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픽=챗GPT

최근 금과 은, 구리 등 원자재 가격이 오르면서 이곳에 투자하는 금융 상품 수익률이 오르고 있다. 올해 들어 금리가 하향안정화된 반면 지정학적 위기로 안전 자산에 대한 선호가 커지면서 금이 유망한 투자 대상으로 주목을 받았는데, 은과 구리 역시 금에 육박한 수익률을 보이고 있다. 은과 구리가 높은 수익률을 기록한 것은 산업용 금속으로써 글로벌 수요가 증가했기 때문이다. 다만 금·은·구리 등 원자재는 금리 향방과 달러 가치, 경기와 수급 등에 따라 가격 변동도 존재하기에 투자 시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 금·은·구리 투자하려는데…원자재별 특징은

금·은·구리를 제대로 투자하기 위해서는 각 원자재가 어떤 특징이 있는지 알아야 한다. 그래야 어떤 때 오르고 어떤 때 내리는지, 왜 금과 은, 구리가 함께 오르는 게 특이한 상황인지도 이해할 수 있다.

금은 대표적인 안전 자산이다. 뉴욕상업거래소에서 금 선물 가격은 지난 23일(현지시각) 기준 온스당 2408.90달러에 마감해 올해 초 2072.70달러 대비 16.22% 뛰었다. 지난 21일에는 2467.80달러까지 치솟으며 사상 최고치를 찍기도 했다. 금값이 강세를 보이는 데는 하반기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Fed)의 금리 인하 신호가 나오며 미리 금 투자 비중을 늘리는 투자자들이 많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다만 올해 들어 금 가격은 글로벌, 지정학적 영향도 받고 있다. 지난해부터 글로벌 경기가 불안한데 러시아-우크라이나의 침략은 장기화하고 중동 전쟁도 발발하며 안전자산에 대한 관심이 계속해서 높아지고 있다.

은은 금과 같은 귀금속이지만 산업용으로도 다양하게 사용되는 광물이다. 전체 은 생산량 중 산업용으로 사용되는 비중은 50%에 달한다. 은은 높은 전기 전도성과 열효율, 뛰어난 광학 반사율로 전자제품과 광학기기 등에 널리 쓰인다. 특히 최근 생산이 급증한 태양광 발전 패널의 주재료로 쓰인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이달 초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태양광 패널 제조에 대한 전 세계 투자는 지난해 두 배 이상 증가한 약 800억달러에 달했다.

은은 금과 마찬가지로 가격이 금리와 반비례한다. 또 최근 태양광 투자가 늘며 은 수요가 늘어난 점도 가격 상승을 견인하고 있다. 런던금시장협회(LBMA) 등에서 은 선물 가격은 지난 23일(현지시각) 기준 29.28달러로 올해 초(23.80달러) 대비 23.02% 급등했다. 특히 지난 5월 17일에는 31.49달러에 거래되며 2013년 1월 이후 최고가를 기록했다.

그래픽=손민균

마지막으로 구리는 금, 은과 달리 위험 자산이다. 경기 영향을 민감하게 받고 가격 등락도 심한 편이다. 지금처럼 고금리로 경기 침체가 이어질 때는 가격이 하락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구리는 가격이 실물경기를 선행하기 때문에 금융시장에서 ‘닥터 코퍼(Dr. Copper·구리 박사)’라 불리기도 한다. 경기가 회복하면 구리 가격이 먼저 오르는 경향이 있다.

하지만 올해 들어 구리 가격은 급등하고 있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현지시각) 구리 현물 가격은 t당 9127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올해 초 t당 8476달러와 비교해 약 7.68% 상승했다. 지난 5월 t당 1만달러를 돌파한 뒤 과매수 우려로 소폭 하락했지만 다시 상승세를 타고 있다는 분석이다. 골드만삭스는 연말에 구리 가격이 t당 1만5000달러까지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구리 가격이 치솟는 이유는 수요가 폭발적으로 증가한 반면 공급은 이를 따라잡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런던금속거래소에 따르면 구리 재고량은 2013년 최대치 67만8000t을 기록한 이후 지속해서 감소했다. 지난해 재고 최대치는 10만7000t에 불과했다. 수요가 많이 늘어난 배경에는 최근 인공지능(AI) 기술의 발전과 이에 따른 많은 데이터 처리를 위한 데이터센터 증설 등이 자리하고 있다. 데이터센터에는 수많은 전선이 필요한데 주재료가 구리다.

반면 이상 기후로 주요 구리 광산이 위치한 남미 지역에서 가뭄과 홍수가 발생하는 데다 불안정한 광산 노사 관계, 투자 부족 등으로 공급에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이 때문에 세계 최대 구리 생산국인 칠레의 생산량이 감소하고 있다. 칠레구리위원회는 올해와 내년 구리 평균 가격 전망을 모두 올려 잡기도 했다.

그래픽=손민균

◇ 원자재 간접 투자하는 ETF 수익률도 날개

금과 은은 투자방식이 비슷하다. 실물(금괴·은괴), 통장, 상장지수펀드(ETF) 등 방식으로 투자할 수 있다. 우선 실물 거래는 금은방에서 금이나 은을 사거나 은행 등에서 골드바, 실버바를 구매하는 것이다. 최근에는 코스트코 같은 대형 할인점이나 일부 편의점 자판기에서도 골드바를 판매하기도 한다. 금을 직접 보유할 수 있다는 점이 매력이지만, 구매 시 10%의 부가가치세와 5%가량의 판매 수수료가 붙는다. 대여 금고 등을 이용하는 경우엔 추가 비용이 발생한다.

골드뱅킹이나 실버뱅킹과 같이 은행에서 통장을 개설해 거래를 시작할 수도 있다. 예금처럼 운용할 수 있는 골드뱅킹, 실버뱅킹은 0.01g 단위로 거래할 수 있어 소액으로도 투자할 수 있다. 골드뱅킹을 운영하는 은행으로는 KB국민·신한·우리은행이 있다. 일반적으로 3.5%대 매매수수료를 내야 하며 수익 발생 시 수익금에 대한 15.4%의 배당 소득세가 부과된다. 또 실물 인출 시에는 10%의 부가세가 붙는다.

금·은·구리는 모두 관련 ETF 상품으로 투자할 수 있다. ETF는 각각 국제 금과 은, 구리 가격을 추종하는 지수에 투자하는 구조다. 국제 가격을 추종하면서 직접 원자재 현물을 사는 것과 비교해 거래가 쉽다. 특히 국내 상장 금·은·구리 선물 ETF는 환 헤지, 즉 환율 변동에 따른 위험을 회피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어 가격 변동에만 영향을 받는다.

올해 들어 금·은·구리 관련 ETF 수익률은 고공행진하고 있다. 은과 구리 관련 ETF는 지난 5월까지 수익률이 치솟다 한풀 상승세가 꺾였지만 금 관련 ETF 수익률은 연일 상승하는 추세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지난 23일 기준 올해 들어 ‘ACE KRX금현물’, ‘TIGER골드선물(H)’은 각각 22.74%, 12.75% 수익률을 기록했다. 은 선물에 투자하는 ‘KODEX 은선물’은 16.51% 상승했다. 이 기간 구리 관련 ETF인 ‘KODEX 구리선물(H)’, ‘TIGER 구리실물’은 각각 6.19%, 13.33% 올랐다.

다만 원자재의 경우 투자 특성상 경기 침체가 이어지고 이에 따른 수요 감소, 달러화의 강세 전환 등 예상치 못한 변수가 나타나면 가격이 급락할 수 있는 점에도 유의해야 한다. 또 원자재 선물 ETF의 경우 롤오버 비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롤오버란 만기 전 기존 선물을 처분하고 그다음 달 선물을 사는 것을 의미한다. 만약 상품을 장기간 보유하고자 한다면 선물보다 현물 투자가 적합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