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러스트=챗GPT 달리3
김선미(가명·42세)씨는 오랜만에 친구들을 만난 자리에서 연금저축계좌 이야기를 들었다. 한 친구가 아동수당, 명절 세뱃돈을 아이 이름의 연금저축계좌에 모아둔다는 이야기였다. 일곱 살 아이 이름으로 연금저축계좌를 만든 친구에게 다른 친구들은 “유난이다”라고 했다. 집에 돌아간 선미씨는 친구에게 전화해 연금저축계좌에 대해 물었다. 선미씨의 친구는 “연금저축계좌는 과세 이연과 세액 공제 등의 장점이 있다”라고 설명하면서도 “아이를 위한 자금의 목적이 무엇인지를 분명히 하고 연금저축계좌를 만들지 고민해야 한다”라고 조언했다. 내 아이를 위한 자금을 모으기 위해 연금저축계좌를 만들어주는 게 나은 것일까. 선미씨는 아이 명의의 연금저축계좌 개설을 두고 고민에 빠졌다.

최근 아이 용돈, 명절 세뱃돈 등을 따로 모아주는 부모에게 ‘연금저축계좌’는 좋은 선택지 중 하나다. 연금저축계좌는 연금이라는 단어 때문에 통상 성인이 된 후 노후를 준비하기 위해 가입하는 상품 정도로 생각한다. 하지만 연금저축계좌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가입 대상은 성인으로 한정되지 않는다. 연금저축계좌 상품을 판매하는 증권·보험 등 금융사는 앞다투어 미성년자 연금저축계좌 홍보에 나서고 있다. 그렇다면 연금저축계좌의 장점이 무엇이길래 부모들이 이 상품을 선택하는 것일까. 연금저축계좌에 대해 알아보자.

연금저축계좌는 개인의 은퇴준비를 돕기 위해 납입에서 연금수령까지 종합적인 절세혜택을 제공하는 상품이다. 금융사별로 연금저축펀드, 연금저축신탁, 연금저축보험이라는 이름으로 판매된다. 연 1800만원까지 입금할 수 있다. 연금 수령 요건은 만 55세 이상, 5년 이상 가입이다. 연금수령 최소 기간은 10년이다. 10년 미만으로 연금 수령 시 퇴직소득세나 기타소득세가 과세될 수 있다.

이 상품은 연말정산 또는 종합소득신고 시 연 최대 600만원까지 세액공제를 받을 수 있다. 총급여 5500만원 이하,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이하인 경우 지방소득세를 포함한 세액공제율 16.5%가 적용된다. 총급여 5500만원 초과, 종합소득금액 4500만원 초과인 경우에는 13.2%에 해당하는 세금을 환급받을 수 있다. 만약 최대한도인 600만원을 연금저축에 넣었다고 가정하면 연 최대 99만원의 세액공제 혜택을 누릴 수 있는 셈이다. 총급여와 종합소득세가 각각 5500만원, 4500만원을 초과하는 경우 세액공제 혜택은 연 72만9000원이다.

그래픽=정서희

연금저축계좌의 장점 중 하나는 과세이연, 저율과세로 재투자의 복리효과를 누릴 수 있다는 점이다. 연금저축계좌는 세금 부과가 55세 이후에 이뤄지고, 연간 연금액이 1500만원 이하일 경우 연금소득세율(3.3~5.5%)을 적용받을 수 있다. 또한,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금액에 대해서는 비과세가 이뤄진다.

예를 들어 일반 계좌에서 장기간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 등 실적 배당형 상품에 투자해 3000만원의 이익을 얻었다고 하면, 이자 배당소득세에 대한 원천 징수가 이뤄져 462만원의 세금을 제한 금액이 계좌에 들어온다. 그러나 연금저축계좌에서는 과세 시기가 55세 이후이기 때문에 투자이익 3000만원이 고스란히 통장에 들어온다. 세금을 나중에 내면 되니 온전히 들어온 이익금을 다시 투자에 활용할 기회를 얻을 수 있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연금저축펀드는 인출 전까지 세금이 부과되지 않아 이자에 이자가 붙는 복리효과가 있다”라고 설명했다.

미성년 자녀가 성인이 된 후 기존 납입금에 대해 세액공제 신청이 가능하다는 것도 연금저축계좌의 장점이다. 연금저축계좌에 가입했던 자녀가 취업 등으로 소득이 발생했을 때 과거 납입한 금액에 대해 세액공제를 신청할 수 있다. 바로 연금계좌납입한도 전환 특례가 있기 때문이다. 이 특례 제도를 이용하면 연금저축계좌에 세액공제를 받지 않은 납입액이 있다면 매해 600만원 내에서 세액공제율을 곱한 만큼 세금을 공제받을 수 있다.

연금저축계좌는 인출이 자유롭다는 점도 매력적이다. 이 상품은 계좌해지 없이 필요한 예수금 또는 펀드 환매 후 인출이 가능한데, 세액공제를 받지 않았다면 세금 걱정 없이 이를 뺄 수 있다. 연금적립금에서 출금할 때 차감되는 세금도 세율이 낮은 적립금부터 인출된다. 단, 세액공제를 받았다면 16.5%의 과세가 이뤄진다.

그렇다면 연금저축계좌는 장점만 있는 것일까. 일각에서는 자녀의 명의로 연금저축계좌를 가입하는 목적이 노후 대비가 아니라면 계좌 개설을 더 고민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 미성년자가 성인이 돼 세액공제를 받을 때까지는 길면 20~25년이 걸리는데, 이때 다른 투자처를 찾는 편이 더 나을 수 있다는 것이다. 또, 연금저축계좌를 유지하는 기간이 길어 급히 돈을 찾아야 할 경우 비과세 조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지금까지 받은 세액공제 혜택을 모두 토해내야 한다는 것도 단점이 될 수 있다.

한 은행 소속 프라이빗뱅커(PB)는 “자녀의 노후보장을 목적으로 한 경우라면 연금저축계좌가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다”라면서도 “다만 미성년자가 연금저축계좌를 가입하면 세액공제 혜택을 받기까지 너무 오래 계좌를 유지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 PB는 “그 기간 다른 상품에 투자했을 때 얻을 수 있는 기회비용을 따져봐야 한다”라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