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바늘구멍’을 뚫고 대기업에 입사한 강유찬(가명·28)씨는 오랜만에 친구들과 만나 술자리를 가졌지만 마냥 즐겁지만은 않았다. 꾸준히 저축해 목돈을 만들고 있다는 친구들과 달리 강씨는 입사 후 1년간 받은 월급을 쇼핑과 취미 생활을 하는데 탕진했기 때문이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목돈을 모아야 하는데 어디에서 어떻게 시작할지 엄두를 못 내고 있다. 강씨처럼 이제 막 사회생활을 시작한 사회초년생을 위한 재테크 방법을 알아봤다.
전문가들은 재테크를 시작하기 가장 좋은 시점이 이제 막 입사한 신입사원 때라고 입을 모아 이야기한다. 첫 월급을 받을 때부터 기본적인 경제지식을 가지고 돈을 관리하는 습관을 쌓는다면, 효율적인 재테크 능력이 자리 잡을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큰돈이 없는 사회초년생은 투자보다 저축을 통해 목돈을 만들어야 한다. 전문가들은 투자를 위한 목돈 형성을 위해 월급의 40% 내외를 저축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적어도 10~20% 이상은 저축하는 습관을 길러야 한다.
◇ 수입과 지출을 통제하는 ‘통장 쪼개기’
우선 월급을 받는 월급통장 외 여러 개의 통장을 만드는 ‘통장 쪼개기’를 활용해야 한다. 통장 쪼개기란 용도에 따라 통장에 돈을 나눠둬 수입과 지출을 통제해 관리하는 재테크 방법을 의미한다. 대부분 사회초년생은 수입이 한정돼 있어 예산을 미리 짜야 효과적으로 통장 쪼개기를 할 수 있다. 예산을 짤 때는 최근 지출 현황을 분석해 필요한 지출과 불필요한 지출을 구분하는 것이 도움이 된다. 지출 현황은 핀테크 기업이나 금융사에서 제공하는 마이데이터 서비스를 활용하거나 가계부 애플리케이션(앱)을 통해 분류할 수 있다.
일반적으로 통장 쪼개기는 용도에 따라 ▲급여통장 ▲지출통장 ▲투자통장 ▲비상금통장 등으로 나눠 각 목적에 따라 매달 돈을 나눠 넣는다. 급여통장은 말 그대로 매달 고정적으로 월급이 들어오는 통장을 말한다. 급여통장은 개인이 사용할 수 있는 전체 현금 흐름을 파악하는 데 유용하다. 관리하는 방법은 간단하다. 매달 들어오는 월급을 확인한 뒤 공과금과 관리비 등 고정지출을 자동이체 등으로 납부하고 남은 금액을 지출통장으로 이체하면 된다. 급여통장은 월급을 확인해 용도별로 분산시키려는 목적이 중요하다.
지출통장은 고정지출을 제외하고 나머지 사용할 수 있는 자금을 예치한 통장을 의미한다. 지출통장에선 일반 생활비와 비정기지출을 나누는 것이 중요하다. 비정기지출은 쇼핑, 취미 등에 들어가는 비용을 말한다. 짧은 기간 안에 지출을 줄이려면 비정기지출일 가능성이 크다. 비정기지출은 매달 나가는 고정지출과 달리 필수적이지 않기 때문이다. 비정기지출 파악이 어렵다면 가계부를 작성해보는 것을 추천한다. 앞서 수입과 지출 내역 전체를 분석했듯이 이번에는 매월 나가는 비정기적인 지출만 모으는 것이다. 매월 평균적으로 얼마만큼의 비정기지출액을 줄였는지 추이를 살피면 소비 습관에 대한 객관적인 판단이 가능해져 절약이 수월하다.
투자통장은 재테크를 위한 통장으로 매월 고정적으로 나가는 저축, 투자 및 지출 항목을 자동이체로 설정해 두는 통장이다. 적금, 보험료, 연금, 펀드, 대출 원리금 등이 해당한다. 사회초년생이라면 예·적금을 2~3개씩 유지할 정도의 금액을 투자통장으로 옮기고 나머지는 비상금통장에 두는 것도 방법이다. 내 집 마련이 꿈이라면 예·적금을 포함해 주식·채권 등에도 투자할 만큼 금액을 늘려야 한다. 비상금통장은 말 그대로 질병, 사고, 실직 등 갑작스럽게 돈이 필요한 상황에 대비하는 용도다. 1인 가구 기준 6개월 치 소득을 준비하는 것을 추천한다.
◇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보험 가입 빠르면 유리
사회초년생은 신용카드보다 체크카드를 활용하길 권장한다. 소비 습관이 제대로 잡히지 않은 사회초년생에게 무분별한 신용카드 사용은 위험할 수 있다. 체크카드는 신용카드와 달리 대출 기능이 없고 원칙적으로 자신의 예금 범위 내에서만 결제한 만큼 소비관리가 쉽다. 또 체크카드는 300만원 한도로 연간 사용액의 30%까지 소득공제가 가능하다. 같은 한도에서 15%까지 공제되는 신용카드보다 절세에 유리하다.
다만 신용카드도 현명하게 사용할 경우 제휴할인, 포인트 적립, 연말 소득공제 등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신용카드 사용 시 불필요한 지출 방지를 위해 본인의 소득수준 등을 점검하고 저축·투자율을 고려해 카드 사용 목표 한도를 정하는 것이 필요하다. 신용카드 발급 시에는 카드별로 제공하고 있는 다양한 업종에서의 할인이나 포인트 적립 등 혜택 중 본인의 소비와 지출 성향에 맞는 혜택을 제공하는 카드를 선택하면 된다. 이때 상품설명서 등에 기재돼 있는 월 일정액 이상 사용 등의 할인 및 적립 조건을 꼼꼼히 확인해 사용하면 좋다.
아직 나이가 젊은 사회초년생들은 보험의 필요성을 크게 느끼지 못하는 경우가 많지만 보험은 하루라도 빨리 가입하는 것이 유리하다. 질병·상해 등으로 인한 치료비가 필요한 경우에는 보장성보험, 연금 등 노후자금이 필요한 경우에는 저축성보험을 선택할 수 있다. 저축성 보험은 적립 기간이 길수록 적립금이 늘어나고 보장성 보험은 면책 기간과 감액 기간 조건이 있어 빨리 가입할수록 제대로 보장받을 수 있다.
저축성보험은 비과세 혜택을 받을 수 있는 점이 장점이다. 그러나 예·적금 등 금융상품과 달리 납입한 보험료 전액이 아닌 계약 체결 비용 등을 공제한 금액이 적립된다는 점을 유의해야 한다. 원금손실이 발생할 수 있는 것이다. 보장성보험은 만기 시 기납입 보험료 등을 돌려주는 만기환급형보다 만기환급금이 없는 순수보장성보험의 보험료가 저렴하다. 특히 보험료가 높지 않은 사회초년생들은 부담이 되지 않는 선에서 사망이나 중대 질병을 보장하는 보장성 보험과 의료비 지출에 대비하는 실손의료비 보험에 가입해 장기로 유지하는 것이 좋다.
◇ 사회초년생 위한 정부 주도 금융상품도
사회초년생만이 누릴 수 있는 청년우대형 금융상품도 추천한다. 19∼34세면서 연 소득이 5000만원 이하이고 무주택자라면 지난 2월 출시된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에 가입할 수 있다. 무주택기간이 2년째부터 10년째까지는 일반 청약통장 금리(연 2.8%)에 우대금리를 얹어 연 4.5% 금리를 적용해 준다. 회당 납입 한도는 일반 청약통장은 최대 50만원이었으나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은 최대 100만원까지다. 중도인출도 가능하다. 기존에는 중도인출이 불가능했으나 청년주택드림청약통장은 청약 당첨 이후 계약금을 납부하는 목적으로 중도인출이 가능하다. 또 청약 당첨 후 추가 납입도 할 수 있다.
청년도약계좌 신규 가입도 검토해 볼 만하다. 이 상품은 청년이 매월 70만원 한도 내에서 자유롭게 내면 정부가 월 최대 2만4000원을 지원한다. 가입 대상은 19~34세 청년 중 연 소득 7500만원 이하, 가구소득 중위 180% 이하를 충족해야 한다. 중간에 납입이 없더라도 계좌는 유지되며 만기는 5년이다. 개인소득 수준과 본인이 납입한 금액에 따라 정부기여금이 정해져 익월에 적립되는 점이 장점이다. 청년도약계좌 만기를 채운 청년은 이자소득에 비과세 혜택까지 받아 5000만원 안팎의 목돈을 만들 수 있다. 가입 후 3년은 고정금리(연 6.00%) 이후 2년은 변동금리가 적용되는데 변동금리의 경우 해당 시점의 기준금리와 고정금리 기간 중 적용됐던 가산금리를 합해 설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