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초 미국의 한 인공지능(AI) 기업 주식에 투자했던 김모씨(50). 주가 1만원에 6000주를 샀는데 6개월 만에 10배가량 뛰었다. 김씨는 수익 실현을 위해 이 주식을 매도하려고 했지만, 양도소득세만 1억원가량이 나올 수 있다는 사실에 망설여졌다. 김씨는 평소 알고 지내던 세무사를 찾아가 상담을 했다. 세무사는 아내에게 주식을 양도하면 절세를 할 수 있다고 조언했다.
최근 엔비디아 등 미국 주식에 투자해 목돈을 마련한 투자자들이 세금 문제로 전문가를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해외 주식에 투자하는 ‘서학개미’는 25만여명에 달한다. 엔비디아 주가의 경우 연초 대비 147% 이상 상승했는데, 이를 매도해 수익을 실현하면 양도세 폭탄을 맞을 수 있다.
현행법상 한 해 동안 벌어들인 해외 주식 매매 차익이 기본 공제 금액인 250만원을 넘으면 이듬해 5월 양도세를 내야 한다. 전체 순이익에서 250만원을 뺀 금액의 22%(지방소득세 2% 포함)를 세금으로 책정된다. 김씨가 주식을 매도할 경우 양도세로 약 1억1000만원을 내야 한다.
전문가들은 배우자 증여의 경우 10년 합산해 6억원까지 비과세라는 점을 활용하면 절세를 할 수 있다고 조언하고 있다. 김씨가 아내에게 6억원어치 주식 전부를 증여한 뒤 아내가 주식을 바로 팔면 세금을 내지 않을 수 있다. 양도가액과 취득가액이 같아 양도세가 생기지 않기 때문이다. 쉽게 말해 아내가 6억원의 주식을 김씨에게 증여받아 이를 곧바로 매도해 6억원의 수익을 냈다면 양도받은 주식의 가격과 매도해 얻은 이익이 같으므로 양도세가 발생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증여가액은 증여한 날을 기준으로 앞뒤 2개월씩 총 4개월 종가 평균으로 결정한다. 아내가 증여받은 주식을 보유하고 있다가 주식 가액이 8억원이 됐을 때 팔더라도 양도차익 2억원에 대한 양도세만 내면 된다. 증여 주식가격이 6억원을 초과할 경우 초과액만큼 증여세를 내면 된다. 김씨가 배우자에게 7억원의 주식을 증여했다면 1억원(7억원-비과세 6억원)에 대한 증여세 10%를 내야 한다. 자진신고 공제율 3%까지 더하면 증여세는 970만원이다.
김씨가 아내에게 주식을 증여했다면 증여한 달의 마지막 날로부터 3개월 이내에 국세청에 신고해야 한다. 온라인(홈택스)으로도 신고할 수 있다.
부부 증여 절세는 국세청도 인정하는 절세비법이다. 국세청이 지난 4월 발간한 ‘주식과 세금’ 책자에는 ‘절세꿀팁’으로 해외 주식 양도세를 줄이기 위한 ‘증여재산공제 활용하기’를 소개했다.
부부 증여 시 주의할 점도 있다. 증여받은 주식을 매도한 다음 매도 대금을 배우자에게 되돌려주면 안 된다. 국세청도 부부 증여 절세법을 “배우자에게 실질 증여한 경우를 전제한 것으로 실질 증여에 해당하지 않는 경우 과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양도세 회피 목적으로 부부 증여를 선택하면 절세가 아닌 ‘탈세’가 된다는 것이다. 세무 당국에 적발되면 원래의 취득가액을 기준으로 양도세를 다시 물고, 세금 납부 지연에 따른 가산세를 추가로 내야 할 수 있다.