처음 3개월은 회전주기를 마쳤으므로 연 2~3%대의 약정 이자가 지급된다. 예금자 보호가 가능하다는 장점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