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50대 A씨는 9년 전 배우자를 사고로 떠나보냈다. 배우자 대신 가장 역할을 맡게 된 A씨는 슬퍼할 겨를도 없이 아이를 위해 그만뒀던 직장에 다시 나갔다. 넉넉지 않은 살림이었지만 배우자가 남기고 간 유족연금 덕에 자녀를 대학까지 보냈다. 그러던 어느 날 딸이 A씨에게 재혼을 권유했다. 마침 만나는 사람이 있던 A씨는 재혼할 것인지 고민에 빠졌다. A씨는 재혼 고민 중 유족연금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이혼을 한 경우라면 재혼하더라도 배우자의 국민연금이 분할 지급된다는데, 사별 후 재혼도 그런 것인지 궁금해졌다.

지난해 유족연금을 받는 사람이 100만명을 넘어서면서 유족연금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 유족연금은 국민연금 가입자 또는 노령연금이나 장애등급 2급 이상의 장애연금을 받던 사람이 사망하면 남아 있는 가족이 안정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지급되는 연금이다.

A씨처럼 배우자의 사망 이후 유족연금을 받는 도중 재혼을 한다면 유족연금을 계속 받을 수 있을까. 결론부터 말하면 A씨는 유족연금을 받을 수 없다. 유족연금의 목적 자체가 국민연금 가입자 또는 노령연금 수급자가 생계를 책임지던 가족의 삶을 유지할 수 있도록 돕는 것이기 때문이다. 연금 수급자가 재혼을 하게 되면 생계를 안정적으로 유지할 수 있게 됐다고 보고 유족연금 수급권은 소멸한다.

수급자인 자녀가 25세가 되거나, 손자녀가 19세가 되는 경우에도 유족연금 수급권이 사라진다. 사별 후 재혼하면 수급권이 사라지는 유족연금 제도는 이혼 후 재혼하면 연금을 나눠 계속 받을 수 있는 분할연금 제도와 형평성 문제가 지속적으로 제기되는 부분이기도 하다. 부부가 이혼한 경우에는 국민연금이 분할돼 지급된다. 이 분할연금 수급권은 이혼 후 재혼하거나 상대 배우자가 숨지더라도 유지된다. 국민연금이 혼인기간 동안 배우자의 정신적·물질적 기여를 인정해 이혼한 배우자의 안정적인 노후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분할연금 제도를 운영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유족연금은 어떤 경우에 지급되며, 누가 받을 수 있을까.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인 가입자가 사망할 경우 남은 가족에게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또 노령연금수급권자, 장애등급 2등급 이상의 장애연금 수급권자, 연금보험료를 낸 기간이 가입대상기간의 3분의 1 이상인 가입자, 사망일 5년 전부터 사망일까지의 기간 중 3년 이상 연금보험료를 낸 가입자도 유족연금이 지급된다. 다만, 전체 가입대상기간 중 체납기간이 3년 이상인 경우는 유족연금을 지급하지 않는다.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는 유족의 범위는 국민연금법에 따라 배우자(사실혼 배우자 포함), 25세 미만의 자녀, 60세 이상의 부모(배우자의 부모 포함), 19세 미만의 손자녀, 60세 이상의 조부모(배우자의 조부모 포함)다. 유족 중 배우자가 1순위로 유족연금을 받을 수 있다. 만약 장애등급이 2등급 이상이거나 장애인복지법상 심한 장애인인 경우에는 나이와 상관없이 유족으로 해당된다.

유족연금은 국민연금 가입 기간에 따라 일정 기본연금액에 부양가족연금액을 합한 값을 지급한다. 국민연금 가입 기간이 10년 미만이었을 경우 기본연금액 40%에 부양가족연금액을 더한 연금급여를 지급한다. 가입 기간이 10년 이상 20년 미만일 경우 기본연금액 50%에 부양가족연금액을 가산한 값이 지급되며, 가입 기간이 20년 이상이라면 기본연금액 60%에 부양가족연금액을 합해 유족연금으로 준다. 올해 부양가족연금액은 배우자 연 29만3580원, 자녀·부모 1인당 연 19만5660원이다. 올해 기준 유족연금 예상 금액을 살펴보면 가입 기간 중 월 평균 소득이 150만원이라면 지급되는 연금은 18만8540~37만350원이다. 월 평균 소득이 상한액인 617만원이라면 연금지급액은 38만4680~85만1940원으로 늘어난다.

유족연금 평균 수령액은 지난 4월 기준 월 35만7604원이다. 가장 많은 유족연금을 받는 경우는 매월 148만4120원이다.

그래픽=손민균

유족연금이라고 계속 나오는 것은 아니다. 일정 조건에서는 유족연금 지급이 일시 중단되는 경우가 있다. 유족연금 수급권자가 소득이 있는 배우자라면 최초 3년간 유족연금을 지급하고 수급권자가 55세에 도달할 때까지는 유족연금 지급을 정지한다. 연금 수급자가 소득이 있다고 하는 기준선은 최근 3년간 국민연금 전체 가입자의 평균 소득 월액이다. 올해의 경우 월 298만9237원을 벌면 소득이 있다고 보고, 유족연금 지급이 정지된다.

하지만 연금 수급자가 장애등급 2급 이상이거나 사망자의 25세 미만 자녀나 장애 등급 2급 이상 자녀의 생계를 유지하고 있는 경우, 소득이 있더라도 기준선에 미치지 못하는 경우라면 유족연금은 계속 지급된다.

유족연금 수급자가 본인의 노령연금을 받는 시기가 오면 유족연금 수령 여부를 선택해야 한다. 현행법상 노령연금과 배우자의 유족연금의 중복 수령을 금지하고 있기 때문이다. 유족연금을 선택한다면 본인의 노령연금 대신 유족연금만 받을 수 있다. 반대로 유족연금을 포기한다면 본인 노령연금에 배우자 유족연금의 30% 더해서 받을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